2020년 11월은 미국 대선으로 뜨거웠다. 조 바이든이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확정됐다. 바이든은 2050년까지 미국경제를 탄소 순배출량 제로(0)로 바꾸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면서 내년부터 10년간 친환경, 재생에너지 분야에 5조달러를 투자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많은 전문가는 글로벌 그린 정책이 강화되리라 예측한다.

우리 정부도 2050년 탄소제로를 목표로 그린뉴딜에 투자를 선언했다. 지난 13일에는 민형배 의원 등 28인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금융 촉진 특별법’을 발의했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을 촉진하고, 녹색금융공사를 설립하고 마중물 역할을 통해 녹색산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이 취지다. 일반적인 녹색금융의 범위는 어디일까?

먼저 금융기관들이 녹색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국가 경제 전체의 에너지효율 개선과 환경훼손 방지를 유도하고 있다. 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에서 ‘녹색금융’을 표방한 상품 규모는 약 51조6천억원이라고 한다. 은행권 28조원, 보험사 12조원, 증권사 8조8000억원, 카드사 1조9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녹색금융’에 대한 정의와 분류에 있어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은행은 대부분 노후 건물 단열 설비 등 개량사업 대출이나 친환경 인증을 받은 기업에 대한 단순 대출도 ‘녹색금융’으로 포함하는 한계가 있다.

또,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민 의원실에 따르면, 지금까지 운용된 녹색 관련 펀드 23개의 총 모집액은 4조800억원이며, 2조6천억원은 공공출자액이고, 1조4700억원은 민간출자액이라고 한다. 아직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또한 본래 취지대로 자금이 적절하게 쓰였는지 입증해야 하는 제재 수단이 없고 임의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어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대한 우려도 잔존한다. 그린워싱이란 'Green'과 '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멀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모습을 말한다.

아직 녹색산업은 위험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어 민간 금융기관들은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할 것이다. 산업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금융기관들의 녹색기업에 대한 경험과 평가역량의 미흡에 기인할 수 있다. 녹색금융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녹색산업의 자금 원천이 되는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녹색금융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녹색금융 관련 국제네트워크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에서는 지난해 4월 녹색금융 촉진을 위해 6대 권고안을 발표했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녹색금융활동 분류체계를 마련해 금융의 대상을 명확히 규정한다. EU는 농림수산업, 에너지, 건물 등 산업유형을 분류하고 산업유형마다 6개 목표(기후변화 완화, 적응, 물, 순환자원, 오염, 생태계)와의 연계성을 정의하고 세부 측정 방법을 명시한다. 그리고 기후리스크 평가방법론을 확산시키고, 기후환경 관련 정보공시체계를 구축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여 투자촉진기반을 마련한다. 끝으로 감독 당국이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반영하고, 투자포트폴리오 관리에 지속가능요소 반영해 시장이 움직이게 만든다. 국내는 한 술 더 떠 녹색금융공사(자본금 10조원)를 설립해 친환경(녹색) 산업·기술·제품과 관련한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고 민간 시장을 형성하고자 한다.

녹색금융 현황 및 발전경로를 살펴보니 사회적금융이 겹쳐 보인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면 사회적경제기업의 범위가 명확해질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가치지표(SVI)를 활용해 기업의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고 있으며, 범용적으로 쓰이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시스템이 만들어져 사회적금융 조직에 활용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사회적금융협의회를 통해 사회적경제에 자금공급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도매기금을 만들어 민간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은행권 사회적금융 실적이 약 1조 2천억, 소셜임팩트펀드 규모는 5천억 이하인 것으로 보아 사회적금융의 규모는 녹색금융보다 훨씬 작다. 글로벌 ESG 채권 시장을 살펴봐도 그린본드는 80% 이상을 차지해 사회적 채권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그러나 둘 다 기존의 금융시장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접근방법이 유사해 보인다. 그렇기에 유독 녹색금융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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