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AP통신, 썬키스트, 던킨도너츠, 버거킹, 서울우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한 이곳들의 공통점은 바로 ‘협동조합’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주로 주식회사의 형태로 운영되는 기업에 익숙해 협동조합은 다소 낯설고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 일상 아주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EBS ‘CLASS e’에서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우리 동네엔 협동조합이 있다’를 주제로 네 번째 강연을 펼쳤다. 우 교수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는 주식회사는 ‘1원 1표’ 제도로 돌아가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모든 걸 결정하지만, 협동조합은 ‘1인 1표’ 원칙으로 운영돼 조합원 모두가 동등하게 참여한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EBS ‘CLASS e’ 제3강 ‘우리 동네엔 협동조합이 있다’에서 강연하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19일 방송된 EBS ‘CLASS e’ 제3강 ‘우리 동네엔 협동조합이 있다’에서 강연하는 우석훈 성결대 교수./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한국에서 협동조합 기본법은 2011년 12월 말에 제정된다. 당시 새누리당 김성식, 김무성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2007년 통과된 사회적기업 육성법과 마찬가지로 ‘보수’라 불리는 정당에서 법적 움직임이 시작됐다. 기본법 1조는 “협동조합의 설립·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자주적·자립적·자치적 활동을 촉진하고,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해당 법이 통과된 배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한국의 경제 상황 악화와 그 궤를 같이한다. 우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일정한 고용을 만들고 지역에서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며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의 상황에서 기본법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도 많은 협동조합이 생기게 됐다”라고 말했다.

물론 기본법이 생기기 이전에도 우리나라에도 협동조합은 있었다. 대표적으로 1937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협동조합이 ‘서울우유’다. 지역별로 젖소를 키우는 농가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우유를 생산해 유통했다. 협동조합을 하면 돈을 적게 벌 것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서울우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서 정리해고의 가능성이 작고, 위기에 강하다는 여러 장점을 보여주며 ‘최고의 회사’라는 평까지 듣는다.

1958년에는 농업협동조합이 설립되는데, 초기에는 농민들이 모인 조합이었다.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그해 8월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통합되며 지금의 ‘농협’이 설립된다. 우 교수는 “군부가 우발적으로 정권만 잡은 게 아니라, 농협을 매우 중요한 통치 기반으로 생각하는 등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일제강점기부터 협동조합을 가지고 온 나라인데, 이후 주식회사가 최고라고만 생각하다 보니 발전이 더뎠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를 대표하는 협동조합으로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복정고등학교의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했다. 학교 내 매점을 학생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참여해 운영하는데, 어떤 상품을 판매할지나 어떻게 운영할지 등을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참여 자체로 교육적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익과 사회적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복정고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은 학생들이 직접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한다. 우 교수는 "국영수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나이 때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라고 말했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복정고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은 학생들이 직접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한다. 우 교수는 "국영수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나이 때 공동의 이익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라고 말했다./사진제공=EBS ‘CLASS e’ 방송 화면 갈무리

기업 조직은 보통 ‘군대·교회·가족’이라는 3가지 모델을 따른다.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하며 상명하복의 문화를 따르는 대기업이 대표적인 ‘군대’ 유형이다. 장인들이 특정 기술을 대대로 전수해 전문기업 형태로 가는 방식 등을 ‘가족’ 유형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교회’ 유형을 따르는데, 맨 윗사람이 따르는 가치를 맨 아랫사람에게도 따르라고 하는 가치 중심적 행위가 중요한 조직이 해당된다.

가치 중심적인 사회적경제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1인 1표’ 원칙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의 전통이 긴 외국의 경우 여러 판례와 전례가 쌓여 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결정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발생한다. 

우 교수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봤을 때 결정이 어렵다는 것 때문에 협동조합을 아예 만들지도 못하는 단계는 이미 10년 전 이야기”라며 “지역과 사회의 공익, 그리고 개인의 삶을 조화시키며 보다 부드럽게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EBS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강연 프로그램 ‘위기 시대의 경제학, 사회적경제’는 이달 27일까지 총 10회 연속 방송된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5시 30분 EBS 1TV, 오후 10시 20분 EBS 2TV에서 전파를 탄다. 온라인 ‘CLASS e’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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