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와대 사회적경제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두가지 미션이 있었습니다. 사회적경제를 주류로 만들고 공공기관이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도록 정책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보훈복지의료공단도 공공기관 중 한 곳인 만큼, 사회적가치 관점의 경영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9월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하 보훈공단) 관리이사로 임명됐다. 최 이사는 경영관리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면서 새로 몸담은 보훈공단에서 사회적가치 경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경영은 국민들이 ‘좋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여야 한다. 최 이사는 “경영 시스템 안에서 이용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프로세스를 만들어 사회적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보훈공단도 공공기관 운영체계를 이용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사회적경제 전반과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이 과도할 정도로 사회적기본법 법안 통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도포기없이 끌고 나가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리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로운넷>이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에 소재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최혁진 이사를 만났다.

다음은 최혁진 이사와의 일문일답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최혁진 이사를 만났다. 이날 최 이사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사진=박미리 기자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 최혁진 이사를 만났다. 이날 최 이사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사진=박미리 기자

Q.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활동에 대해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활동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창기 공공기관들은 사회적가치를 사회책임으로 생각했다. 기존의 방식대로 운영하면서 착한 일을 조금 더 많이 하는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가치에 대한 공공기관의 이해의 폭이 매년 깊어지는 것 같다.

사회적가치 확대를 위해 3가지 방향성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공공기관의 지배구조와 운영 체계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데 용이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를들어 이사회에 노동이사제도를 실현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오픈하는 등 의사결정 조직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조직운영도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시스템을 정착해야 한다. 가령 내부 직원들에 대해 근무평가를 할 때 “당신은 어떤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는가”라는 메시지를 주면 공공기관 전체 운영 방식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보훈공단은 지난 25일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 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이를통해 기관의 투명성 제고나 의사결정의 민주성, 협력적 노사관계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보훈공단은 노동이사제를 선제적으로 구현하고, 국회 입법이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다. 입법 통과가 장기화되더라도 법령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근로자 참관제 등 관련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생각이다.

둘째, 고유 사업 안에 사회적가치를 담아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들어 에너지분야 공공기관은 ‘많은 전기를 싸게 공급해 큰 돈을 벌고, 이 돈을 공익에 쓰면 된다’는 생각을 넘어 '어떻게 하면 탄소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 전환을 하고, 환경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CO₂ 배출을 줄이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방식 등이다.

셋째, 보여주기식 사회공헌 아니라 조직 강점에 기반해 전략적으로 사회공헌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에너지 전문기업에서 복지관에 태양광 설비를 해 주는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Q. 보훈공단도 공공기관 중 하나로 알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가.

▶보훈공단은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진료, 요양, 재가 등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체 직원 수는 7000명이며, 그중 4200~4300명 정도가 의료·돌봄업에 종사한다. 전국에 6개 병원과 7개 요양원을 운영중이다.

공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보훈대상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경찰청, 소방청 등 안전에 위협을 받는 분들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의료지원 확대하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Q. 사회적경제와 보훈공단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는 교집합이 있다. 그중에서도 보훈공단은 보건, 의료, 복지의 영역이어서 사회적경제와 더욱 밀접하다. 공공기관 중 한 곳인 보훈공단에서 사회적가치 관점의 경영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현 원주의료사협)에서 10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 과거의 경험과도 밀접한 곳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보건, 의료, 복지분야에 있어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체제를 만들 것이다.

Q. 노인요양, 돌봄 분야 있으면서 보는 최근 노인돌봄 분야의 주요 이슈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감염병에 취약한 돌봄 전달체계에 대한 대응을 이슈로 꼽을 수 있다. 노인들은 감염에 취약하고, 요양원·요양병원에서는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한다. 자연스럽게 시설이 폐쇄되고, 노인들은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직원들 상황도 안좋은 건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로 가족들이 담당했던 정서적 지원까지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다보니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하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커뮤니티 케어라는 중요한 정책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협력적 구조가 필요한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지역사회에서 의료, 복지는 사회적경제가 ‘돌봄’이라는 영역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두 영역이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코디네이팅, 조정기능, 상호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누가 맡아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Q.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 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노인돌봄 시설을 설립, 운영할 때 가장 중요시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초기 사회적기업가들은 시민운동, 사회운동에 기반해 정부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정부 정책과 제도분석을 놓칠 우려가 있다.

정책과 제도는 축구경기에 비하면 운동장과 같은 것이다. 열심히 뛰면서 이해해야 하는 법과 원칙 같은 것이다. 정부정책과 제도환경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가 지금 하려는 일이 어디까지 구현 가능한지 설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운영할 때 시민들이 좋아하는 제품·서비스로 기업의 모델을 만들겠다는 원칙이 명확한다면, 정부 지원을 받는 것도 좋다. 창업 초기 다양한 정책지원 사업을 살펴, 효과적으로 투입해 재정적 압박을 해소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Q.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사회적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까.

▶보훈대상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보훈대상자이기 때문에 공동으로 갖고 있는 욕구가 있다면 그에 맞는 협동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들어 국가유공자 관련자들과 제조업을 하면 공공조달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모델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투명하게 운영되면서 더 많은 국가유공자들의 일자리나 복지로 나타나는 선순환 구조로 나타나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사람들은 사회적경제에 대해 이념적인 편향을 갖고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제도기반이 만들어지고, 국가 정책이 축이 되니까 “우리도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을 할 수 있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보면, 일반 노인들도 같이 할 수 있는 사업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Q. 오래 전부터 제기된 돌봄 종사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종사자 처우는 수가 체계 개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려면 많은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사회보험 체계를 통해 이뤄지는 돌봄 특성 상 보험료에 대한 개인부담, 기업부담을 올려야 하고, 정부재정 투자도 늘어야 한다. 세 영역의 조율을 이끌 수 있는 사회적 합의는 정치분야에서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수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전달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실제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몫은 적을 수도 있다. 현재의 전달 체계 안에서 수가개선이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의문 부호가 있는 것 같다.

전달체계를 혁신한다는게 사회적경제이지만, 사회적경제는 아직 작은 영역이다. 때문에 사회적경제로부터 발생하는 효과가 국민적인 체감으로 연결되기에는 아직 정책 당국에서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선뜻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한다.

Q.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향후 어떻게 일을 추진할 생각인가.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사회적경제 입법대응을 선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할 것이다. 추가적인 정책 발굴과 제도화를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다.

공공기관과 사회적경제 조직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정책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사회적가치를 확산시키는데에도 노력할 생각이다. 나아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더욱 구체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 과제들도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다.

Q. 사회적경제기본법 통과가 이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법안 통과를 위해 민간에서는 과도할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회적경제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자고 이야기하는 집중과 헌신, 열정이 필요하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통과 이후의 실익은 우리에게 온다. 때문에 이익을 받는 사람이 뛰어야 한다. 법안이 최소 수준이더라도 거기에 대해 기뻐하며 통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현장이 있는 법이다. 현장이 있는 법은 계속해서 개선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 현장에는 정치력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정치력 있는 기업가이면서도 목표로 가기 위해 상대로 끌어가는 리더. 지금 사회적경제는 그런 리더가 있어야 하는 타이밍이다. 물론 그들이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의 기대치 까지 가게되면 엄청난 힘을 가질 것이다. 중도포기 없이 끌고 나가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 리더가 사회적경제 안에 있어야 한다.

최혁진 이사는 "원주에서 개방형 도시공동체로서의 도시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박미리 기자
최혁진 이사는 "원주에서 개방형 도시공동체로서의 도시모델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박미리 기자

Q. 청와대를 나온 이후 지역(원주)에 머물고 있는데, 지역에서 하고 싶은게 있는지.

▶개방형 도시공동체로서의 도시모델을 만들고 싶다. 한 도시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다양한 욕망이 하나의 영역으로 들어와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 필요하다.

하나의 도시는 사적인 내가 자기자신을 발현하고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타인과 협력해서 사는 즐거움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겸비해야 한다. 이것이 개방형 공동체다.

원주에서 사회적경제와 중소상공인, 정부라는 공공 인프라가 균형을 갖춘 도시 모델을 만들고 싶다. 사회적경제와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역할은 공공이 해야 한다. 사회적경제와 소상공인이 하나의 테이블에서 상호 연결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Q. 향후 계획은?

▶보훈공단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사회적가치 확대 활동을 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돌봄분야 사회적경제기업에 우리 공단의 노하우를 개방하고, 컨설팅 해 주는 역할도 하려는 생각이다.

사회적경제분야는 아니지만, 강원랜드 사례를 들 수 있다. 강원랜드에서 지역복지 차원으로 요양원을 짓고 있는데, 우리공단에서 설계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자문을 해 줬다. 꽤 오랫동안 여러 상황에 부딪치며 쌓았던 시설을 짓고, 운영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더 나아가서는 지역 안에서 공공의 사회적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최혁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리이사 약력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리이사
전 대통령비서실 사회적경제비서관
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전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CSO
전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전무이사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