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1999년 제정되면서 1.0시대가 열렸고, 2010년 개정되면서 2.0시대가 열렸다. 이제 3.0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김대훈 세이프넷지원센터장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먹거리를 비롯해 생활의 필요를 해결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비영리 법인이다. 법인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1979년 강원도의 구판장형 소비조합 등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시작했으며, 초창기 친환경유기농산물 직거래를 기반으로 사회적 신뢰를 얻었다.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입법 토론회는 전국 생협 조직 관계자가 함께하는 온라인 개회로 시작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입법 토론회는 전국 생협 조직 관계자가 함께하는 온라인 개회로 시작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생협은 지난 1999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 제정으로 비로소 법인으로서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두레생협연합회, 아이쿱생협연합회, 한국대학생협연합회, 한살림생협연합회, 행복중심생협연합회 등은 지난 10월 26일, 생협법개정추진위원회를 발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달 18일 국회에서는 생협법개정추진위원회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함께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입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전국 약 100여 명의 전국 생협 지역조합 관계자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대표단의 영상 축사도 함께 했다.

여야 3당, 생협법 개정 공감대 형성... “제도개선 적극 나설 것”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생협법 개정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생협은 그간 식품·농업·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민들의 윤리적 소비문화 조성에 앞장서왔다”고 추켜세운 뒤 “생협의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현실에 맞는 제도 정비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장)은 “코로나19로 사회변화가 가속화된 지금은 생협관련 제도개선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생협이 전보다 넓은 범위와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저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정의당과 생협의 인연을 소개하며 “생협 활성화와 사회적경제 지원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현장축사에서 김영향 두레생협연합회 회장은 “추진위가 아무리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국회에 입법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의원들과 같이 노력해 생협이 그동한 실천했던 친환경 먹거리와 지역 일자리를 더욱 열심히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유의동 의원은 “속한 정당이 다른 세 의원이 머리를 맞댔기에 빠른 발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추진위가 발표한 개정 과정을 모두 반영해 조속히 입법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배진교 의원 역시 “각 당 의원이 함께했기에 이번 국회에서는 폐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은 “생협법 개정은 정파적 이해관계로 흘러가서 안된다”고 당부하며 “제도가 현장을 못 따라갔던 그간의 문제를 생협개정법의 빠른 발의로 2년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생협은 생활의 동반자이자, 농업 지킴이”

이날 발제를 진행한 윤형근 한살림생협연합회 전무는 사회에서 생협의 역할과 미래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윤 전무는 먼저 생협이 약 30여 년간 발전해 온 바를 짚었다.

윤형근 한살림생협연합회 전무는 통해 한국사회에서의 생협의 역할과 미래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윤형근 한살림생협연합회 전무는 통해 한국사회에서의 생협의 역할과 미래를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생협은 현재 5개 조합을 합쳐 전체 가구의 6%인 140만 가구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으며, 매출액은 약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생협이 든든한 생활의 동반자로서 우리 사회의 식품안전기능을 높이고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며 “특히나 소비자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매한 제품에 문제제기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생산하는 소비자, 대안을 만드는 소비자 역할을 만드는 등 색다른 소비자 운동을 전개해왔다는 것이다. 

윤 전무는 또한 생협이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식품과 농업 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기농업·공정무역·민중교역 등 건강한 생산을 뒷받침하고, 식량자급을 위한 우리 농업 살리기 운동을 주도해왔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외에도 그는 △지역사회 공동체 신뢰 형성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민주시민교육의 장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반 마련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 노력 등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생협법 13대 개정과제 제시... “새로운 10년위한 생협법 개정 필요”

윤 전무는 이러한 생협의 활동을 소개하며 “자기 가치인 공공선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1999년 최초의 생협법이 제정되면서 법인으로서 시민권을 획득했지만, 반쪽자리 시민권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2010년 생협법 전부개정으로 연합회 설립근거가 마련되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19대·20대 국회에서는 생협법 개정안이 폐기된 바 있다. 2020 생협법 개정으로 생협의 미래를 새로 열어어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제시한 생협법 13대 개정과제./사진제공=토론회 자료집
토론회에서 제시한 생협법 13대 개정과제./사진제공=토론회 자료집

이날 윤 전무는 생협의 자립적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로 ▲생협 정체성 강화 ▲조직 생태계 기반 조성 ▲금융 생태계 기반 조성 ▲정책 환경·생협 운영 개선 등 4가지 테마의 13대 개정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2010년 생협법 전면 개정 이후 10년간 총 조합원수가 2.5배 성장했고, 매출액은 2.2배 성장했다”며 “지난 10년간 성장에 걸맞은 새로운 10년을 위한 생협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협은 민주적 기관, 규제완화로 자립하게끔 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생협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와 발제에서 소개된 주요 개정과제 중 우려되는 대목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김형미 상지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하재찬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상임이사, 최현호 두레생협연합회 상무, 신동열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 김용진 변호사가 발언했다.

하재찬 이사는 법 개정이 생협의 자주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에는 규제와 감시의 기능이 있지만, 생협은 공익을 추구하는 목적이 있기에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맥락이다. 현행 생협법에는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독점규제법)’에 생협을 제외한다는 규정이 없다. 생협이 전국구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인 지금, 독점규제법에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생협이 거대 기업과 다른 목적을 갖고 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예외 조항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현호 상무 역시 현행 생협법의 문제를 지적하며 개정을 촉구했다. 조합원의 자격을 자연인으로 제한한 점을 법인 조합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여타 협동조합이 비조합원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생협법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점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생협은 영리와 비영리의 중간"..."법인 조합원 가입은 엄격하게"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용진 변호사./사진=박성빈 인턴기자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용진 변호사./사진=박성빈 인턴기자

김용진 변호사와 신동열 과장은 개정안 내용중 법리적·정책적으로 우려스러운 부분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이 제시한 ‘생협의 비영리성 명시’ 조항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생협은 영리법인으로 보기 어렵고,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에 순수 비영리법인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적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면 영리와 비영리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납세 의무를 피하기 위해 ‘비영리’를 더 강조한 것 아니냐는 법집행자의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조합원 간 거래와 비조합원과의 거래를 구분 회계하고 세금 부과시에도 두 거래를 달리 평가하는 조항을 만드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 개념 정의에도 유의할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엔 소비자 개념에 사업자 법인까지 포함한다는 방안이 있다. 김 변호사는 “법인 조합원의 가입을 별도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며 “극단적인 예로 30개 대기업이 모여 생협의 외관을 갖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시를 들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설립돼야 할 생협이 대기업간 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신동열 과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신 과장은 “자금력 큰 법인이 조합원으로 들어오면 생협의 운영 자체가 이들에 치우쳐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중심의 생협도 생길 수 있어 정체성이 흔들릴까 우려된다”며 김 변호사 입장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신 과장은 이어 생협이 어떤 생산 기관과도 다른 특성이기에 여타 기관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게 정답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별적 규제와 동일한 규제가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필요한지 공정위원회에서 세부적 검토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가 생협법 개정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토론회 참석자가 생협법 개정을 염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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