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을 단순한 제작업체 또는 취약계층 고용만을 위한 기업 정도로 본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사회적기업에도 복잡한 업무가 요구된다. 이 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발전하고 시대에 발맞춘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다. 이 기사에서는 정보통신기술과 영상 미디어라는 매개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IT·영상 분야 사회적기업을 소개한다.

우리는 영상콘텐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빠른 호흡으로 만들어진 ‘스낵 영상’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족·이웃·공동체에 대한 따뜻하고 담백한 시선을 담은 영상 또한 우리사회에 꼭 필요하다. 이처럼 치열한 콘텐츠 시장 속에서 진정성을 담은 영상을 통해 감동을 나누고는 터칭스튜디오를 찾았다.

최홍열 터칭스튜디오 대표./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최홍열 터칭스튜디오 대표./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터칭스튜디오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A. 영상을 통해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자 시작하게 됐어요. 영상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입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을 돌아보고, 공감·소통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영상·콘텐츠를 만들고 생산하는 스튜디오입니다.

Q. 슬로건 ‘일상을 감동으로, 감동을 나눔으로’ 가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A. 말 그대로 일상에서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고, 일상의 감동이 나눔으로 연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스튜디오의 이름도 그렇고, 감동이라는 주제로 회사를 꾸려나가게 된 배경은 제가 만든 영상들을 보고 사람들이 흐뭇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고, 저도 그런 영상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제 영상을 보고 따뜻한 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실 요즘 사회에 감동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감동이라는 단어에 꽂히게 된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최홍열 터칭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모습./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최홍열 터칭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모습./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어떻게 영상 스튜디오까지 만들게 되었나요?

A. 배경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막내 조연출부터 시작해 PD까지 방송 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처음에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도 바꾸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고, PD라는 직업이 매력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영상에 대해 알고, 커리어가 쌓이면서 아쉬움도 커졌습니다. 보다 따뜻하고 진솔한 영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다 실질적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 끝에 방송·영상 관련 능력이 충분히 쌓이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따뜻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게 된 사건이 있었나요?

A. 네, 제가 모기업 사내방송PD로 일한 적이 있었어요. 기업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지원이 적극적이에요. 그러나 기업이라는 특성상, 지원을 한 것에 대한 결과물에 대한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기업의 의도에 맞게 영상을 바꿔야 했던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회공헌의 진정성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취재 대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터칭스튜디오 내부 모습.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터칭스튜디오 내부 모습.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가족 추억 영상을 만들어주는 ‘터칭박스’ 이벤트를 소개해주세요.

A. 저희가 생각하기에 현대인에게 소통과 공감이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 봤을 때, 저는 ‘가정’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시간이 흘러 가해자가 되고 악순환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이 문제는 ‘예방’이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결과, ‘추억’이라는 주제로 가족추억 영상 패키지인 터칭박스를 기획·제작하게 됐습니다.

터칭박스는 가족의 여행·행사·추억 등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보내주시면, 스토리에 맞게 동영상을 만들어 USB에 담고 QR코드가 있는 포토카드와 포장해 드립니다. 올해는 무료로 이벤트를 해드리고 있는 상황이고,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적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터칭박스를 받고 좋은 추억이 됐다”는 반응이 들려와서 뜻 깊게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Q. ‘터칭박스’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으시다고요?

A. 김포에 인형극을 하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못 만나고, 어떤 분은 집에만 계시다 보니 치매가 걸리신 분도 있으시고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운영하는 대표님이 어르신들을 직접 한분씩 만나 뵈어 인터뷰를 해주셔서 저희가 터칭박스로 제작해 드렸어요. 얼마 전에 그 대표님이 어르신들에게 전달해주셨는데, 다들 엄청 좋아해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터칭스튜디오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탄탄한 스튜디오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터칭스튜디오는 "영상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탄탄한 스튜디오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Q. 터칭스튜디오의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금과 같은 영상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탄탄한 스튜디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미투위, 열손가락 협동조합 그리고 터칭스튜디오가 협업해 ‘희망의 목소리를 그리다’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중증장애인의 “할 수 있다”라는 목소리를 그래픽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이미지를 이용해 ‘할 수 있다 음파노트’를 만들어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서 터칭박스처럼 가족 관련된 주제로 다른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구상 중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유튜브채널 개설도 고려하고 있고요. 터칭스튜디오가 현대사회에서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합니다.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최홍열 대표(가운데)가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청년공감기획단과 최홍열 대표(가운데)가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터칭스튜디오는 파편화된 공동체를 영상을 통해 연결해나가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콘텐츠’ 기업은 매우 신선하다. 콘텐츠 시장의 특성상 자극적이지 않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길이다. 그러나 터칭스튜디오는 그 길을 가고 있다. 영상에 담기는 사람들의 고유한 스토리에 집중하고, 밝은 모습을 영상에 더 많이 담아내려 노력한다. 감동을 주는 ‘터칭’스튜디오라는 기업 이름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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