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교유서가
‘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 책 표지 이미지./사진제공=교유서가

“인간은 어머니 지구 없이 살 수 없지만, 지구는 인간 없이도 살 수 있다.”

지구를 떠나 생존할 수 없는 인간들은 왜 이렇게도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것일까. 지구의 파멸을 가져온 인간의 행동에 대항해 최근 ‘자연에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다른 동물·종에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하고 지구에서 어느 한 종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뜻이다.

신간 ‘자연의 권리’는 인간중심주의, 재산권, 경제성장의 추구에서 벗어나도록 촉구하고, 자연의 권리 확보를 위한 세계 곳곳의 노력을 소개한다. 저자인 데이비드 보이드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자원환경지속가능성연구소 부교수로, 환경 변호사이자 UN 유엔 인권·환경 특별보고관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보이드는 “기존의 환경법이 자연의 훼손을 무시할 뿐 아니라 도리어 방조·승인·합법화한다”고 지적한다. 근본 원인은 인간중심주의, 재산권, 경제성장의 무제한 추구 때문인데, 이러한 인식이 환경법을 포함한 현대사회의 법체계를 떠받치고 있다. 자연은 법적으로 경제적 효용 가치를 지닌 ‘물건’ ‘재산’으로 취급될 뿐, 이에 대항할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방법으로 자연에 강제력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적 혁명’을 펼쳐야 하며, 이를 위해 인간의 법·제도·문화·경제·행동이 진화할 차례라고 주장한다. 책에서는 실제 여러 국가에서 자연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사례를 보여주며 이것이 가능한 일임을 증명한다.

예를 들어 에콰도르에서는 자연의 권리가 헌법에 따라 보호받는데, 2011년 고속도로 건설로 훼손된 ‘빌카밤바 강’이 본래의 상태를 되찾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법원에서는 2016년 침팬지와 오랑우탄이 법적 강제력이 있는 권리를 가진 법인격체임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권리를 인정받은 침팬지 ‘세실리아’는 동물원에서 풀려난 세계 최초의 동물이 됐다.

네덜란드에서는 휑한 어항에 금붕어 한 마리만 기르는 것이 불법이며, 코스타리카에서는 동물원·서커스·로데오 등 인간의 오락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는 활동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했다. 미국과 인도에서는 일각고래, 북방점박이올빼미, 아시아사자 등에 대해 인간의 편익보다 절멸 위기종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렸고, 뉴질랜드에서는 헌법과 법령으로 강·숲·생태계의 권리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적 판결들에 공통된 논리는 “모든 생명은 본원적이고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인간은 멸종을 막을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고 종의 생존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하거나 교정해야 한다”며 “인간이 수백만의 다른 놀라운 종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와 효과는 모든 새로운 법적 개념의 발달 과정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안에서의 대화, 학계의 논의, 공적·정치적 토론과 협상, 필요하다면 법적 다툼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다.”

자연의 권리=데이비드 보이드 지음, 이지원 옮김. 교유서가 펴냄. 304쪽/ 1만8000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