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기술 혁신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에 나섰다. 지역자원을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네트워킹·협업 모델을 발굴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술로 발돋움하며 전국으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도 꿈꾸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3대 축 중 하나로 혁신성장을 꼽았다.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의 혁신성장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자원과 연계한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한다. 최종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업은 11개(작년 3개, 올해 8개)다. 이 사업은 약 21개월간 진행된다. <이로운넷>은 우수사례 중 9곳을 찾아 기사로 소개한다.

울산광역시는 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대형 항구도시 다보니, 해양쓰레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중 폐플라스틱류가 해양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울산항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분류 없이 소각처리한다. 처리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 소재 사회적기업 우시산(대표 변의현)은 이렇게 소각되는 폐플라스틱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시산은 오래전부터 해양오염으로부터 바다생물을 지키키기 위한 사업을 해왔다. 

고래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해양쓰레기 폐플라스틱 등을 '새활용(Upcycling)'해 귀여운 고래인형과 실용적인 에코백을 만든다. 인형 등 관광기념품은 울산의 문화콘텐츠인 고래를 모티브로 제작한다. 체험서비스 역시 이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십분 활용해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폐플라스틱, 3D프린팅 재료로 업사이클링 하는 기술 개발

우시산 직원 단체사진./사진제공=우시산
우시산 직원 단체사진./사진제공=우시산

해양 폐플라스틱으로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 매출도 올리고 환경도 보호하는 등 말 그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우시산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해  ‘사회적경제 혁신성장 사업’으로 폐플라스틱 수거와 재처리한 소재를 활용한 공예품 제작용 3D프린팅 공정개발에 돌입했다. 

우시산이 3D 프린팅을을 생각한 것은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어서다. 보통 제품 생산을 위해 주물을 뜨고 제작을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량생산을 했다가 자칫 팔리지 않으면 회사로서도 피해를 볼 수 있으며, 환경에도 부담만 준다. 3D 프린팅을 활용, 소규모 생산을 해 시장성을 판단한 뒤 생산하면 이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변의현 대표는 “3D프린팅 기술이 도입되면 다품종 소량생산이 손쉽게 가능해진다”며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는데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면 전부 재고가 돼 기회비용이 커지는데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3D프린팅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증된 몇 가지 인기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판매하면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우시산은 고순도 페트 플레이크(PET flake)로 재생칩을 만들어 3D프린터 필라멘트로 사용한다. 페트 플레이크는 수거한 페트병에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한 후 재사용하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다시 세척 및 선별과정을 거친 플라스틱을 말한다. 페트 플레이크는 바로 녹여 상품 제작에 활용되기도 한다.

우시산은 이를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올해 11월부터 차차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다양한 제품 생산이 본격화되면 지역 청년 및 시니어 일자리 창출효과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우시산에 대해 “SK엔지, 울산항만공사, 금호석유 등 다양한 지역자원과 네이버 등 내부자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제품 판로 확보와 기술개발지원이 가능하다”며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한 모델을 설계했다”고 평가했다. 

해양쓰레기 외에 플라스틱 컵 등도 재료로 활용할 방안 모색

우시산은 올해 12월까지인 1차 사업추진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먼저 기술지원 담당 울산테크노파크와 함께 혼합 배출되던 해양 선사 페플라스틱 수거방안을 개선해냈다. 폐플라스틱은 선사→유창방제업체→재활용수거업체→업사이클 재료 생산업체를 거쳐 최종제품을 만드는 우시산으로 전달된다. 연계·협력체계는 보다 많은 플라스틱을 더욱 빠르게 업사이클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페051은 우시산에 일회용 플라스틱컵 3만개를 전달했다. 우시산은 카페051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한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고 있다./사진제공=우시산
카페051은 우시산에 일회용 플라스틱컵 3만개를 전달했다. 우시산은 카페051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한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고 있다./사진제공=우시산

우시산은 이번 사업을 통해 해양쓰레기 폐플라스틱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커피잔 새활용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 카페501은 캠페인을 통해 3만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컵을 모아 우시산에 제공했고, 우시산은 이를 제품개발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속 협력해온 울산항만공사는 물론이고, SK루브리컨츠, 한국동서발전 등 다양한 기업에서 사용한 플라스틱을 새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변 대표는 “같은 폐플라스틱이라도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공정이 확연히 달라진다”며 “폐플라스틱 자원순환 연계·협력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구축해 지역사회 자원순환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형 외 차량용 트렁크 등 다양한 상품 출시... "친환경 산업 관심 증대"

우시산은 다음달 9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에서 '내지구 티셔츠'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23일 현재 펀딩 목표액 735%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우시산은 다음달 9일까지 네이버 해피빈에서 '내지구 티셔츠' 펀딩을 진행한다. 23일 현재 펀딩 목표액 735%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3D프린팅 기술은 단순히 인형··에코백 생산에만 쓰이지 않는다. 제품군 확대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우시산은 먼저 멸종위기 해양생물을 주제로 한 조형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친환경산업과 해양생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증대하기 위해서다. 

또한 페트 플레이크를 활용해 차량용 트렁크와 연필꽂이 등을 새로 만들었다. 1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시산의 기존 주요상품이던 인형 역시 폐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멸종위기 바다생물 시리즈를 다수 디자인해 제품에 접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울산항만공사, 유명 콘텐츠업체 플레이리스트 등과 함께하는 ‘내지구 프로젝트’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 중이다. 

◇우시산 변의현 대표 미니 인터뷰

우시산 변의현 대표는 "고래와 바다를 보호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을 위한 일"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환경적 가치 실현은 물론 사회에도 도움되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제공=우시산
우시산 변의현 대표는 "고래와 바다를 보호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을 위한 일"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환경적 가치 실현은 물론 사회에도 도움되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사진제공=우시산

이번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이번 사업을 통해 사회적기업 혼자만의 역량으로 시도할 수 없었던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과정에 대한 경제적 전문성 등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계획은?
세계의 항구 가운데 처음으로 울산항에서 플라스틱을 모아 이를 업사이클링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울산항을 넘어 국내 부산항, 여수광양항, 인천항으로 사업을 확대함은 물론 세계의 다른 항구로도 넓혀나가고 싶다. 아울러 대기업들과 연계해 전국민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구입도 많아져 지구와 바다가 깨끗해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고래와 바다를 보호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 일자리 창출과 환경적 가치 실현은 물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사업에 많은 관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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