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죽음, 지크 루이 다비드 유화
소크라테스의 죽음, 지크 루이 다비드 유화

‘아! 테스 형’의 열풍이 뜨겁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테스 형' 이다. 익살스러운 돌직구 물음에 슬픔이 묻어 있어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 노래를 듣자니 이즈음 코로나로 막힌 가슴이 한 순간 트여지는 듯도 하다. '1일 1깡'이 '1일 1테스'로 바뀌었다.

나훈아는 2500년 전 그리스의 현인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곱살맞게 호칭하며 애타게 불러내어 세상과 인생이 왜 이 이러냐고 따지듯이 묻고 있다.

'사랑이 눈물의 씨앗인 줄은 진작에 잘 알면서도…' 

듣고 있자니 나 자신의 물음을 대신해 주는 듯 하다. 이 노래가 히트 친 후 ‘위키백과 사전’의 ‘나훈아’ 기본 정보 가족란에는 “나훈아가 소크라테스의 의형제”라는 적어 놓았다.

이 노래를 두고 정치인들은 장끼가 까투리의 꿈 해몽 하듯 아전인수로 해석해 온갖 궤변이 난무하고, 이를 제작하여 방영한 공영 방송국은 그 인기를 틈타 국민을 상대로 이 참에 수신료 인상을 노리고 있다. 곡명과 같은 이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한 반도체 회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참으로 얄팍한 세상 인심에 헛웃음만 나온다.

이 가사는 가수가 힘들었던 시절, 제비꽃, 들국화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자기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답답한 신세를 한탄하며 쓴 것이라고 한다. 작자의 의도와는 달리 이 노래를 나름대로 견강부회하고 호도하는 사람들은 아폴로 신전앞에 새겨진 글귀인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를 모르는가, 잊었는가?

훈장을 수여 하려 했지만 달고 다니기가 무겁다고 거절했고, 제의를 받은 벼슬 자리는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지만 죽어도 오고 마는 내일이 두렵다며, 이왕 가는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을 끌고 가자고 한다. 자기는 이제 내려 올 시간과 자리를 찾고 있다고도 했다. 자기의 직분을 알고 모진 세파도 허허롭게 한바탕 웃음으로 건너는 인생의 달관자인 듯하다.

“우린 지금 모두들 코로나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며 살고 있는데 테스 형에게 세상이 왜 저러냐고 물어봤더니 그이도 모른다고 하더라.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 테스 형이야 말로 집안에서는 악처에게 시달리고 시민 법정에서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신성을 모독했다는 가당치 않는 죄를 뒤집어쓰고 끝내는 독배를 들지 않았던가? 인간이 군중 심리에 사로잡히면 IQ가 80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나훈아는 올 추석에 국민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고 잠시나마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삶은 점점 팍팍해 지고 있는 이때, 그는 우리의 가슴에 파고들어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밭가는 농부에게 물어보라, 시장 안 상인들에게 물어 보라. 입만 열면 '국민'을 들먹이는 이들의 말을 어느 한 사람이라도 믿고 희망을 보았다고 하는가를, 그들에게서 이처럼 힘을 얻었다고 하는가를 말이다.

노래 중간에 그의 멘트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미리 편집될 줄 알고 출연료를 받지 않을 터이니 짜르지 말고 자기가 말한 그대로 내 보내라고 했단다. 그는 진정 이 시대의 문화 영웅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떠한 역경에도 의기소침하지 말라.'고 했지. 그렇다. 영화도 고난도 한 순간의 꿈이다. 당면한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내자. 두려워 하면 지는 거다.

'아! 테스 형’을 다시 들어 본다. “먼저 가 본 세상 어떤가요, 가보니 천국은 있던가요, 테스 형,”이라는 구절이 애절하다.  훈아 형! 그래서 그 답은 들으셨나요?

이정재 시니어기자
이정재 시니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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