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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봇뱅마을은 강폭이 넓은 편이 아님에도  제대로된 다리가 없어 나룻배가 주요 교통 수단이었다. 밤에는 배가 다니지 않아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도시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
캄보디아 봇뱅마을은 강폭이 넓은 편이 아님에도  제대로된 다리가 없어 나룻배가 주요 교통 수단이었다. 밤에는 배가 다니지 않아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도시로 나갈 방법이 없었다.

# 캄보디아 남부 연안에 위치한 항구 도시 시아누크빌의 봇뱅 마을(Botveng village)은 2년  전만 해도 강으로 고립된 마을이었다. 전기가 없었고 260여 명의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빗물을 받아먹고 살았다. 

하지만 2019년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이하 국과회)가 이곳에 태양광 시설과 정수 시설을 설치해 마을 주민과 학생들은 전기를 사용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다리도 건설해 마을 주민들이 더 이상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지 않아도 된다.

국과회는 개발도상국에 필요한 적정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비영리단체다. 회원 수는 4500여 명으로 과학자들뿐 아니라 기업인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일반인과 후원자들로 구성돼 있다.

 김용수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회장(중앙)/ 국과회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셜미디어팀을 구성하고 '적정하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유투브 채널을 운영중이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소셜미디어팀을 구성하고 '적정하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유투브 채널을 운영중이다. 왼쪽 네번째가 김용수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회장.

“국과회는 문명에서 배제되고 뒤처진 사람들에게 누군가는 나서서 기술 문명의 혜택을 나눠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네트워킹 단체입니다. 물론 국내에도 소외된 사람들이 많지만 저희는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에 집중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은 국제기구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젠 우리가 돌려줘야 할 때인 거죠.” - 김용수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회장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 품는 포용적 과학기술 지향

5G와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이 주는 유익함과 편리함의 혜택을 누리는 인구는 전 세계의 약 10%뿐이다. 국과회는 여기서 소외된 나머지 90%도 함께 품어주는 포용적 과학기술을 지향하는 뜻에서 '국경없는과학' 이란 이름을 붙였다. 

 

적정기술로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된 개발도상국 아이들. 애들은 양질의 물을 마시게 되면서 배앓이나 피부병등이 많이 사라졌다.
적정기술로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된 개발도상국 아이들. 애들은 양질의 물을 마시게 되면서 배앓이나 피부병등이 많이 사라졌다.

“포용적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적정기술은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나온 중간 단계의 기술로 첨단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부족하고 엉성해 보입니다. 그러나 큰 자본이 들지 않아  이 기술을 잘 활용하면 제3세계 나라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첨단 정수기는 깨끗한 물 차원을 넘어 맛있는 물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에겐 우선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이 중요합니다. 전기가 없는 곳엔 전기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정수기어야 하고요.”

빗물을 마셨던 봇뱅 마을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선물한 주역은 국과회 회원사 중 하나인 ㈜필로스다. 필로스는 최첨단 정수기에 들어가는 멤브레인 장치를 만드는 회사이지만 제3세계를 돕겠다는 뜻을 갖고 저렴한 역삼투압 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 덕분에 밀물 때면 바닷물이 들어와 염분기가 가득했던 지하수를 정화해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혼자서는 안돼

국과회가 수행하고 있는 캄보디아 고립 마을 주민 지원 사업은 삼성전자와 사랑의 열매 후원을 받아 3년간 지속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식수, 양계, 에너지, 교량 건설 등 4개 분야에서 전문가팀들이 협업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사)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깨끗한 물과 위생,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위해 관련 전문인들과 기업간 협업으로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깨끗한 물과 위생, 개발도상국의 빈곤 퇴치를 위해 관련 전문인들과 기업간 협업으로 효율성을 높여가고 있다.

“제3세계에 가면 필요한 것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물 관리를 위해 갔는데 가보면 ‘아파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하는 사람들이 눈에 보여요. 난 물 문제를 해결하러 갔으니까 그것만 하고 오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래선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1차 연도에 식수 설비와 태양광 시설 그리고 교량 건설로 물과 전기, 고립 문제를 해결한 국과회는 올해에는 비영리재단 굿파머스와 함께 양계장 설립과 기술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 이전에서 판로 개척까지

김 회장은 “가난한 나라일수록 축산 분야 적정기술이 0순위로 가장 필요한 분야”라고 진단했다.

“캄보디아에 짓고 있는 축사는 한국의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초반의 양계 기술입니다. 한 축사에 1000수 정도를 방목해 키우고 유통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죠. 제3세계에 현대식 닭공장을 지어주면 십중팔구 망합니다. 공장을 지어준다 해도 이를 운영, 보수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양계장 건축 공사 현장.  여기서 키운 닭과 계란은 캄보디아 소재 라이프대학 경영학과가 나서서 판로를 지원한다.
양계장 건축 공사 현장.  여기서 키운 닭과 계란은 캄보디아 소재 라이프대학 경영학과가 나서서 판로를 지원한다.

그는 “닭을 키우고 계란을 생산해도 판로가 없으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면서 “공적자금개발(ODA) 사업의 완성은 판로 확보를 통한 소득증대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소득 연계는 필수입니다. 과학기술이 삶의 질을 올려줬다고 하지만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무너집니다.

국과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캄보디아 현지 파트너인 라이프대학과 업무협약을 맺고 그 대학의 경영학과가 나서서 계란과 육계의 유통을 책임지는 구조를 마련했다.

 

국제협력 사업에서 민간 참여 높여야

김 회장은 약 3조 원 규모에 이르는 한국의 ODA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민간 분야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ODA 사업은 자본·기술과 함께 사람이 따라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를 지어주면 교육도 시켜주고 교구도 갖다주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5년이고 10년이고 같이 하고 빠져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민간 분야 참여가 필수입니다. 국가 공무원들이 계속 상주할 순 없으니까요. 국가가 주도하는 영역에서 민간 영역의 비중을 높여야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설비로 빛을 선물받은 학생들. 학생들은 쏠라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흐린날이나 비오는 날 등 특히 어두운 날씨에 전등을 켜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태양광 설비로 빛을 선물받은 학생들. 학생들은 쏠라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흐린날이나 비오는 날 등 특히 어두운 날씨에 전등을 켜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국과회는 현재 물· 에너지· 농업·ICT· 교육· 보건· 의료 부문 등 10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또 적정 기술이 필요한 현장과 과학기술자들을 연결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8곳에 진출한 적정기술 거점센터를 중심으로 현지인들과의 교류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특히 국제 협력 부문에서 막 은퇴가 시작된 나이의 시니어 세대들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시니어 그룹들은 후진국에서 태어나 이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경험이 많은 세대들입니다. 그래서 후진국에 가면 뭐가 필요한 지 보여요. 이 세대들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사회적 기업 및 협동조합을 포함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교육 및 봉사활동, 공모전 등을 통해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여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iCOOP 생협은 국과회의 오랜 파트너이다. 아이쿱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돈보스코기술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iCOOP 생협은 국과회의 오랜 파트너이다. 아이쿱의 지원을 받아 캄보디아 돈보스코기술학교에 정수기를 설치했다. 

국과회는 2014년부터 (재)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아이쿱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생수병 마개로 사업 기금을 조성하고 개도국에 소규모 정수 처리 패키지를 보급하는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각각 40개의 소규모 정수 처리 패키지와 물 공급 설비를 설치해 약 1만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다.

 

가장 도와주고 싶은 곳 .. 북한

김 회장은 적정기술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원자력공학 학자다. 기독교 신자인 그는 선교봉사활동을 하면서 너무나 가슴 아픈 상황들을 자주 목격했고 적정기술에 눈을 돌리게 됐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설립해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해외봉사단 교육등을 진행하며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는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설립해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해외봉사단 교육등을 진행하며  적정기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과학자로서 우리가 한 일이 그 지역의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때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때론 힘들 때도 있지만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그는 적정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가장 도와주고 싶어 하는 대상은 북한이라고 귀띔해 줬다.

“캄보디아에 30명이 한번 왔다 갔다 하면 항공료만 3000만 원이 들어요.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북한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거긴 버스 한 대만 있으면 돼요. 제가 몸담고 있는 한양대학교의 설립자분이 함경도 출신이라 그곳에 적정기술로 마을 회관도 짓고 원격 진료도 해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벽에 부딪혀 실현이 안됐습니다. 정말 가슴으로 품어주고 도와주고 싶은 대상인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

사진 제공=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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