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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왔다. 기업들 역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도약에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간 사회적경제 분야는 IT, 과학기술 분야에 접근성이 낮았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은 과학기술인협동조합 지원센터(SETCOOP)와 공동주관으로 ‘2020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공모전’ 하위 분과로 '기술기반 사회적경제 비즈니스 협업모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의 역량 강화와 외연확장을 목표로 과학기술 분야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이 보유한 기술 수요를 오픈하고 해결방안과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제안받고 있다.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 창업기업의 기술 수요를 분야별로 나눠 소개한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키오스크. 오프라인 지점 없이 금융 거래를 하는 온라인금융,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는 반려로봇…

불과 10년전만해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기술에 기반한 제품·서비스는 일상 속 당연한 것들이 됐다. 사람들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제품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삶의 질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기술을 필요로 한다. 최근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불편한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사소한 일상에 과학기술을 더해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을 활용해 버스승강장 발열의자를 만들고, 외부활동이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해충 방지 옷을 개발하기도 한다. 재사용 생리대로 여성 청소년들의 생리대 보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도 있다. 

불편한 세상을 편리하게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3개의 사회적경제 기업을 소개한다.


#사례1:해충 접근 막는 LED 옷(의류)

준준팜이 개발 중인 해충방지 조끼./사진=준준팜
준준팜이 개발 중인 해충방지 조끼./사진=준준팜

외부 활동을 할 때 가장 골칫거리는 해충이다. LED를 활용해 해충을 잡는 제품이 있긴지만, 주로 가정이나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용도다. 더구나 농업 종사자를 위한 해충 방지 제품은 부족한 상황이어서 농민들은 해충 방지를 위해 농약이나 해충기피제를 뿌리는 등 화학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준준팜 주식회사(이하 준준팜)’는 농업 종사자를 위한 해충 피해 방지용 의류를 개발중이다. 595~610nm 대역의 LED를 사용해 해충의 접근을 막는 원리다. 이철기 농업회사법인 준준팜 주식회사 대표는 “농업인들이 여름에 많이 입는 조끼(옷)에 해충이 싫어하는 광원을 내도록 해 해충을 쫒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충 피해 방지용 의류는 광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해충기피제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는게 이철기 대표의 설명이다. 친환경 농업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로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해외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이카의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하면, 해충 때문에 고통받는 국가의 보건환경 개선과 농업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준팜은 섬유공학분야 전문성 확보를 위해 협업사업 공모전에 참여했다. 이철기 대표는 "전기공학이나 광원 분야에는 전문가 그룹이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에 방수 등 주요 기능을 더하면서도 디자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전문성이 필요해 섬유공학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공모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이 대표는 “화학약품 사용을 줄일 수 있으니 친환경 농업을 육성 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아가 낚시, 레저 등을 즐기는 분들에게도 좋은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례2:여성 청소년 보편복지 실현 위한 재사용 생리대

5TECH의 재사용 생리대 제품./사진=5TECH

몇 년 전 한 학생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 대신 사용했다는 ‘깔창 생리대’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생리대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비싸게 책정돼있어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등 공공에서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하는 생리대 가격을 반영하면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5TECH'은 여성 청소년들에게 보편적인 생리대 보급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재사용 생리대를 개발중이다. 실리콘 소재를 적용한 재사용 생리대 프레임과 낮은 가격에 제조 가능한 교환식 흡수재 시트를 조합했다.

5TECH가 개발중인 재사용 생리대는 기존 생리대에서 재사용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구분했다. 재사용 되는 부분은 속옷과 접착하는 부분으로, 소재는 생리컵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리콘 소재다. 신축성과 정형성이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생리대를 사용할 때는 재사용 하는 의료용 실리콘을 속옷에 끼우고 흡수제만 교체하면 된다.

5TECH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5TECH
5TECH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5TECH

5TECH가 개발중인 생리대는 프레임 구매비용 1만원, 흡수재 개당 100원으로 1년 유지비는 5만8000원 정도다. 이는 1명당 지급되는 연 12만6000원의 정부 보조금에 비해 50%도 안되는 금액이다. 예산을 절감해 모든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균등하게 보급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5TECH은 기능과 디자인을 반영하기 위한 제조기술 관련 도움을 받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크게 3가지로 정리해 협업사업 공모전에 참여했다. ①사출성형 방식으로 실리콘 프레임을 생산 하는데, 이때 5TECH의 디자인을 반영하고, 품질에 이상이 없게 하는 방법 ②신소재를 사용해 흡수제 하단 방수막에 공기가 통하면서 방수 기능을 더하는 방법 ③(장기적으로) 한번에 여러개를 생산하는 방법 등 기술력에 대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기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손오택 5TECH 대표는 “재사용 생리대를 통해 여성 위생용품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국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에게 모두 지급하는 보편복지로 확대하는게 목표”라고 전했다.

#사례3:태양광 활용한 버스승강장 발열의자

(주)에코도의 태양광 활용 발열의자. 사진은 의자에 코르크를 씌우기 전 모습./ 사진=(주)에코도
(주)에코도의 태양광 활용 발열의자. 사진은 의자에 코르크를 씌우기 전 모습./ 사진=(주)에코도

추위 등 날씨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에코도는 버스승강장에 설치할 코르크 활용 태양광 온열의자를 개발하고 있다.

태양광 온열의자는 버스 승강장에 별도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에너지를 충전한다. 사람이 의자에 앉으면 압력, 압전센서를 이용해 압력을 전기신호로 변환하고, 태양광을 통해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변환한다. 이렇게 변환된 열 에너지로 의자에 보온효과를 주는 것이다.

태양 에너지를 비축해 사용해야하다 보니 열 효율이 중요하다. 에코도는 협업사업 공모전에서 전문가 도움을 받아 열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화재를 최소화 하기위한 전문기술이 필요해 공모전에 참여했다.

박동현 에코도 대표는 “태양광으로 충전된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여름에 사용할 수 있는 팬(fan)을 설치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만들려 한다. 전기난방필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화재 위험도 적다”고 말했다.

일상속 다양한 곳에 코르크가 활용되고 있다./사진=(주)에코도
일상속 다양한 곳에 코르크가 활용되고 있다./사진=(주)에코도

에코도가 의자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는 코르크는 투수 구조로 돼 있어 열 효율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온열의자 소재로 적합하다. 박동현 대표는 “코르크는 다른 소재에 비해 따뜻한 느낌이라 코르크를 의자로 만든다는 것에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에코도는 이번 제품 개발로 일반 시민들도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면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더 나아가서는 천연 에너지를 사용해 지역 시민들이 공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일상의 불편함

이들 기업은 일상속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더해지면 더 많은 사회적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시민들은 더욱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다. 나아가서는 시민들의 복지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개별 기업의 수요에 대한 해결 방안을 오는 12일까지 공모를 통해 받는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기술문제 및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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