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청년 스스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북아 평화정착에 기여하는 의제 및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직접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 프로젝트는 5개월에서 걸쳐 '온라인 공모 → 오픈테이블 → 최종 발표 → 프로젝트 실행' 등의 단계를 거친다. 최종 선발된 5개팀은 총 3천만 원 내에서 사업개발비를 차등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서울시 청년청이 주최,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가 주관한다.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 소개 화면./사진제공=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 소개 화면./사진제공=오픈랩 프로젝트 웹사이트 갈무리

“통일교육은 재미없다, 부담된다.”

학교 현장에서 통일교육을 진행할 때 학생들의 반응은 “재미없다”가 대부분이다. ‘도덕’ 교과시간에 다루는 내용이니 속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무조건 “통일은 좋다”라고 대답하거나, 정반대로 “착한 건 싫다. 북한을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통일교육을 주도하는 교사들 역시 “부담스럽다”고 호소한다. 특히 20~30대 젊은 교사들 중에는 스스로 통일교육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남북관계를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지난 18일 개최된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오픈 테이블에서는 초등학교 현장에서 보다 재미있고 효과적인 통일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통일교육을 직접 진행하는 초등학교 교사들을 중심으로,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재미없고 부담되는 통일교육…‘보드게임’ 통해 접근해보자

통일교육에 관한 아이디어는 서울 미래별초등학교 현직교사 겸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박사과정 중인 김인의 씨(위에서 네번째)가 제안했다. 이날 오픈 테이블에는 노진호 공감만세 여행사업 이사, 김영진 퍼실리테이터 등이 참여했다./사진제공=공감만세
통일교육에 관한 아이디어는 서울 미래별초등학교 현직교사 겸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박사과정 중인 김인의 씨(위에서 네번째)가 제안했다. 이날 오픈 테이블에는 노진호 공감만세 여행사업 이사, 김영진 퍼실리테이터 등이 참여했다./사진제공=공감만세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는 국내외 청년들이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항구적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의제를 찾고 실험하는 것을 지원하는 행사다. 이번 통일교육에 관한 아이디어는 서울 미래별초등학교 현직교사 겸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박사과정 중인 김인의 씨가 제안했다. 김 교사는 “남한 청소년 대상의 통일교육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통일교육을 어떻게 인식하는 지로 관심사가 넓어져 이번 프로젝트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픈 테이블은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를 주제로, 보드게임을 통해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수학습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안자인 김 교사는 “기존에는 ‘통일한국’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잘못하면 제국주의적 표현이 될 수 있어 ‘한반도’라는 가장 중립적 표현을 썼다. 남북한 학생 모두를 수업 대상으로 염두에 두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정의한 문제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통일교육 낯설고 재미없다면, 통일에 대한 인지나 감수성도 저하돼 통일의식이 저하된다’라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통일이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는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대상이 아닌, 다가올 미래이며 평화라는 추상적 가치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남북한이 아닌 한반도로 접근하고, 보드게임을 통해 관광지‧유적지를 둘러보며, 휴전선 너머 북한으로 떠나는 공정여행의 가이드 돼보기’를 제시한다. 여행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다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북한을 이해하고 편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 교사는 “앞서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은 학생들의 수학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편지를 교류하며 상대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라는 사례를 소개했다. 

“상상으로 배우는 북한→ 직접 떠나는 여행 기획하기”

지난 18일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를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오픈 테이블에 참여한 김영진 퍼실리테이터, 노진호 공감만세 여행사업 이사, 채모 교사, 김인의 교사, 손은혜 교사 등(왼쪽 위부터)의 모습./사진제공=공감만세
지난 18일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를 주제로 진행된 온라인 오픈 테이블에 참여한 김영진 퍼실리테이터, 노진호 공감만세 여행사업 이사, 채모 교사, 김인의 교사, 손은혜 교사 등(왼쪽 위부터)의 모습./사진제공=공감만세

실제 남한 청소년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도는 생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광주교육청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수학여행을 북한으로 간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55.5%가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상상으로만 배우는 북한이 아니라 직접 떠나는 여행을 기획할 수 있도록 도울 때”라는 의견이다.

이번에 제안된 ‘한반도 보드게임’을 통해 △학생들은 북한의 역사 유적지‧여행지‧ 음식 등 여러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조별로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선정한다 △자신들이 가고 싶은 유적지, 맛보고 싶은 음식, 체험해보고 싶은 곳을 직접 기획해 북한으로 떠나는 공정 수학여행의 기획자가 된다 △북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편견을 해소하는 미래 시민으로 자라난다 등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현재 아이디어 단계이기 때문에 보드게임을 제작해 수업에 사용하기까지 다양한 보완점도 논의됐다. 김 교사는 △한반도 지도‧여권‧여행상품 등 요소가 담긴 게임 키트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업 지도안 △북한의 관광지‧유적지‧역사 등을 소개하는 영상 제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은 오픈 테이블 ‘워크시트지’를 통해 추가됐다.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는 제안자인 김인의 교사가 노란색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참여자들이 초록, 빨강색으로 덧붙여 워크시트지를 완성했다./사진제공=공감만세
‘어서와, 한반도는 처음이지?’는 제안자인 김인의 교사가 노란색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참여자들이 초록, 빨강색으로 덧붙여 워크시트지를 완성했다./사진제공=공감만세

서울 양원초등학교, 노원중학교에서 ‘통일전담 교육사’로 일하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 채모 씨는 북한 콘텐츠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남북한을 연결할 수 있는 통일교육 아이디어는참 좋다”면서도 “예를 들어 북한 아이들 수만 명이 모여 집단체조를 하는 영상에 남한 학생들이 큰 관심을 표현하는데, 집단체조가 ‘인권’에 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를 다룰 때 좀 더 세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전 서울 신성초등학교 교사이자 도덕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손은혜 씨는 보드게임이 교육 현장에서 활용되는 방안에 대해 첨언했다. 손 교사는 “먼저 일선 선생님들에게 해당 보드게임이 존재하고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처음에는 무료로 배포하되, 직접 써본 이후에 필요성을 느끼면 유료 자료를 구입하도록 안내한다면 충분히 제품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온라인 수업에서도 쓸 수 있도록 AR(증강현실) 콘텐츠나 QR코드를 활용한 보충 자료 등이 추가된다면 훨씬 풍부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밖에 향후 북한 관련 학자나 보드게임 제작 전문가 등을 초청해 추진단을 꾸려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조우석 전략기획이사는 “북한 관련 학자나 보드게임 전문가 등을 초청해 기획회의를 한다면, 대략적 스토리라인과 포인트를 수월하게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재미와 의미를 갖춘 프로젝트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가 주최하고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주관하는 2020 서울청년평화경제 오픈랩 프로젝트 1차 공모에 선정된 32개팀의 오픈 테이블은 오는 10월 17일까지 온라인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보완 내용을 더해 2차 접수한 이후, 10월 21일 전문위원 심사를 통해 5개팀을 무순위 선발한다.

11월 13일에는 5개팀이 최종 발표를 진행하고, 1~5순위를 정해 300~1000만원 사업비를 차등 지급한다. 12월 이후 각 팀이 사업비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일정을 정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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