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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마트협동조합. 얼핏 들으면 IT기기나 솔루션을 다룰 듯하지만 아니다. ‘스마트’(SMAR)는 ‘Social Mutual ARts’의 약자로, 예술인들을 위한 상호부조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 2월 출범한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사장 서인형, 조합원 수 70명)은 1인 기업처럼 움직이는 예술인 지원이 목적사업이다. 예술인과 프리랜서의 창작 여건 개선과 그들의 안정적인 활동 지원을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벨기에의 프리랜서협동조합인 ‘스마트(SMart)’를 벤치마킹했다. SMart는 벨기에에서 시작 후 유럽 9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우수한 모델이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본업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본업에 수반되는 행정, 생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SMart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지향하는 전형적인 모델이며,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이 모델을 국내에 적용하기 위해 설립됐다.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서인형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이사장./ 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예술인들은 예술이 본업입니다. 본업을 하기 위해서는 계약, 자금, 정산, 세무와 같은 일들이 필수적으로 발생합니다. 모든 예술인들이 이런 일들 때문에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문제를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 제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입니다.”

서인형 이사장은 협동조합 교육과 컨설팅을 계속해오며 협동조합 분야에 종사해왔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오다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인과 교류하며 예술인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어려움과 필요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 초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예술인들과 함께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은 △예술사무 상담 및 대행 △사회안전망 진입 지원 △공연 및 전시 기획 △조합원 교육 △예술인 네트워킹 △장비 및 공간 공유이다. 서 이사장은 최근 들어 ‘예술인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을 모토로 하여 사업을 ▲행정지원 ▲활동지원 ▲생활지원의 세 가지로 재정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지원에는 계약, 세무, 법률과 관련된 예술 사무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해당된다. 활동지원에는 장비, 장소 공유와 지원, 예술인들 간의 교류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 이사장은 특히 예술인들 간의 교류의 장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예술인 식사 모임 ‘먹자!’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12시 30분에 같이 점심을 먹는 것이 핵심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매우 조심스럽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라 소규모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서 이사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당장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확신하며 설익은 밥이 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생활지원에는 의료, 주거 지원과 소액 대출 같은 금융적 지원도 포함된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녹색병원과는 예술인과 예술노동자의 의료 지원사업을 위해, 한지붕세입자협동조합과는 주거취약계층 예술인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치과 진료까지 갖추기 위해 치과와 업무협약을 위해 협의 중이다.

서 이사장이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서 이사장이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소액 대출 사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적 지원을 가능케하기 위한 의지도 엿보였다.

“예술인들이 급하게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있거든요. 조사를 해보니까 돈이 좀 필요할 때 빌릴 곳이 전혀 없다는 경우가 꽤 있어요. 많은 사람이 카드나 대부업으로 빌립니다. 굉장히 안 좋은 구조죠. 신용협동조합이 아니더라도 협동조합 내에서 이런 사업을 해야합니다. 우린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우리 같은 일반협동조합은 금융보험업을 못하도록 법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서는 일반협동조합의 금융보험업 진출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이사장은 악용의 우려 때문에 일반협동조합의 금융보험업을 금지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주와 관련된 집단이고, 조합원의 삶과 생활에 관련된 분야에서 금융보험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경우에도, 소액 대출 사업은 예술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서 이사장은 “일반협동조합의 금융보험업 진출 금지 조항은 장기적으로 법 개선이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강조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법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소액 대출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가능케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금융적 지원은 많은 예술인의 숙원이라,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조합원의 복리 증진과 조합원 수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의 효율성과 예술인들의 더 다양한 필요를 해결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2020년 연말까지 조합원 수 1000명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불 받는 사용료와 더불어 나머지 절반은 정부 보조금 등의 공공 자원이 유입되는 것을 이상적인 수익 구조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불하는 사용료가 수익구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2020년 협동조합 성장기 활성화 지원사업’에 참여해, 로고 디자인과 홈페이지 제작, 홍보 등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지금 예술인들은 뿔뿔히 흩어져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고립되어 있고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협동조합을 통해 본인 옆에 다른 예술가들이 있다는 걸 느끼면서 같이 예술활동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주요하게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예술인들이 어떤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불이익이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구조 조성에 기여할 수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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