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는 최고의 여행을, 여행지에는 최선의 기여를, 자연에는 최소의 영향을”

국내 1호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 변형석 대표(48)는 “공정여행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며 지역 사회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관광’”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자는 물론 여행지 주민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여행이 바로 공정여행이라는 설명이다.

트래블러스맵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공정여행 상품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는 북미를 제외한 전 대륙 상품을 개발해 운영한다.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는 공정여행을 지속가능한 관광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여행은 여행지에 최선의 기여를 제공한다. 트래블러스맵은 유명 관광지보다는 덜 유명하더라도,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시민단체(NGO) 등 지역 활동가들이 활발한 지역을 여행지로 설정한다. 구성도 현지 친화적이다. 지역민이나 지역 커뮤니티가 운영하는 개성이 강하고, 주요관광지 교통 접근성이 좋은 숙소를 먼저 발굴한다. 심지어는 현지 전통 가옥을 개조한 숙소와 계약을 맺기도 한다.

여행 가이드도 현지인이 직접 맡고, 체험상품도 현지 문화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한다. 맛집도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보다는 현지에서 입소문 난 음식점을 발굴해 여행상품에 넣는다. 

변 대표는 여행자에게 공정여행이 유익한 이유로 소규모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트래블러스맵은 15인 미만 여행을 원칙으로 한다. 여행지 환경오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단체관광은 대형버스에 30~40인을 태우고 여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비용문제로 외곽에 자리잡은 대형호텔에 묵는 등 지역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고립되는 경우가 있다”며 “트래블러스맵 공정여행은 한 번 다녀오면 이런 게 바로 여행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소규모 여행은 현지 중심으로 동선을 짤 수 있어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유리하다. 또한 트래블러스맵은 도보이동 및 대중교통 이용 프로그램이 많아 여행자가 직접 여행지를 돌며 지역의 진정한 매력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관광지를 추천해주면 각자 알아서 지역을 찾아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자유여행의 성격도 살렸다. 

여행산업 위기... "국내 공정여행 기업이 뭉쳐 타개할 것"

하지만 최근 여행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공정여행도 마찬가지다. 트래블러스맵도 창립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40억~50억원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내왔으나, 올해 3월부터 여행사업 매출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트래블러스맵은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먼저, 최소화했던 국내 여행 사업을 다시 규모화할 예정이다. 각 지역 관광분야 사회적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트래블러스맵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착한여행과 함께 ‘관광분야 지역기반 정책연계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10개 기관을 육성했고, 올해는 35개 기관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 함께 국내 공정여행 상품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변 대표는 “국내 여행사업은 현지 파트너가 없어 수익성 및 인력문제가 발생해 최소화했으나, 로컬 플레이어를 육성하면 국내 여행사업도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규모 여행을 고집하는 공정여행이 고객들에게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감염위험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비교적 안전한 소규모 여행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트래블러스맵은 정원이 2명인 국내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게 되면서, 비용을 많이 들여서라도 여행을 제대로 가야겠다는 심리가 생기고 있다”며 “니즈에 맞는 고가 럭셔리 여행상품도 개발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변 대표는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와중에 캠핑 등 비교적 독립적인 여행 비중이 이전보다 늘어난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여행지로 자연 친화적이고, 독립적이며 고즈넉한 곳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여행분야 사회적경제기업들과 최근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트래블러스맵은 개발 및 정비를 거쳐 올 가을에 다양한 상품군으로 구성된 국내 여행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트래블러스맵은 지역 공정여행사 창업준비자, 농어촌 사업수행주체 등을 대상으로 공정여행상품 개발 및 비즈니스 운영 역량 함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트래블러스맵

"트렌드 변화에 맞춰 여행 생태계 조성해야“

트래블러스맵은 2009년, ‘기타형’으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당시에는 공정여행이 그만큼 생소했음을 알려준다. 현재 트래블러스맵은 ‘창의·혁신형’으로 등록돼있다. 생소했던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을 혁신적으로 구현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을 1.5세대 사회적기업가라고 소개한 변형석 대표는 창업 이전에는 대안학교 하자센터에서 교사로 일했다. 트래블러스맵은 하자센터가 2009년 설립한 ‘여행 협동조합MAP’이 시작이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여행하며 교실 안에서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이 해결되고,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로드스콜라’라는 여행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변 대표는 여행의 세계적인 트렌드는 이미 바뀌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관광의 시조였던 토마스 쿡 여행사가 작년에 폐업하고,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으로 지역 생태계가 망가지는 문제가 대두되는 등 최근 여행 방향성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며 “여행 트렌드는 공정여행과 비슷한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구조는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트래블러스맵이 지역주민들이 관광객을 반기는 구조를 만들어 내면 트렌드에 부합하고, 지역에도 도움되는 건강한 여행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 관측했다. 

변 대표는 2014년에 네팔에서 마을단위 CBT(Community Based Tourism)를 조성해 현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를 들려줬다. CBT란 지역 기반 여행의 약자로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여행상품을 말한다. 변 대표는 “당시 우리 회사가 마을 단위에서 지역주민 대상으로 홈스테이부터 숙소 관리법, 관광객 선호음식 개발 등 여행자들을 맞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진행했다”며 “현지에 여행 인프라를 확충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공정여행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해외 여행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현지조직 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여행지 추천, 식당 예약 등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내자이자 신뢰할 수 있는 여행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합작회사 설립으로 현지 일자리를 만들고, 여행자들의 자유여행 수요도 맞추는 일석이조 효과도 노린다. 일종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인 셈이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트래블러스맵은 네팔 ASTR프로젝트(Asian Sustainable Tourism network for Returning migrant workers)를 통해 귀환 이주노동자의 재이주 노동 악순환을 방지하고, 자국에서 자립할 수 있는 직업 창출(공정여행기획 및 창업)을 위해 아시아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했다./제공=트래블러스맵

사회적경제계 대표활동가 역할도

지난 5월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이하 한기협) 상임대표 임기를 마친 변 대표는 지난달 6일에는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을 맡았다. 사회적경제계 대표활동가로서 역할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사장 재임기간동안 그간의 사회적경제 성과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낸 다양한 사회적경제 성과를 잘 정리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준비나 구상단계에 그쳤던 고민을 전면화해 시민들이 사회적경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활동들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서울시 각 자치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서울시 광역단위에서 해왔던 업무를 기초단위에서 직접 담당하며 각 자치구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대전환과 사회적경제' 대토론회에서 변형석 트래블러스맵 대표 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변형석 대표가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파트너십이 핵심”
아무리 완벽한 기업도 기업 활동을 오로지 혼자서 수행할 수는 없다. 시민, 정부, 기업 등의 다양한 고객과 투자자, 금융기관, 지역사회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 뿐만 아니라 밸류체인 상의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 없이 기업을 규모화할 수는 없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목적에 동의하는 다양한 우호적 파트너들과의 신뢰기반 협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소셜임팩트를 최대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상호 협력과 협동의 결과가 어떻게 윈윈(Win-Win)의 긍정적 피드백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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