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은 가치를 전파하는 중요한 도구다.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전파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로운넷이 전달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롤 모델인 거장 스코세이지 감독의 말을 빌려 한 말이다. 그렇다면 끼리끼리 주고받는 뒷담화도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김준영 닛픽 대표는 학창 시절 고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2013년 노량진 고시촌에 둥지를 틀었다. 

 

“ 고시촌 사람들은 예민한 편이에요. 그래서 칭찬보다는 불평을 많이 하죠. 가령 주변 맛집을 소개하기보다는 여기는 절대 가지 말라는 식으로요.”

 

스터디 그룹 5인이 시작한 온라인 뒷담화는 입소문을 타고 급격히 늘어나 회원 수가 100여 명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덮밥집 사장이 밴드에 가입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골목가게  비평가가 되다

 

김준영 닛픽 대표. 회사명 닛픽(NITPICK)은 '별 것 아닌 것에 트집잡다' , '하찮은 일에 끙끙앓다'라는 뜻이 담긴 영어 단어로 사소한 불만도 잘 모으면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는 회사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상처를 드릴까 봐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사장님이 ‘24시간 점포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고객의 불만을 들을 기회가 없다면서 자신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정보’ 라는 거예요. 마침 고기에서 잡내가 난다는 불만 글이 올라와 알려드렸고, 사장님은 그날 입고된 고기를 납품한 업체에 연락해 고기를 바꿨어요. 그렇다고 음식값이 올라가진 않았기 때문에 손님은 같은 가격에 더 질 좋은 음식을 먹게 됐죠.”

 

덮밥 집 사장은 새로운 메뉴가 나올 때면 피드백 정보를 요청했고 식당을 찾으면 답례의 뜻으로 김 대표에게 계란 프라이를 사이드로 얹어주거나 음료수를 사이즈업해 줬다. 재미 삼아 시작한 뒷담화들이 적절한 곳에 쓰이면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 맛있다는 말만 빼고 무엇이든 이야기해달라고 했어요. 실력을 올려주는 비평이 필요하다고요. 더 나아가 다른 소상공인들에게도 알려주면 유익하겠다고 해서 노량진 일대 상점들의 불만 사항을 정리해 전달했어요. 졸지에 골목가게의 비평가가 됐죠.”

 

재미가 ‘일’이 되다

 

한때의 해프닝으로 잊혔던 일이 다시 빛을 발한 건 4년 후다. 2017년 호기롭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는 판교의 스타트업 캠퍼스에 지원했다. 6개월간 창업 수업을 받으면서 실력을 다졌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최종 평가 때 입상하면 상금도 주고 입주할 공간도 주는데 고배를 마셨어요.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점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에 한 번 더 시장에 부딪혀보기로 했죠.” 

 

닛픽 공동 설립자 3인. 왼쪽부터 남재홍, 김준영, 조재원. 이들은 창업 캠퍼스에서 만나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위기의 순간 때 마다 대표의 뜻을 존중해주고 먼저 도움의 손을 내밀어 줘 무척 든든하다"고 말했다. 

 

창업캠퍼스에서 만난 3명이 팀을 이뤄 열열 작업을 하는 동시에 그는 2018년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 입학했다. 

 

“ 교수님들이 굳이 맨땅에 헤이딩 하지 말라며 알짜 정보를 주셔서 정부 지원 사업에 응모했고 이를 마중물로 2018년 8월 불편함이란 앱을 출시했습니다.”

 

당신의 불만을 삽니다

 

닛픽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공유하고 판매까지 할 수 있는 경험 공유 플랫폼이다. 

 

“ 운이 좋았어요. 매일 평균 2000개의 어플이 쏟아져 나오고 한국인의 경우 평균 9.8개 정도의 앱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지도나 카톡·노래·사진·유튜브·페북 같은 기본 앱만 깔아도 금방 10개가 차는데 선택받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거든요.”

불편함은 앱 이용 순위가 평균 10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앱 출시 1년 반이 지난 현재 다운로드 건수는 20만 건. 한때 애플 소셜 분야에서 1위를 한 적도 있다. 재방문율(일주일 안에 다시 방문하는 횟수)도 25~30%에 이른다. 한 달 평균 계속 활동하는 이용자 수(MA)는 5만 명에 이른다. 

불만을 적는 카테고리는 10개가 넘고 등록된 브랜드 수는 2000개가 넘는다. 불만만 적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제시하면 더 높은 가격에 불만을 팔 수 있다. 영수증 첨부가 필수는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하고 있다.

 

불만 글이 기업에 판매되면 당사자에게 알려줍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얻는 것 이외에도 그 뒷단을 궁금해합니다. 내 불평이 과연 긍정적으로 수용됐는지 말이죠.

 

블록체인 기술 접목 신뢰성과 익명성 확보

 

 불편에 대한 가치는 다른 이용자들의 추천수, 
영수증, 정보의 상세성등을 반영해 매겨진다.

 

불만이 채택되면 토큰을 지급해 준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된다. 

 

“ 칭찬이 아니라 불편함을 적다 보니 익명성을 원하더군요. 반면에 불만을 사려는 기업들은 이 데이터가 믿을만한 정보인지 의심을 품습니다. 익명성과 신뢰감이 만날 수 있는 접점으로 데이터의 저장 시점과 작성자에 대한 완벽한 추적 가능성을 제공해 주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켰습니다. 추적 가능성이란 길을 알려주는 것이지 그 길의 끝 지점을 알려주진 않기 때문에 작성자는 익명성을, 기업에겐 신뢰감을 주게 되죠.” 

 

닛픽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그라운드X'와 협업해 불편함의 신뢰성과 익명성을 강화했다.

 

불편함이 풀어낸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

 

불편함이 이끌어낸 사회 변화를 묻자 김 대표는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고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소비자가 왕’이라고 하지만 막상 피해를 입었을 때 제대로 보상을 받기가 힘듭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학조사 보다는 유사 피해자를 찾아 나섭니다. 저희가 그동안 모은 데이터는 글자 수로만 따지면 6억 자가 넘고 주제도 다양해서 한두 개쯤은 걸립니다. ”

 

닛픽은 아름다운재단과 민간 소비자 단체들과 협업해 불편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닛픽은 지난해 5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특정 단어에 대해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보고자 공동 캠페인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고아, 기부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정서적 불편함을 떠올려보고 그 원인을 추적해 불신과 오해를 풀어보자는 뜻이다. 닛픽은 모은 데이터들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고 그 양에 비례해 블록체인 기술 업체 ‘그라운드 X’가 매칭 기부를 했다.  

 

“ 우리는 데이터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는 회사이지만 비영리재단에는 그냥 드리고 있어요. 허준 만화를 보면 가난한 사람에겐 침 한방에 100원인데 부자들한테는 100만 원을 받았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데이터 기부는 우리가 소셜벤처임을 제일 잘 드러내 주는 색깔이 아닐까 합니다.” 

 

두 번째는 기업들이 고객들의 잠재적 불만을 일찍 파악해 조치를 취함으로써 대형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와튼 스쿨에 따르면 불편을 겪은 소비자 가운데 단 6%만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94%는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닛픽은 영등포구 중소기업 창업지원센터(경인로 775) 4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편을 수집한다는 점이 일반 고객센터랑 다른 점입니다. 기업이 알고 있는 것 말고도 실제 존재하는 잠재적 불편러들의 불만을 이끌어 내겠다는 거죠. ”

 

김 대표는 특히 자사 이외에 경쟁사인 타사에 대한 고객 불만사항을 알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장점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사회적 현안들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 사회 변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한 성폭력 피해자 여성으로부터 이멜을 받았다. 

 

“ 성폭력 신고를 했는데 해당 관청의 반응이 미지근했고 이 과정에서 2차, 3차 피해를 봤다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이 내용을 기반으로 카드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했고 해당 지자체에 이런 글이 올라와 이슈가 되고 있으니 재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답신을 받았다. 그 여성은 “하도 속상해 하소연했던 건데 닛픽 덕분에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사과도 받았고 재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돼 고맙다”라는 편지였다. 닛픽은 이번 선거 때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등이란 사회 이슈 카테고리를 만들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불편함의 카테고리는 소비자 분야뿐 아니라 사회 이슈 분야로 넓어지고있다.
위 사진은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됐던 불편함 사례들이다.

 

“고객 관리 통합 시스템을 꿈꾼다”

 

불편함에 쌓인 데이터들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들은 해당 브랜드의 고객 관리와 마케팅팀, 컨설팅업체, 홍보대행사들이다. 분야별로는 식음료인 F&B 분야가 많다. 최근에 가전제품 분야도 신설했다.

 

“ 궁극적인 목표는 닛픽이 통합고객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 겁니다. 모든 기업의 담당자들이 참여해 댓글을 직접 달아주면 좋잖아요. 불만이 쌓여 이슈화돼고 대규모 리콜 사태로 번지면  젤 피해를 보는 건 기업들입니다.”

 

불편에 관한 빅데이터는 특히 컨설팅을 받거나 고객관리팀을 두기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 폐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 할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피해 이전의 불편이라는 시그널을 모으다 보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면서 “ 불만을 DB화하면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었을 때 유사 피해자 찾는 데 도움이 되고 기업들은 더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어 좋다”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소상공인은 고객센터를 구축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불만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주분들을 위협하려는 게 아닙니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외면하지 않음으로써 매출이 올라가게 되고 소비자 역시 똑같은 돈을 내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 아닐까요? 이것이 우리가 낼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아닐까 합니다.” 

 

 사진 제공: 닛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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