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월 23일부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센터의 사업을 정리했나.
A. 센터 사업은 크게 상담, 교육, 경영지원과 시민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홍보 사업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은 상담지원이다.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이것은 교육지원과 경영지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상담, 교육, 컨설팅, 홍보 등 각 부서간의 장벽 없이 전체의 일로 생각하되, 업무로써 일을 수행한다고 생각하라'고 독려하면서, 전 직원이 상담역량을 갖추도록 해 누구나 상담이 가능하게 한다. 15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자연스레 이해가 되고, 센터 이용률과 재이용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Q. 협동조합이 많이 설립되는 추세다. 설립해 놓고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어 “너무 쉽게 설립할 수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 ‘협동조합 설립이 쉽다’는 것과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잘 운영되지 않는다’는 말은 오해다.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의 생존율을 봤을 때도 일반 기업에 비해 협동조합의 생존율은 높은 편이다. 캐나다 퀘백 등 협동조합의 역사가 긴 해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반 기업이 비해 협동조합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만, 이제는 ‘준비된 설립’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센터에서도 준비된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입문교육과 기초교육을 진행한다. 서울 자치구 센터장들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필요하면 찾아가거나 강사를 파견한다.
설립이후에도 잘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 생존율도 절대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높은 것은 아니기에 그동안 지역 중심으로 맺어왔던 관계는 업종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는 센터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어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등 당사자협의회와 자치구 센터 등과 협력해서 진행하려 한다.
Q. 협동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A. 협동조합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비즈니스모델, 마케팅 등 다양하다. 그중 반드시 하나를 꼽아야 한다면 '필요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들고 싶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필요에 기반한 사업조직이기에 구성원이 협동조합을 하려는 이유와 필요를 명확히 해야한다.
만약 위기가 생겼을 때 기업이 자금으로 위기상황을 해결한다면 협동조합은 협동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 이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필요’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요는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필요와 비즈니스,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협동조합 연구자로서 필요를 선택하겠다.
Q. 협동조합 성공 사례로 유럽 등 해외 사례가 종종 거론된다. 해외 성공사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발전 상황을 진단해 달라.
A. 영국의 협동조합은 ‘오래된(old)’ 느낌이다. 예를들어 1844년 영국에 로치데일이 만들어지고 20세기 초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지나면서 냉장고,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식품의 보관과 이동이 쉬워져 사람들은 로치데일이 아닌 집앞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유럽 생협에 타격을 줬고, 유럽의 협동조합은 잊혀졌다. 이후 유럽에서는 협동조합의 본성을 갖고 있되,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처럼 다른 형태의 사회적경제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협동조합은 역사가 길지 않지만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6~7년 사이에 약 1만 7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는데, 세계적으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사례가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 해외에서 오히려 이런 우리나라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Q. 올해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ICA 2020이 해외 연구자들이 한국 사례를 접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ICA가 어떤 행사가 되길 바라는가.
A. 1995년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 이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협동조합 정체성이 유효한지를 살펴보고, 한국과 전 세계 사례를 통해 향후 협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의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 이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도 의미가 있다.
Q.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A. 앞서 언급했듯 '쉬우면서도 준비된 협동조합 설립'을 유도할 것이다. 또 더 많은 협동조합이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당사자 조직과 서울 자치구 센터와 협업하고, 개별협동조합은 물론 규모화 된 협동조합을 지원할 것이다.
또 시(市 )예산 외에 기업의 사회가치(공헌)예산 등 사회적 자원을 잘 연결해 협동조합의 경영 지원을 도울 것이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과, 협동조합과 정부, 협동조합과 기업을 네트워킹 하는 역할도 잘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전에는 협동조합 연구자였고, 협동조합 경영자였다면,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네트워커가 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전에 연구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제부터는 자원을 어떻게 연계해야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현장에서 보고 경험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종사자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A. 일반적으로 시민들이 생각할 때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민주적으로 운영이 가능한가”에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사공이 많아 배가 빨리 갈 수 있다. 필요와 목표, 방향이 일치 하면 배는 빨리 갈 수 있다. 협동조합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믿는다.
기업은 대표가 미션, 비전, 계획을 설정하기 떄문에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대표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기에 집행에는 많은 시간이 든다. 반면 협동조합은 모두가 주인이기에 의사결정 시간이 길지만 집행은 효율적이다. 무엇이 나쁘고 좋다의 개념이 아니라 협동조합과 기업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민들이 이 차이를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기업을 움직였으면 한다.
사진. 진재성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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