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움직여서 설마 하며 열어봤는데, 살아 있는 강아지였어요.”
지난 2일 강원도 태백시에서 강아지 2마리 산 채로 마대자루에 담겨 유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월 말 태백에서 쓰레기봉투에서 강아지가 발견된 지 며칠만의 일이었다. 겁먹은 채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작은 생명들을 보고 있자니, 벌컥 화가 나고 눈물이 핑 돌다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쓰레기봉투 속 강아지를 보며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이 떠올랐다. 2019년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26.4%로, 넷 중 한 가구는 동물과 산다. 동물 보호?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이 변화하자 국가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했다. 그런데 산 채로 버려진 강아지들에게 여전히 ‘보호’나 ‘복지’란 너무 멀고 아득한 일 같았다.
사실 한국에서 강아지가 버려진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국내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12만 1077마리로, 이 중 개가 9만 1797마리(75.8%)를 차지한다. 3만 3422마리(27.6%)는 입양됐지만, 2만 4509마리(20.2%)는 안락사됐고, 질병?상해?노화로 2만 8890마리(23.9%)는 자연사했다. 절반 가까이가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으며, 집계되지 않는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이번 ‘동물복지 종합계획’에는 여러 과제가 담겼지만, 유기동물을 줄이려는 노력에 방점이 찍혔다. 앞으로 동물 소유자의 교육을 늘리고,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 쉽게 사고파는 시스템 개선을 위해 영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온라인 판매?홍보를 금지한다. 불법 생산?판매 근절을 위해 반려동물 이력제도 도입한다.
한편에서는 정책을 넘어 헌법과 법률로 동물보호를 법제화하자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동물에 관한 언급이 없고, 민법에서는 동물을 생명 없는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한다. 독일?스위스는 동물 보호책임과 존엄성을 헌법에 명시했고, 오스트리아?프랑스는 민법에 동물을 ‘생명’으로 규정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이를 반영한 헌법 개정안,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이니, 비록 살아있더라도 쓰레기처럼 유기해도 괜찮은 걸까. 태백에서 발생한 사건기사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은 “버린 사람을 처벌하라”며 분노하고 있다. 이번 동물복지 종합계획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생명들을 살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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