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린 이노마드 대표가 '지속적으로 경계를 붕괴하는 것'을 주제로 강연하는 모습.

텀블러 비슷한 크기의 수력 발전기를 만들어 환경을 살리는 사업가가 있다.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다. 박 대표는 타작마당에서 열린 여성 공학인들의 미니 토크쇼 ’공학하는 언니들의 공생공사’ 행사 강연을 통해 “직접 공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정의의 범위를 무너뜨리고 학문의 경계를 허물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회사 ‘이노마드(enomad)’는 ‘에너지(energy)’와 ‘유목민(nomad)’의 합성어로서 ‘움직이는 발전기’라는 뜻을 가진다. 이노마드의 제품인 소형 수력 발전기 ‘우노’는 일반적인 전력 시스템을 축약해 만들어졌다. 텀블러 크기라고 얕보면 안된다. 흐르는 물이 터번을 돌려 전력을 만드는 구조 전체가 구현된 것으로, 생성된 전력이 배터리에 다른 송신장치를 거치지 않고 자동 저장된다.

박혜린 이노마드 대표가 에너지원으로서 물을 주목한 이유는 화력발전의 ‘미세먼지’와 전력낭비 문제 때문이다. 그는 “LED 전구 하나를 켜기 위해서는 1.5 리터(패트병 용량)의 석탄이 필요하지만, 지역에서 만들어진 전력이 이 곳까지 오는 송신 전체 과정을 고려하면 패트병 10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력의 90%는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니 쓰는 전기보다 공중에 버리는 전력 낭비가 심각한 것이다. 중앙집중형의 전력 공급 방식을 개인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는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필요한 만큼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프라도, 자금력도 부족했던 29살에 수력발전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미국 NGO 대표를 만나며 발전기의 필요성을 느꼈다. 아프리카에 스마트폰 보급률이 86%가 되는데 전력이 없어서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미국 60여 곳의 캠핑장을 방문해 300명 정도를 인터뷰했다. 사용하기 쉽고 휴대하기 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이동형 소형 수력 발전기인 지금의 ‘우노’가 탄생할 수 있었다.

우노를 구성하는 플라스틱은 100% 재활용 가능하며 탑재된 회로에는 납이 없다. 이 점이 높이 평가돼 우노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박 대표는 "파나고니아 자체 브랜드 외에 외부 제품으로는 첫 입점으로 알고 있다"며 "독일 뭰헨에서 열린 '스포츠용품 박람회(ISPO2020 Munic)에서 '올해의 제품'으로 선정돼 자동차 롤스로이스의 지속가능한 브랜드 파트너로 들어가게 됐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제품 하나를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전 과정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전력낭비를 줄이게 되는 효과, 전력이 필요한 곳에서 쉽게 전력을 만들어 사용하게 되는 소셜 가치가 구현된다"는 박 대표의 설명이 수긍가는 대목이다.

작년 9월에는 우노 100대를 한강 하수구에 설치하고 4시간 동안 생산된 전력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국내 행사를 열었다. 시민들은 밤바람 부는 뚝섬에서 영화를 보며 지속 가능한 수력 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이노마드는 앞으로 전기가 부족한 인도나 아프리카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학교가 없는 아프리카는 오히려 스마트기기 보급률이 빠르다"며 "문제는 기기도 있고 통신인프라도 있는데, 전력이 없어 사용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이런 조건이라는 것. "큰 거 말고 소비자가 접근 가능한 1인용 발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도전으로 이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나미비아의 한 친구는 배에 우노를 달고 전력을 충전해와서 그것을 되파는 사업까지 한다”며 우노가 아프리카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아시아에서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교육과 기업 연계 워크샵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경계를 붕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도전해야 하고 앉아서는 이룰 수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도 중요하지만 엉뚱하고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해요.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이 상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 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는 한국로봇사업협회,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한국플랜트산업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이로운넷이 주관했다. 행사는 여성공학도와 여성창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미래를 향한 혁신적 사고와 도전 정신 고양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한편, 3개 협회는 참석한 청년들에게 신재생에너지 및 플랜트, 로봇 등 미래 산업에 관련된 시장정보 동향 자료를 준비해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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