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를 보면 아메리카 인디언인 체로키족의 추장 ‘구르는 천둥’의 얘기가 나옵니다. “대지는 지금 병들어 있다. 인간들이 대지를 너무도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머지않아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시도로 크게 몸을 뒤흔들 것이다.” “지구는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다…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지구에 상처를 주는 것은 곧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며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가하는 것은 곧 지구에게 상처를 가하는 일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와 나의 문제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구를 함부로 다루고도 내게는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는 무책임한 ‘낙관주의’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둔감한 우리들도 이젠 지구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구와 내가 하나의 공동 운명체임을 자각해야 할 때입니다. [/alert]

채식편 - ③ 어느 육식주의자의 채식 전향기 (끝)

육식, 그 참을 수 없는 무거움

고기는 무겁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무겁다. 1인분의 육식은 약 22인분의 채식에 해당된다. 1인분의 고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22명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자원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아이들은 옥수수죽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리고 있는데, 어느 땅에서는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너른 경작지에 옥수수를 생산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어느 한 곳에서는 소들이 방목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저 평화로운 풍경만 되지 못한다. 소에서 나오는 방귀(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소가 겨우 방귀 혹은 트림 한 번 한 것뿐인데 9개월 동안 휘발유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과 같은 온실 효과를 유발하다니, 이 또한 무거운 현실이다.

소나 가축들이 처한 현실도 무겁디 무겁다. 그들은 ’과학 축산’이란 미명아래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하고, 편하게 쉬어보지도 못한채 덩치만 자라기만을 강요당한채 살다가 죽는다.

photo, ⓒ from Flickr> Skysnow흰눈

“달걀을 살 때 산란촉진제 같은 호르몬제가 들어가있지 않은지부터 살펴요.”

요즘 초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들은 고민이 많다. 나날이 늘어나는 성범죄 등도 문제지만, 성조숙증을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많아졌다. 초등학생 3~4학년 여자 아이들이 생리를 하고 가슴이 커지는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성조숙증은 성장판이 일찍 닫혀 최종키가 작아질 수 있는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성조숙증은 지난 7년간 19배 이상 급증했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성장촉진제를 맞고 자란 가축의 고기가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의 대규모 낙농업의 42%가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일부 소들에게 성장촉진 호르몬제를 주사하는데, 이 우유에는 유방암, 결장암 전립선암과 관련있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소고기에도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귀에 호르몬을 주사하는데 이는 도살 직전까지 계속 되풀이된단다. 이 호르몬제는 도축 후에도 고기에 그대로 남아있어 소아암이나 성인의 생식기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미국공중보건협회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사실 우리가 먹는 고기의 대부분은 행복하지 못한 가축에게서 얻어진다. 닭의 자연수명은 무려 20~30년이나 된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대부분 35일 만에 도축된다. 몸무게가 1.5~1.8㎏가 될 때가 가장 먹기 좋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닭들은 꼼짝도 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만성골다공증과 호흡기 질환, 피부병에 걸린 채로 죽는다.

photo, ⓒ from Flickr> yyskgm
소들 역시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놓아 제대로 걸어보지도 못한 채로 성장한다. 송아지 고기는 또 어떠한가. 송아지들은 연한 고기 빛깔을 얻기 위해 철분을 뺀 대용유를 먹고 자란다. 송아지들은 철분이 모자라 빈혈을 앓게 되는데, 철분을 보충하기 위해 나무 상자를 물어뜯고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들은 햇빛 한 번 제대로 쐬지 못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살다가 결국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른다.

예전 할머니들이 살던 시절 얘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흰쌀밥에 고깃국 한 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옛 시절엔 주로 잡곡밥과 나물을 먹었고, 고기는 잔치나 명절 때나 겨우 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요즘엔 그 반대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식사를 하기가 어려워졌다. 채식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고기를 넣지 않고 조리하는 음식점을 찾는 일이다. 국부터 반찬까지 대부분의 음식엔 고기가 들어간다. 순수하게 나물로만 요리하고, 쌀이 아닌 잡곡으로 음식을 하는 집을 찾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오해를 많이 한다. 키가 크기 위해, 또 기운을 얻기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많이 들었다.

하지만 동물성 단백질만 따로 있는 식품은 없다. 동물성 단백질을 먹으려면 반드시 동물성 지방을 같이 섭취해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 혈관에서 이상이 생기는데 이는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데서 야기된다. 동맥경화, 당뇨, 고혈압 등이 바로 혈관 벽이 두꺼워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피를 맑게 하는 식품, 좁아진 혈관 벽을 넓히는 성분은 식물성 음식에만 들어 있다.

고기를 먹는 각종 부작용은 우리 몸의 건강 차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난 여름에 지독하게 겪었던 더위, 즉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 소의 방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잘 믿겨지지 않지만 이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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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지표면의 1/4이 소를 방목하는 데 사용된다. 소를 방목하기 위해 멀쩡한 산을 방목지로 만들기 위해 일부러 불을 내 나무들을 다 태워버리는 일이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숲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주는 지구의 폐 역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산과 숲이 소고기를 얻기 위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토양침식으로 이어져 홍수를 유발하는 등 각종 환경 문제가 되고 있다.

나무를 베어버리고 소를 길렀을 때 나타나는 지구상의 부작용은 엄청나다. 소 한 마리의 방귀에 포함된 메탄가스의 온실 효과는 휘발유 승용차가 연간 2만 킬러미터를 주행할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75%나 된다. 우리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를 적게 몰더라도, 방목 소에서 나오는 방귀 한 방에 지구는 몸살을 한다는 얘기다.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를 얘기할 때 잘 거론되지 않지만,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네덜란드 환경평가국은 ’식단의 변화가 주는 기후상의 이로움’이란 보고서에서 육식을 절반만 줄여도 섭씨 2도 상승 이하로 기후를 안정시키는 데 드는 비용의 절반을 줄일 수 있고, 완전채식을 할 경우 그 비용을 8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육식은 내 몸을 무겁게 하고, 지구상에도 너무나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육식은 어디로 보나 무겁다. 우리 가볍게 살자!

(*편집자주 :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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