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6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임팩트 투자자,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 관계자 등 100여 명이 모여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했다. ‘로컬임팩트테이블 2020(lit2020)’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강릉과 강원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청년 로컬 크리에이티브 그룹 ‘더웨이브컴퍼니(대표 김지우)’가 주관했다.
lit2020에서 더웨이브컴퍼니는 전국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현황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내놨다. 로컬 크리에이터에 대한 전국적 조사로는 처음이다. 권역별, 업종별로 56명의 목소리를 담아 당사자성에 주목했다.
김지우 대표는 “지역 기반 창업자를 만나는 일이 잦아 강원 지역 현황에 대해서는 잘 아는데, 전국단위로는 감이 잡히지 않아 직접 설문을 진행했다”며 “로컬 크리에이터의 성장을 논의할 때 의미 있는 재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키워드가 등장한 지 아직 3년도 안 됐어요. 그래서인지 각종 로컬 크리에이터 행사를 가보면 장밋빛 이야기만 나오는데, 현실이 그렇게 예쁘지만은 않거든요. 고민도 있고 돈 문제도 있고요. 이제는 진지하게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끌고 나온 더웨이브컴퍼니는 어떤 사람들이 모인 곳일까?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공유업무공간 ‘파도살롱’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밀레니얼, 강릉을 재해석하다
더웨이브컴퍼니는 지역에서 새로운 물결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재작년 2월 시작한 커뮤니티 그룹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3명이 공동 창업한 후, 현재 8명의 밀레니얼 세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함께 지역의 정체성을 발굴해 브랜드로 만드는 사업을 한다. 강원도 출신인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이 반반 섞여 있다. 이들은 경영, 디자인, IT 등 다양한 창업 및 실무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에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낸다.
조직은 크게 로컬 임팩트 팀과 브랜드 팀으로 나뉜다. 주로 로컬 임팩트 팀은 지역 축제, 커뮤니티 등을 기획하고, 브랜드 팀은 지역 기반 브랜드를 만든다. 구성원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다 너무 좋고 성장에 대한 욕심도 많다”며 웃었다. 이어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도 회사와 맞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 회사는 다들 최고의 ‘케미(인물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를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공유업무공간 파도살롱은 커뮤니티 안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사적 공간인 프라이빗 오피스(private office)뿐 아니라, 사무실이나 작업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에브리데이,’ 개인 공부나 작업 공간이 자주 필요한 사람들에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 등 멤버십이 마련돼있다. 1일 이용도 가능하고, 사업장 주소지가 필요한 법인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주소 등록 서비스도 제공한다.
강원도의 도시별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거진 ‘033’도 제작했다. 033은 2000년대부터 사용된 강원도의 지역번호다. 강원도에서 속초, 강릉, 평창 등지에서 로컬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콘텐츠를 종이 매거진, 웹페이지,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볼 수 있다. 강원도 내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는 축제·공연·전시 정보도 소개한다.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지역과 함께 클래요”
'우리는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
더웨이브컴퍼니가 스스로에 던지는 질문이다. 쇠퇴해가는 도시에서 혼자 우뚝 선 기업을 꿈꾸는 게 아니라는 것. 더 나은 도시 경험을 주는 강릉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기에 지역민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다. 예를 들어 작년 강릉시와 협력해 강릉 대표 축제 ‘2019 강릉단오제 단오놀자’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단오제 행사를 하면 주로 사단법인 강릉단오제위원회와 강릉시의 예산을 활용하는데, 여기보다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최대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전부터 단오제 행사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파이를 뺏긴다고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에게 올해 목표를 물으니 “오리지널 콘텐츠(original contents)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 답한다. 그가 말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란 “경쟁력을 갖춘 우리만의 무언가”다.
김 대표는 “지역성 자체도 오리지널 콘텐츠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만드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축제, 브랜드 등에 더웨이브컴퍼니의 고유한 생각과 고민을 충분히 담아야 경쟁력이 생기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2월은 R&D(Research&Development)의 달로 정했다. 방법론이나 워크숍 툴킷 등을 만들며 사업 정비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올해 1분기에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는 김 대표에게 조금만 귀띔해달라 조르니 “강릉 바다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J커브를 그리면서 성장하는 사례는 별로 없다고 봐요. 조(兆) 단위의 비즈니스를 갈망하지도 않아요. 구성원들과 행복하게 일하면서 일정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을 뿐이죠.”
사진. 더웨이브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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