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훈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 이사장

고태훈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 이사장(48)과 인터뷰 약속을 잡기 쉽지 않았다. 1월은 한창 방과후학교 계약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하는 기간이었던 탓이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발표준비로 분주한 가운데 마주앉은 고 이사장은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의 소셜미션을 힘주어 말했다. 

“취약계층 아동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경력단절여성에게는 사회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교육하는 주체’와 ‘교육을 받는 수혜자’, 다시 말해 강사와 학생이 동시에 만족하는 교육회사가 되고 싶다는 설명이다.

2014년 설립된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이하 행희협)은 방과후학교와 마을학교를 운영 중이다. 방과후학교란 정규 교육 과정 이외의 시간에 운영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마을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달리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한다. 마을학교에는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개념도 담겨 있다.

“강사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학원 홍보·마케팅분야에서 일하던 고 이사장은 양질의 교육을 공교육에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협동조합을 설립해 강사들이 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2014년 5월 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을 설립한 그는 먼저 경력단절 여성이 다수를 이루는 강사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이들이 ‘돌봄’, ‘학업’ 문제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자주 접했기 때문이다.

방과후학교나 마을학교의 강사는 대부분 주부다. 일·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이들이 선택하기 좋은 직업 중 하나여서다. 하지만 급여나 지위가 불안정해 교육의 질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받는 학생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가정형편 상 방과후학교를 수강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이라는 제도로 국가에서 수강료를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고가 수업을 택하면,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없다. 심지어 자신이 수혜 대상이라는 사실이 창피해 '자유수강권' 사용 자체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공정교육과 교육평등 지향, 사회적가치 실현을 위한 노력

방과후 지도사 양성강의 모습./사진제공=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

행희협은 이런 환경 속에서 ‘공정교육’과 ‘교육평등’을 강조해왔다.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만큼 적절한 산출을 얻어가는 교육을 구현하자는 게 핵심이다. 고 이사장은 “행희협은 직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현장에 들어가는 등 유통단계를 줄여 강사에게 수수료 없이 최대한 많은 급여를 지급하려고 노력한다”며 “이것이 바로 ‘공정교육’과 '교육평등'을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희협은 강사양성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매년 20명의 강사를 배출하고 있다. 100% 경력단절여성으로 구성된 이들은 교육 이수만 한다면, 예외없이 교육현장에 투입된다. 1월 현재, 직접 양성한 강사는 행희협소속 전체 200명의 강사 중 15%인 30명에 달한다. 고 이사장은 “방과후강사·마을강사의 역량을 꾸준히 향상시켜주는 교육기관이 없다”며 “이들을 정기적으로 교육하며 관리할 수 있는 평생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러 활동을 병행한 결과 행희협은 지난 2016년, 서울시와 여성가족부로부터 각각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사회적기업’ 반열에까지 올랐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활성화 대책 절실

2019 동작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사업 성과 공유회 사진./사진제공=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

그러나 협동조합이 누비기에는 교육현장은 여전히 척박하다. 고 이사장은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 입장에서 사회적기업 의미가 와 닿지 않는 듯하다"고 아쉬움을 밝혔다.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기를 바라지 사회적 가치를 나누길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다. 얼마 전 사업설명회에서도 “소중한 나눔을 실천합시다”라고 하니 “나누지 말고 우리 아이에게나 잘해주세요!”라는 대답이 쏟아졌단다. 

심지어 일반기업대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시달리기도 한다. 협동조합보다 일반 사기업의 교육서비스가 더 우수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방과후학교와 마을학교를 함께하는 기업은 자사가 유일함에도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당하는게 가슴아프다는 그는 “마음 같아서는 협동조합 호칭을 떼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고 이사장은 정부 정책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부의 사회적경제를 통한 사회서비스 활성화 정책이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는 “국민 대상 사회적경제 기업 홍보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때, 타 종사자보다도 우리 사회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사례발표 기회가 있으면 직접 나서 설득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돌봄 확대에 앞장서고 싶어”

방과후학교 동화연극 수업사진./사진제공=행복한학교희망교육 협동조합

통계청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18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유배우자 가구 중 맞벌이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돌봄을 개별가정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행희협 역시 ‘돌봄 과중’의 문제를 경험했다. 협동조합 초창기 함께 했던 강사 조합원들이 자신의 아이를 돌봐야해서 중도탈퇴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방과후학교·마을학교 수강생이 저학년이 대다수인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고 이사장은 “저학년은 진로탐색보다 돌봄이 우선”이라며 “학부모들이 퇴근하는 5~6시까지는 학교가 아이들을 보호해주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고 이사장은 향후 돌봄 확장을 위해 나서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더 나아가 돌봄에 마을교육 콘텐츠를 점차 도입하는 ‘중앙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마을교육사업 확장도 학교와 신뢰 관계 형성을 통해 가능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무엇이든 해낼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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