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의 4대 유형으로 흔히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꼽는다.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국가적으로 시작된 자활사업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다. <이로운넷>은 자활사업 제도화 20주년을 맞는 2020년, 자활기업이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도록 주요 현황 및 성과, 문제점, 해결 과제, 전문가 제언 등을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자활기업

자활사업 제도화 20주년을 맞은 2020년, 자활기업이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인공으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실력이나 기술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 직원 5인 이하의 기업이 전체 78%를 차지하는 영세함, 청소?집수리?돌봄 등 일부 유형에 쏠림 현상과 업종 다각화 요구, 개인 사업자에서 법인격 확보를 통한 공공성 확보 등 여러 과제가 도출됐다.

보건복지부의 2018~2022년 ‘자활기업 활성화 중장기 대책’에 따라 여러 정책들이 시행 중이다. 자활기업의 실제 현장과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에서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2018년 3월 창립된 한국자활기업협회를 통해 민간 부문을 이끌고 있는 오인숙 협회장과 기존 중앙자활센터와 자활연수원을 재구조화해 2019년 7월 새롭게 출범한 공공 부문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의 이병학 원장을 만나 자활기업 활성화에 관한 제언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에게 자활기업 성장을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디자인=윤미소

-자활사업이 제도화한 지 20주년입니다. 두 분은 자활기업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요?

오인숙 한국자활기업협회장(이하 오 협회장): 앞서 남편의 사업 실패와 건강 문제로 경제적인 사정이 나빠져 자활사업단의 참여자로 시작했습니다. 2008년 허브 사업을 원주지역자활센터에 자활사업으로 제안하고, 2012년 자활기업 ‘허브이야기’를 설립해 대표를 맡았어요. 전국에 자활기업협회가 생기면서 전국 차원의 협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8년 한국자활기업협회를 창립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해당 분야 활동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주부였는데, 지금은 자활기업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됐네요.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이하 이 원장):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시군구에 지역자활센터가 막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근로빈곤층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2001년 YMCA에 입사해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의미 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이후 자활 분야와 인연이 이어져 한국지역자활센터 협회장, 경기광역자활센터 센터장 등으로 일했고, 작년 7월 개발원이 출범하면서 원장 직을 맡게 됐습니다.

-한국자활기업협회와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오 협회장: 협회는 2011년 경기를 시작으로 인천??대구?서울?부산?강원?전북?광주?대전?충북,?충남?경북?전남 등 현재 주요 시도 협회 15곳과 650개 이상의 자활기업이 가입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활기업 중에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지만, 규모가 작고 영세해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습니다. 협회는 여러 자활기업들이 모여 협동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하고, 개선점을 논의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제안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 개발원은 수급자, 차상위자 등 근로취약계층의 자활과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으로, 자활기업 활성화는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자활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 민간 등과 협력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연결합니다. 우수 자활기업 설립을 지원하고 발굴해 모범 사례가 확산되도록 홍보하고, 사업 규모나 시너지를 키울 수 있도록 작은 자활기업을 모으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현재 3곳에서 운영 중인 전국자활기업(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희망나르미사회적협동조합)이 대표적이죠.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부스를 꾸린 전국자활기업 '희망나르미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들 모습./사진제공=한국자활기업협회

-현재 자활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과 이를 위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오 협회장: 사업단에서 자활기업이 되는 과정에서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너무 약합니다. 사업단을 할 때는 지역이나 광역 자활센터에서 주는 일을 하면 됐는데, 기업을 설립하고 나면 사업을 따오는 일부터 직접 해야 하거든요. 자활은 ‘자립’이 핵심인데, 기업 스스로 능력이 없으니 금세 영세해지고 성장하기도 힘든 겁니다. 비유하자면 뿌리 없이 줄기만 세워놓은 격이라, 툭 치면 넘어가는 나무와 같습니다. 사업단 때부터 여러 교육을 거쳐 뿌리부터 단단히 내릴 수 있게 한다면, 아무리 흔들어도 절대 뽑히지 않는 나무가 될 거예요.

이 원장: 현장 자활기업을 만나보면 ‘비즈니스 모델 개발’ 욕구가 가장 큽니다. 공공이나 민간 분야에서 자활기업이 참여할 만한 아이템을 찾는 일에 목말라 하죠. 특히 자활사업단을 거쳐 자활기업을 설립하려는 단계에서 경영, 컨설팅, 마케팅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로 합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결국 ‘영세성’ 때문인데요. 사업을 키우고 규모화해야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으니, 전국자활기업처럼 업종별로 협력하고 협동할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자활기업이 영세성을 탈피해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오 협회장: 먼저 자활사업 당사자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도록 기술을 익히고, 자립 의지를 다져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들이 업무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지원을 하고, 선배 자활기업인들은 후배를 위해 각종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해야 하고요. 자활사업에 맞는 적합 업종을 연구 개발해 일자리 유형을 보다 다양화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새로운 업종이 개발되면 그에 맞는 기술과 능력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근로취약계층에게 또 다른 도전과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원장: 공공, 민간 영역에서 자활사업에 맞는 일자리가 창출돼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전국의 공공기관이 사회적경제 기업과 협업을 통해 사회적가치 창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자활기업은 공공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 임대아파트의 주택관리 및 청소, 소독 등을 자활기업에 맡긴 사례가 대표적이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해피브릿지’ ‘국수나무’ ‘도드람’ ‘본래순대’ 등 외식 협동조합과 손잡고 식품을 생산하기도 하고, 민간 영역에서는 CU, GS25 등 업체와 협업해 근로취약계층이 편의점을 운영해 수익을 얻도록 하는 방식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활기업은 시장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표자 연수대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사진제공=한국자활기업협회

-마지막으로 협회와 개발원에서 2020년 추진하려는 주요 계획을 알려주세요.

오 협회장: 보건복지부에 자활기업의 상품을 전시?판매할 플랫폼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소비자들이 ‘자활기업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지 몰라서 못 산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제대로 된 판로가 필요해요. 여러 자활기업 대표님들이 ‘이제 자활기업 알리는 건 이 정도면 됐다’고 하시는데, 저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에요. 정책?제도적으로 자활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점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이 원장: 자활기업은 다른 사회적경제 조직에 비해 판로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품을 생산해놓고 판로가 없어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현재 시도별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이 있긴 한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 및 통합해 판매 상품도 다양화하고 좀 더 모양새를 갖춘 판로를 구축해보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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