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의 4대 유형으로 흔히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꼽는다.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국가적으로 시작된 자활사업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다. <이로운넷>은 자활사업 제도화 20주년을 맞는 2020년, 자활기업이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도록 주요 현황 및 성과, 문제점, 해결 과제, 전문가 제언 등을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 전북광역자활센터는 지난해 4월 임실군에 위치한 육군 제35보병사단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도내 자활기업 ‘스위퍼’가 군부대 청소 및 소독 등을 맡아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군 장병들이 허드렛일을 줄이고 본연 임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 인천시 부평남부지역자활센터는 지난해 9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회적주택 ‘누리하우스’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저소득층 청년들이 입주하는 임대주택 40호를 위탁받아 자활근로사업단을 통해 청소, 하자보수 등 주택관리 업무를 추진한다.

전북광역자활센터는 육군 제35보병사단과 업무협약을 맺어 자활기업이 군부대 청소 및 소독 등을 맡도록 했다./사진제공=전북광역자활센터

‘청소?집수리?돌봄?음식?재활용’ 등 5대 업종은 자활사업 중에서 특히 전문성을 인정받는 분야다. 1990년대 말 정부가 자활사업을 제도화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자 등 근로 취약계층이 접근 가능한 일을 고민한 결과, 해당 업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게 됐다. 지난 20년간 5대 업종을 중심으로 자활사업이 성장?발전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 

실제 2018년 기준 지역 자활기업 총 1170개의 서비스 유형을 들여다보면 △청소?소독(252개, 21.5%) △집수리(212개, 18.1%) △음식?도시락(190개, 16.2%) △돌봄?간병(111개, 9.5%) △폐자원 재활용(56개, 4.8%) △서비스?세차(28개, 2.85%) △기타(321개, 27.3%) 순이다. 

이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공공 영역과 협업을 통한 규모화가 가능한 단계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자활기업?자활사업단의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 영역에서 필요한 청소?집수리 사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1석 2조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북광역자활센터는 전국 최초로 육군 35사단과 손잡고 군부대 일자리 40여 개를 발굴했다.  센터는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다른 부대로 사업을 넓히고, 혁신도시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승철 전북광역자활센터장은 “자활사업 일자리는 이미 포화 상태라 새로운 시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공자원 연계 사업을 통해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자활기업 총 1170개 중 청소, 집수리, 음식, 돌봄, 재활용 등 5대 업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다./디자인=윤미소

최근에는 특히 ‘돌봄’ 분야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중요하게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인?장애인 등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통합적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돌봄 서비스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자활기업이 참여해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규모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활기업의 서비스 유형이 5대 업종에 70% 이상 지나치게 치우친 상황에서 “일부 업종에 얽매이지 말고 이를 뛰어넘는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업종 구조를 다변화해 생태계를 다양화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야 할 때라는 것이다.

업종 확대 요구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전국 학교에서 청소 노동자를 직고용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활기업의 25%를 차지하는 청소 업체들이 직고용 전환으로 용역 일자리를 잃고, 70% 이상 폐업할 만큼 위기에 놓였다. 이를 기점으로 자활기업은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 설립 및 유지를 고민하게 됐다.

박기홍 한국자활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자활기업 창업에 적합한 사업이 무엇인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교육 훈련체계가 함께 필요하다”며 “먼저 공공 영역에서 자활기업의 기반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민간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활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적합 업종 개발과 더불어 공공 영역과의 연계를 통한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사진제공=한국자활기업협회

공공 영역과의 협업을 위해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활사업의 방향과 목표를 기존대로 일자리 창출에만 두기보다는 지역사회의 발전,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가치 실현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자활의 역할’이 무엇인지 찾을 때,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 사무국장은 “현재 자활기업의 65%는 개인사업자로, 대외적으로 공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며 “1인 명의 개인사업자의 경우 공동체 구성을 통한 민주적 운영이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1인 소유 기업이 되는 경향도 많다. 법인격 취득을 통해 사회적경제 기업으로서 협동과 공동체, 나눔과 연대 등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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