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의 4대 유형으로 흔히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을 꼽는다.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라 국가적으로 시작된 자활사업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사회적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다. <이로운넷>은 자활사업 제도화 20주년을 맞는 2020년, 자활기업이 사회적경제 분야의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발휘하도록 주요 현황 및 성과, 문제점, 해결 과제, 전문가 제언 등을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자활기업 구성원들이 대부분 저소득층 주민들이다 보니, 실력이나 기술이 부족할 거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요. 저희가 집수리를 한다고 하면, 못 미더워하는 분들이 있어요.”

김정태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한주협) 이사장은 자활기업에 대한 편견에 대해 토로했다. 한주협은 국민의 주거복지 실현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전국 180여 개 자활기업이 뜻을 모아 설립한 전국자활기업이다. 취약계층의 주택을 개?보수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증진하는 사업 등을 진행하는데, 일반 기업에 비해 실력이 부족할 거라는 오해를 받았다.

2008년 설립 이후 10년 이상 집수리 분야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한주협은 현재 소비자들이 믿고 일을 맡기는 자활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를 넘어 카자흐스탄 등 개발도상국으로도 진출해 현지 취약계층의 낡은 집을 고치고, 청년들에게 건축 기술을 전수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할 만큼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취약계층의 주택을 개?보수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증진하는 사업을 진행한다./사진제공=한주협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자활사업단, 자활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서비스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구매를 꺼리기도 한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인원 중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자 등 취약계층으로,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고 업무 능력이나 근로 의지가 약하다는 이유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활기업에 덧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내외부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사업에 참여하는 취약계층 스스로 자립 의지를 높이고, 자기 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는 등 전문성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활사업 당사자에서 자활기업 대표로 활동한 오인숙 한국자활기업협회 회장은 “정부 지원에서 벗어나 떳떳하게 살겠다는 의지로 일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원금에 의존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거나 안일한 태도로 일하는 참여자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자활사업 당사자들이 자립 의지를 갖고 최선을 다해 근로에 임했을 때, 자활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자활기업협회는 2018년 3월 창립총회를 열고 "어려운 자활기업이 모여 협동을 통해 성장해나갈 것"을 다짐했다./사진제공=한국자활기업협회

더욱이 기술?자본?정보가 부족한 다수의 자활기업은 창업 이후에도 외부 지원에 의존하거나 영세성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자활복지개발원에서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의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직능?경영?마케팅 등 교육을 진행 중이며, 충북 충주 연수원에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오 협회장은 “사업단 단계부터 참여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키고 기술과 전문성을 키우며, 사업을 직접 기획?홍보하고 위탁받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창업 이후에도 지속가능하다”며 “선배 자활기업 대표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한편, 전문가들이 경영?회계?노무?마케팅?홍보 등을 꾸준히 교육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기준 지역 자활기업 총 1170개의 규모 현황을 들여다보면 △5인 이하 916개(78%) △6인 이상 10인 이하 179개(15.3%) △11인 이상 30인 이하 63개(5.4%) △31인 이상 50인 이하 8개(0.7%) △51인 이상 100인 이하 2개(0.1%) △100인 이상 2개(0.1%) 순이다.

지역 자활기업 1170개 중 78%가 5인 이하의 영세한 규모로 운영 중이다./디자인=윤미소

정부에서는 영세한 자활기업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청소?집수리?돌봄?재활용 등 전문 분야를 ‘규모화?전국화’ 한다는 목표다. 현재 전국자활기업은 한주협(집수리),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돌봄서비스), 희망나르미사회적협동조합(양곡배송사업) 등 3곳뿐이다. 

복지부 측은 “전국 233개 지자체에 적립된 4000억원 규모의 자활기금과 지자체의 미사용 부지 등을 활용해 공동브랜드 개발, 공동작업장 설치 등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평균 고용 인원이 10명 내외인 자활기업의 고용을 보다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활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이해도가 낮은 만큼, 판로 개척 및 확보를 위한 노력도 필수적이다. 공공 영역에서 공공조달 입찰시 가점 부여, 수의계약 한도 개선 등이 진행 중이나, 지자체?공공기관?공기업의 우선구매 대상에 자활기업이 포함되고, 주요 경영평가 항목에 구매실적이 반영되는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2020년에는 공공기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자활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온?오프라인 판매장을 설치 및 확대할 계획이다. 오 협회장은 “해썹(HACCP) 등 품질 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자활기업 상품과 서비스가 어느 시장에 내놓아도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갈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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