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自活, self-support)은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을 담은 단어다. 정부는 근로 능력이 있으나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이 삶의 고비를 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자활 사업’을 시작했다. 지원이나 후원이 아닌 근로를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자립에 이르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의 고용?연계 복지는 지난 1996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서 전국 대도시의 빈곤 밀집 지역에서 시범 운영한 자활사업을 통해 첫발을 내디뎠다. 시범 단계에서 자활사업은 제조업 중심의 ‘생산공동체 운동, 노동자협동조합’을 모델로 표방했다. 도시에 거주하는 빈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체를 꾸려 노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1999년 9월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되고, 2000년 10월 시행되면서 자활사업은 국가 정책 안으로 들어온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에 지역자활센터가 설립됐고, 센터가 주도적으로 자활사업 육성에 나선다. 이병학 한국자활복지개발원장은 “생산공동체를 중심으로 발전한 자활사업이 한국 사회적경제 운동의 출발점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초기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자활공동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2007년 고용노동부를 주축으로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되면서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자활공동체에서 발전했다. 이후 마을기업(2010년), 협동조합(2012년) 등 사회적경제 기업에 관한 법적 근거가 잇따라 생기면서 자활공동체의 명칭을 ‘자활기업’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떠올랐다.
정부는 2012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통해 자활기업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설립 요건도 일부 완화하며 활성화에 나섰다. 자활기업은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이라는 주요 목표를 실현하는 조직이자, 사회 취약계층에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향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연간 약 4만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가 전국 2400여 개 ‘자활근로사업단’에 참여한다. 정부의 지원을 통해 전문교육?기술훈련을 받은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얻고 자립의 발판을 마련한다. 자활기업은 자활근로사업단 과정을 거친 참여자들이 스스로 설립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설립 기준 역시 “2인 이상의 수급자 또는 차상위자가 상호협력해 조합 또는 사업자 형태로 자활사업을 운영하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자활기업의 설립 추이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발표한 4대 주요 사회적경제 기업 현황을 보면, 2018년 말 기준 △협동조합 1만 4476개 △사회적기업 2122개 △마을기업 1442개 △자활기업 1213개 순이다. 한국 사회적경제 운동의 출발점이지만, 관련 법 제정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비하면 성장세가 더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정 수 이상의 취약계층 참여가 의무적이라 구조적으로 설립 및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해당 법에서는 자활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요건을 구성원 중 수급자가 1/3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구성원이 근로를 통해 ‘탈수급’ 하면 자활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문제 등이 발생하는 탓이다.
복지부는 자활기업 활성화를 위해 구성원 중 수급자 1/5 이상, 수급자 또는 차상위자 1/3 이상으로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설립 당시에는 수급자였으나 추후 탈수급한 경우에도 수급자로 산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했다. 2019년 7월 전체 구성원이 5명 이상이고, 30% 이상이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른 취약계층일 경우도 자활기업으로 포함하는 시행규칙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자활사업을 시작한 20년 전만 해도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는데, 자활공동체가 곧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해왔다”면서 “현재는 자활기업이 여러 사회적경제 조직 중 한 부분이자 특수한 유형이 됐지만,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참여시켜 자립을 이끈다는 고유의 목적은 그대로이며,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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