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은 무조건 유럽산? 한국 기술도 세계 최고"
"바이올린은 무조건 유럽산? 한국 기술도 세계 최고"
  • 이로운넷=박유진 기자
  • 승인 2020.01.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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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신석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 이사장 "악기가 아니라 가치를 만듭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질좋은 악기 판매 위해 협동조합 설립...현악기 마을 조성 목표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 김신석 이사장은 "현악기 전문 장인들의 협업을 통해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마추어 애호가나 전공자를 막론하고, ‘현악기’하면 막연히 값비싸고 오래된 악기를 떠올리는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악기를 만든 국가나 시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만듦새와 건강 상태, 소리의 질이 중요합니다. 훌륭한 국산 악기를 합리적 가격으로 보급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김신석은 수제 현악기 제작의 마에스트로다. 바이올린 전공자였던 그는 2010년 현악기 제작의 본산 이탈리아에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크레모나 바이올린 제작기술’을 배워 장인이 됐다. 2014년 귀국 후 수제 바이올린 제작업체 ‘쉐마스트링(Shema String)’을 설립했으며, 계층·세대 간 갈등을 음악으로 풀 수 있다고 믿고 작년 8월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악기 시장 문화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수리·수입판매 말고 제작도 수준급...국내 현악기 장인들 뭉쳤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중국산 악기를 수입해 쓰고 있다. 입문용, 교육용 악기로 쓰이는 초급자용 저가 현악기는 대부분 중국산 공장제 악기를 수입하고 있고, 중급용 중저가 악기로는 중국산 수제 또는 독일산 공장제 악기를 수입한다.

전공자용 고가 악기는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지의 오래된 악기와 수제 악기를 들여와 사용하는 실정이다. 중국도 전공자용 고가 현악기는 유럽과 미국제를 수입한다. 현악기는 오래될수록 여러 연주자의 손을 거쳐 울림이 좋아지고, 나무의 수분이 빠져 좋은 소리가 나 유럽산 ‘올드악기’를 선호하는 것. 김 이사장은 이 인식을 바꾸고자 한다.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은 서초구에 사업장을 두고 활동하는 현악기제작 장인들이 모여 작년 설립했다.

“현재 한국의 현악기 제작기술은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수제 악기를 제작하는 기술력 자체가 국내에 부족했지만, 점점 유학생 출신 전문 제작자 수가 늘어났고, 이탈리아, 독일, 미국, 중국 등의 수제 제작 콩쿠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 한국 장인들이 많이 배출됐어요.”

“악기는 사회적 포용제, 간접적인 소비자가 넘어 적극적인 참여자 돼야”

쉐마스트링 첼로

김 이사장은 악기가 세대·계층 간 불협화음을 줄이는 ‘사회적 포용제’라 믿는다. 음악을 듣고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악기를 다루며 직접 연습하고 공연할 때 삶의 질이 높아지며 갈등도 준다는 것. 그는 “스포츠 경기를 보기만 한다고 건강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기가 주도하는 음악체험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굉장한 삶의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 일반 대중이 악기를 직접 체험하기에는 시간적, 재정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김 이사장은 “일반 대중이 악기를 소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합리적 가격의 질 좋은 악기가 보급돼야 사회적 순기능을 생산하는 음악 문화가 융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현악기 마을를 꿈꾸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시에서는 3년마다 현악기 제작 국제 트리엔날레 콩쿠르가 열린다. 2018년 콩쿠르에서는 한국인 4명이 수상했다. /사진=Museo del Violino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아시아의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 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방은 500년 역사를 지닌 현악기 제작기술의 발원지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시골 마을로, 3년에 한 번씩 ‘트리엔날레(Triennale)’라는 현악기 제작 국제 콩쿠르를 개최할 뿐 아니라 현악기 제작의 전설이라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의 박물관도 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장인들이 모여들고, 나무와 제작에 필요한 도구·소품이 거래된 마을이다.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은 이 모델을 국내에서 구현해 문화 관광지로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 현악기 제작 콩쿠르를 개최해 한국의 현악기 제작 분야의 위상을 알리려 한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현악기 제작기술 지도자 양성과 조합 공동브랜드의 개발과 구축이 시급하다”며 “장애우, 고령자를 대상으로 현악기 제작, 수리 전문기술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창업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지자체, 정부 기관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한국현악기제작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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