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27일 나흘간 이어지는 설날 연휴, 여유를 갖고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기 좋은 시간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명절에 읽으면 좋을 만한 책 6권을 추천한다. 최근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을 통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품들이다. 이번에 선정된 책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발행한 도서 가운데, 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이름이 올랐다. 지난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책들을 읽으며, 2020년 새로운 해 각자의 목표를 다짐해보자.

‘3월 1일의 밤(돌베개)’과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오월의봄)’ 표지 이미지.

1. 저술(학술) 분야, 권보드래 작가 ‘3월 1일의 밤(돌베개)’

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근대를 보는 지평을 넓혀 온 권보드래 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간의 연구와 기록을 담았다. 2000년 한 신문조서를 접한 것을 계기로 3·1 운동에 대한 애정이 방대한 사료를 읽어내는 깊은 눈과 만나 10년간 거대한 서사를 일궈냈다. 1910년대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당시의 신문 및 잡지, 재판기록, 문학작품, 국내외 선학자들의 연구와 시각자료 등을 재료 삼아 1919년 3월 1일의 한반도를 복원했다.

선정 이유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3.1운동 100주년이기도 한 2019년 ‘3.1운동 때 돌 한 번 던지곤 다시는 역사에 떠오르지 않은 수많은 무명씨들’을 역사의 무대 위로 불러들이는 데 성공했다.”

2. 저술(교양) 분야, 양승훈 작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오월의봄)’

2016년 개봉한 영화 ‘땐뽀걸즈’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거제도 ‘중공업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최초의 책이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조선산업 전반의 문제에 대해 활발히 글을 써온 저자가 조선소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의 근거지인 거제도와 조선소 사람들을 탐구한 내용을 담았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조선산업의 역사 속에서 상세히 분석하면서도, 현장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체감하는지 생생히 적었다.

“특정한 도시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오랫동안 조사함으로써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상찬받기에 충분하다. 교양으로서 사회학의 모델이 될 만한 작품이다.”
‘우주로 가는 계단(창비)’과 ‘강이(비룡소)’ 표지 이미지.

3. 어린이?청소년 분야, 전수경 작가 ‘우주로 가는 계단(창비)’

출판사 창비의 ‘제23회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뒤 과학 이론에 빠지진 소녀 ‘지수’가 우정을 나누던 이웃 할머니의 실종으로 인해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탐구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한국 사회의 현실과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SF와 추리물을 넘나드는 새로운 서사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전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책이다. 동네의 어른들, 선생님들, 그리고 과학자들이 꼭 읽어야 한다. 전수경 작가의 첫 번째 책으로, 더 멋진 두 번째 책을 기대한다.”

4. 어린이?청소년 분야, 이수지 작가 ‘강이(비룡소)’

이수지 작가는 한국인 최초로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협회 올해의 원화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그림책에서는 유기견이 한 가족을 만나 보낸 행복하고 애틋한 시간들, ‘검은 개’에서 ‘강이’로 살았던 일상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수지 작가에게 강아지의 자유는 어린이의 자유다. 어린이의 자유는 인간의 자유다. 그는 어린이와 동물을 귀여움으로 대상화하고 온갖 화사한 색으로 덧칠하는 상업적 이미지와 달리, 흑백의 정직한 필터로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과장 없이 그려낸다.”
‘요리는 감이여(창비교육)’와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 표지 이미지.

5. 편집 분야, 51명의 충청도 할매들 ‘요리는 감이여(창비교육)’

한글 학교에 다니는 충청도 할머니들이 손글씨로 쓴 요리법을 엮은 책이다. 충남 교육청 평생 교육원에서 진행한 ‘세대 공감 인생 레시피’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할머니들은 한글을 배워 요리법을 쓰고, 중고등학생과 자원봉사자가 재능 기부로 그림과 채록에 참여해 완성됐다. 질문해 묻고 녹음하는 과정을 거치며 할머니들이 쓰는 사투리까지 꼼꼼히 받아 적은 덕분에 그들의 인생과 요리가 기록을 남게 됐다.

“도서관에서 교육을 받고 비로소 글을 쓸 줄 알게 된 51명의 충청도 할매들이 인생 요리를 책으로 엮어냈다. 도서관-자기기록-독립출판-편집-상업출판-도서관으로 순환하는 흥미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6. 번역 분야, 리처드 프럼 작가 ‘아름다움의 진화(동아시아)’

예일대학교 조류학과 교수인 작가는 30년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새들이 선보이는 갖가지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연구해왔다. 놀랍도록 다양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은폐된 다윈의 아이디어에 깊이 매료되어 이 책을 써냈다. 각양각색의 새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숲속에서 시작해 인간의 진화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2017년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책’ 중 유일한 과학책이며, 2018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 후보로 올랐다.

“양병천 역자는 생명과학 분야 전문 번역가로,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번역물을 내놓았다. 이번 심사에서는 올해의 번역서뿐 아니라 역자의 과거 업적과 노력에 대해서도 합당한 평가가 아뤄져야 한다는 합의에 따라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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