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도청 앞에서 진행된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기자회견 현장.

경기도 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고용 문제로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분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수탁법인이 바뀌면서 기존의 모든 직원이 우선고용 대상자였지만, 우선고용 면접을 본 19명 중 4명은 채용에서 제외됐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의 황정주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선을 다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20일 본부장 1명, 정책팀 2명, 운영홍보팀 1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올린 상태다.

기존 경기도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역할을 합친 '따복공동체지원센터(이하 따복)'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난해 말, 따복에 대한 조례를 없애고 올해부터 둘을 나눠 운영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마을공동체 지원 업무를 보던 직원들은 마을공동체지원센터(신규 수탁법인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숨,’ ‘더좋은공동체’)로, 사회적경제 지원 업무를 보던 직원들은 사회적경제센터(공공기관인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운영)로 우선고용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우선고용 면접 대상자 19명 중 1명은 수탁법인으로부터 12월 30일 면접 현장에서 면접을 거부당했고, 3명은 면접 응시 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에 동료 직원들이 근로 계약 체결을 거부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분회는 지난 6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탁기관은 우선고용의 원칙을 위반하고 임의적 판단을 통해 직원들에 대한 사실상 해고를 감행하였으며,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가 지난해 11월 나라장터에 게시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수탁사업자 모집 공고에는 “현재 센터에서 근무 중인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우선고용”이라고 인력운영 방안이 명시돼있다. 손석환 분회장은 "조직 분리, 변경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시점인 8월부터 경기도 측에서는 직원들이 우선 고용 될 것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면접권을 박탈당하고 불합격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우선고용 못할 ‘특별한 사유’는? 행정 관여 가능 vs 불가능

지속가능경영재단이 위탁받아 운영하던 따복공동체지원센터는 올해부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와 사회적경제센터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미지=윤미소 디자이너

수탁법인 측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만 밝힐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손 분회장은 “17일 불합격자와 수탁법인 간의 면담 자리가 마련됐는데, 사유는 알려주지 않고 ‘미안하다, 양해 바란다’만 반복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공동체지원과 공동체협력팀은 “경기도는 신규 수탁법인이 기존 직원들을 우선고용으로 채용할 수 있게끔 공고문에 명시해뒀다”며 “일부 직원이 고용되지 않은 이유는 수탁 법인에서 알 수 있는 내용이고, 경기도가 모든 사항을 알아서 연결해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유성규 노무사는 “아무리 수탁법인에 인사권이 있더라도, 입찰 공고문에 적힌 ‘특별한 사유‘에 대해서는 경기도 담당 공무원이 확인하고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 노무사는 “말 그대로 아주 이상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서, 혹은 정당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하고 예외적인 사유인지를 도 측에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위탁 고용 불안정성, 제도로 보완해야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수탁업체가 바뀌면서 발생할 현실적 문제를 고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및 처우개선 등을 위해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위탁기관이 위·수탁계약 체결 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 승계’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노동자의 고용불안 해소해야 한다"는 점과 “수탁기관이 제출한 종사자 근로조건 관련 확약내용 이행여부 등을 수시로 점검, 지도·관리할 책임”을 명시해뒀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가이드라인은 행정지침에 속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경제 관련 지원 기관들은 보통 지방자체단체로부터 민간 조직이 위탁 받아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사회적경제에 익숙한 사람들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행정이 직접 하면 경직될 가능성이 큰 업무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이런 구조는 사회적경제는 아래로부터 자조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만큼 정부 아닌 민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가 뒷받침해 왔다. 

이경호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변호사는 “수탁기관 변경 과정에서 우선고용 불가 문제가 불거져 노조까지 나서게 된 선례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처럼 동일한 수탁기관이 계속 위탁을 받은 사례도 있고, 타지역 지원기관들은 인원 규모 자체가 작아 수탁기관이 바뀌어도 직원들이 그대로 고용되는게 관행이었던 것. 이 변호사는 "많은 중간지원조직들이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만큼 영역이 점점 커지면서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이므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명분은 위수탁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은 책임권한이나 예산권 문제에서 수탁기관이 속앓이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수탁기관이 자주 바뀌는 경우에는 고용 문제를 걱정하고 지나는 현실"이라며 "경기 상황만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터질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민주노총 경기도 본부(경기도 따복공동체지원센터 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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