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과 취업난 등 금세 빚더미에 오르는 청년들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대안적 삶’, ‘자원 봉사’, ‘지역화폐’ 는 직접적으로 와 닿기 어려운 키워드다. 자원봉사는 이력서에 한 줄 보태기 위한 '스펙'이 되기도 했다. 진심으로 하는 봉사활동은 일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우리와 별 다를 것 없던 청년이 NPO와 지역의 가맹점, 자원봉사자를 잇는 지역화폐를 만들어냈다. 그 동안 그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평범 청년, 수업 과제로 지역을 만나다
지난 4월 하자센터 자공공포럼에서 ‘Change your money, change your world’ 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어스데이머니의 대표 이쿠마 사가를 만났다. 어스데이머니(earthday money)는 지구의 날이 365일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어진 일본 도쿄의 지역화폐다. 지역에 도움 되는 봉사활동을 하면 엔화와 같은 가치를 가지는 화폐 ‘R’을 얻고, R은 가맹점이나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어스데이 마켓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역화폐를 만든 당사자, 화폐 이름이 지구의 날이기까지 하다면 일찍부터 남다른 신념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쿠마 사가는 “대학시절 단 한번도 자원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어요.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했고, 오히려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습니다.” 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대학시절 유일하게 참여한 활동이 있었다면 수업 과제로 한 ‘지역조사세미나’ 였다. 인구가 아주 적은 지역에 체류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지역 운동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하는 활동이었다.

“관광 차원에서 쓱 들러보는 것과 살면서 주민의 생활을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본 모습들은 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미래상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는데 실제로 운영하는 쪽은 행정이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주민이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으론 부족하지 않나,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어스데이머니를 시작하게 된 거죠.”

일본에 NPO 법인이 생긴 것은 1998년, 마침 이 때가 이쿠마 사가가 대학을 졸업한 때와 같다. 일본 사회에도 NPO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겼고, 이쿠마 사가는 회사에 들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NPO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지역과 NPO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느낀 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따르면 풍요로워진 사회에서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은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지역활동에 참여하기 어렵다.

단순한 서비스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하자센터( 내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에서는 히키코모리 같은 청년들을 무중력 청년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실제로 내가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경험하여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농가에 직접 찾아가거나 노숙자들을 찾아가 얘기를 해본다든지 하는 일들이죠. 먹거리의 경우에도 슈퍼에 사서 먹기만 하잖아요. 어떤 과정으로 우리에게 오는지 아는 것이 중요한 거죠.”


자신도 직장인이 되어서야 NPO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기 시작한 만큼, 오랜 시간 동안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었다. 가볍고 재미있는 활동을 지역화폐를 매개로 해 소개하면서, NPO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R을 벌 수 있는 자원봉사활동도 꽃 심기나 거리 청소부터 시작해 병원에 장기요양 중인 아이와 놀아주기, 형무소 수감자에게 편지쓰기 등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이다.

나아가 어스데이머니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년들도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스데이머니 모바일 시스템의 경우 굉장히 단순합니다. 휴대전화 하나로 접속이 가능한데, IC카드 같은 복잡한 기능을 가진 핸드폰에만 도입하면 안되기 때문에, 기능을 단순화 시켰어요.” 때문에 어스데이머니를 사용하는 연령층은 2-30대가 가장 많다.

청년과 지역화폐는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지역화폐와 청년이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화폐가 청년을 지역과 잇는, 그들의 등을 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만들고 싶으냐를 고민해야 해요. 청년들에게 행동을 이끌어 내고, 지역화폐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죠. 의식에 그치지 않고, 행동까지 연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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