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서울, 수도권을 넘어 전국, 지역으로 보다 넓게 확대될 전망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북, 제주, 서울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인들이 2020년을 조망해봤다.

 

‘르네상스(Renaissance).’ 지금의 전라북도 사회적경제를 뭐라 표현할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도통 내 머릿속에는 이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인문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중세 세속 문필가들이 우리에게도 있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던 인쇄술 또한 우리에게 있다. (사)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가 세속 문필가이며, 지역의 추진체계가 인쇄술이다. 

2019년 전북에는 많은 노력들이 결집된 한 해였다. 현대중공업, 타타대우라는 대기업의 철수는 자치단체의 경제정책 방향의 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 도에 ‘사회적경제과’라는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제도적 기반 또한 사회적경제 기본조례에 이어 판로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사회적경제 기본계획과 더불어 사회적금융?지역화폐?공유경제?공정무역 분야의 기본 계획들도 수립됐다.

무엇보다 전북은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가 잘 구축돼 있다. (사)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협의체 등 33개 기관과 연구자 5명으로 구성됐다. 집행위원회, 정책위원회?사회서비스위원회?교육위원회를 두어 정책적 의제 발굴·제안할 뿐만 아니라 민관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초의 중간지원조직과 당사자조직들을 정부정책과 이어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위탁 수행하고 있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통합지원 사업은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3년 계약이라는 성과를 낳았으며, 각종 현안 관련 포럼, 교육, 사회적경제 주간 기념행사 등을 개최했다. 특히 산업위기 지역인 군산시에 민간 주도의 사회적경제 네트워크 구성과 출범을 지원했으며,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설립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시킴으로써 예산 반영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9년 7월 열린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주간 기념식 및 토론회./사진제공=(사)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민관협의체도 출범했다. 전북 사회적경제 위원회, 실무위원회, 5개의 분과위원회(소셜벤처?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자활기업)를 설치해 정책과 과제가 논의되고 있다. 도는 정책적 방향을 설계하거나 수립할 때 연대회의와 모든 과정과 내용, 결과를 공유하며, 민관협의체를 통해 심의하고 결정한다.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 중 하나인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사업은 전북 민관협치의 대표적 사례다. 연대회의에서 정책을 만들고 제안했으며, 자치단체장과 행정의 노력으로 대통령 공약에 실음으로써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2020년은 ‘민관협력’으로 만들어진 정책들이 구체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군 중간지원조직 5개가 도의 예산 지원으로 설립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정책들이 기초단위로 흘러 들어감으로써 민간 조직으로의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민간 주도의 전문 유통기업 출발도 계획돼 있으며, 사회적경제 혁신타운도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어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기금의 조성이 기대되며, 전북형 사회적가치 지표도 개발돼 금융 접근성이 제고될 것이다. 

전북은 한국의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집적된 곳이다. 경제성장률은 0%대에 머물러 있으며, 인구감소는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9000명대로 떨어졌고 자연 감소는 806명이며, 인구수는 약 1만 8000명이 줄었다. 20%에 달하는 고령인구, 전체 전출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 유출 등으로 14개 시·군 중 10곳이 소멸 위험지역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기업들의 도산과 산업자본 이탈에 따른 경기 침체는 전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 사회의 문제를 경제의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산업자본을 유치하는 것으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주 여건, SOC, 교육환경, 의료·복지 서비스, 문화체육, 사회적 자본 형성 등에 사회적경제를 접목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는 2020년 전북을 사회혁신의 해로 기대한다. 경제문제와 더불어 여러 사회문제들을 도민 스스로가 현장 중심으로 해결해 나감으로써 도민들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쓰레기?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과소화로 인한 농촌문제, 안전과 각종 사회위험, 공동체의 갈등 등을 표면 위로 드러내 도민들과 함께 방안을 모색하고, 민관협의체가 정책과 연결해 해결해가는 혁신의 시대를 말이다. 

그리하여 후배들이 2020년을 “그러하니 전라북도에 메디치가가 생겨났고, 피렌체로 불릴 만한 곳도 번성해 마침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라고 기록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현철 전북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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