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팔 운동을 심하게 한 어느 날, 근육통 때문에 머리 감기가 힘들었던 저자는 허리 밑까지 오는 머리를 댕강 잘라버렸다. 다리를 얇게 하기 위해 사전을 허벅지 사이에 넣고 공부하던 사람이 ‘헬스’ 때문에 정성껏 길렀던 머리를 싹둑 자르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
저자는 현직 일간지 기자다. 피곤을 이겨내기 위해 ‘커피로 링거를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바쁜 날을 보낸다. 주기적으로 마사지를 받으며 건강을 챙기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만, 결국 탈이 나고 만다. 허리 통증 때문에 찾았던 한의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를 권유받는다. 이 일을 계기로 ‘차라리 이 돈이면 PT를 받고 말지’라는 생각에 헬스를 시작한다. 이 변화는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다.
저자는 성공적인 취미생활을 위해 삶의 많은 부분을 희생시킨다. 모든 운동의 기본인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점심시간에 요가 학원을 다니고, 소비의 50% 이상을 운동에 쏟고, 조금이라도 운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헬스장까지 뛰어가기도 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못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음식이다. 근육을 키워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지만 ‘닭가슴살’보다 ‘치킨’을 더 사랑한다. 저자는 치킨도 닭가슴살과 다르지 않다고 우기다가 PT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한다. 그래도 치킨을 포기하지는 않는 ‘지조’ 있는 사람이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하는 취미 생활이지, 남에게 뽐내고 불행해지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조 있는 사람이어서일까? 스스로가 운동을 아주 못 한다고 평가하면서도 헬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취미는 ‘운동 못 하기’라며 ‘그래, 나 운동 못 한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언젠가 방송에서 닭 알레르기가 있지만 매일 치킨을 먹는다는 출연자와 그녀가 겹쳐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닭 알레르기에도 내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내성 대신 ‘빠따’를 얻었다. 정체 모를 헬스인만의 은어로 대략 깡(오기)과 같은 말로 이해하면 된단다. 자신이 들 수 없는 무게의 기구도 “회원님은 빠따가 있으시잖아요. 이 정도는 거뜬하게 들 수 있죠?”(126쪽)라는 말을 들으면 눈을 질끈 감고 한 번은 시도하게 된다고 한다. 이건 뭐 헬스계에 ‘플라시보 효과’ 그런 걸까? 겪어보지 않고서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만물에 인생의 진리가 담겼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헬스에서 인생의 진리를 조금이나마 엿보는 것 같다. 그녀는 이 취미를 절대 열심히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부상 위험 때문이다. 그러면서 ‘열심히’라는 말에 씌워진 환상을 하나씩 벗겨낸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 없는 열심히=좋은 것이라는 우리 사회의 공식이 오히려 우리를 다치게 하고 다른 방향으로 더 멀리 보내버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 책은 한 직장인의 헬스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직장인, 헬스인이 아니더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만하다. 현직 기자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풀어낸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새어 나온다. 모든 에세이가 그렇듯이 글쓴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그 시선이 가볍지만은 않아 더 매력적이다. 만약 직장인이면서 헬스가 취미인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책을 읽다가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느라 정신없는 자신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고영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27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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