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위치한 도시재생지원센터.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바삐 움직이는 정광섭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의 모습에서 버닝맨(Burning Man)이 연상됐다. 버닝맨은 임팩트 허브 취리히의 공동 창립자인 미첼 바크만(Michel Bachmann)이 언급한 다양한 사회혁신가들의 촉매제다. 신년에도 바삐 움직이는 정 센터장을 만나 고양시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과 2019년 진행한 Best3 사업은 무엇인지, 그리고 2020년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한 기사다.

 

도시재생 최전방인 고양시에 열정을 품다

고양시와의 인연은 2017년 경기도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을 평가하면서다. 평가위원으로 참석했는데 고양시 도시재생과장과 팀장의 발표와 의지는 조금 거칠긴 해도 무척 흥미롭고 잘 만든 스토리였다. 그 때 발표했던 지역이 2018년 도시재생뉴딜사업 선정지역인 화전이었다. 경기도형 시범사업은 안타깝게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이후로 인연이 이어졌다.

정광섭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고양시 도시재생과에서 여의도 직장과 수원까지 찾아오며 우리 고양시 도시재생을 어떻게 준비하고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보통은 시청 등으로 자문위원 참석 요청을 한다. 그런데 고양시는 반대였다.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밤늦게까지 찾아다니며 의견을 구했다. 진심이 느껴졌고 이후로 고양시 도시재생에 대해 자문과 강연을 하면서 인연이 계속되었다. 기회가 되면 이런 열정과 의지가 있는 지자체에서 일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고양시는 시 전체를 총괄하는 기초지원센터가 없는 상황이었고, 주변에서도 고양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연구소로 돌아가는 것 보다는 한 번 더 필드에서 뛰고 싶었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최전방인 고양시에서 도시재생 야전사령관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해 보고 싶었다.

향수가 넘치고 공동체가 젊은 도시 '고양시'

고양시는 열정과 개성은 물론, 향수가 넘치고 무엇보다 공동체가 젊은 도시의 특색을 나타낸다. 특히 묘한 노스탤지어가 느껴진다. 지내면 지낼수록 다른 색과 온도, 향기가 느껴지고 다양한 상이 그려진다.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상이 떠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에 생기와 잠재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속가능한 건축과 도시재생을 주제로 진행한 zemch 국제워크샵

고양시에 오고 나서 특히 놀란 것은 단단한 주민조직과 참여, 청년이었다.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소상공인의 공통점은 바로 공동체 문화다. 네 가지 모두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고양시 공동체 문화의 색과 결, 활동이 다양하고 풍부한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소상공인은 실제 사업으로 가면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만, 출발점은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고양시는 고양시만의 공동체 특성과 리듬을 지니고 있고, 이것을 잘 조율하며 연주해 나가는 오케스트라의 모습과 같다.

도시재생이란,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이자 마을의 미래, 우리의 미래다

도시재생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과 시설만을 다루는 사업이 아니다. 활동가와 공동체를 발굴·육성하고 그들이 오랜 시간 마을에서 고민해온 것들을 실현가능한 이야기로 연출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콘텐츠이고 필요에 따라서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공간과 시설이다. 콘텐츠 없이, 그리고 콘텐츠를 창출할 사람 없이 덩그러니 들어서는 건축물은 영혼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여기서 주민은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다. 더 이상 들러리가 아니다. 그래서 단순히 하드웨어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벌말을 아시나요?" 도시재생 영상공모전 고양시 최우수상 작품

도시재생은 우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건국 이래 대한민국 최초의 상향식 계획수립 방식이다. 상향식 계획을 흉내내고 복제한 보고서는 많았으나 겉보기에만 상향식 계획이 대다수였다. 도시재생은 실질적인 주민참여와 주민의 이야기, 학습과 역량 강화, 대안 모색, 협치, 갈등조정 등 계획수립 단계부터 지금까지는 없었던 수많은 과정을 깊게 고민하고 고려해야 한다. 99.9% 실현가능한 계획을 추구하기에 마을에서 발생하는 갈등마저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다. 소통과 갈등은 애증의 관계 아닌가?

그런데 이것이 단 몇 년 안에 되겠는가! 우리보다 앞서 도시재생을 시작한 나라 모두 도시재생의 절대적 시간을 30년에서 50년으로 바라본다. 도시재생,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영국의 도시재생은 100년 동안 마을의 보도블록, 벽돌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상태에서 시작하고 10년, 20년씩 고민한다. ‘이 벽돌을 바꿔야하나, 그대로 둬야 하나.’

다만, 우리는 단계별 지향성을 가지고 갈 것이다. 단기, 중기, 장기적 목표와 성과를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는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단기와 중기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될 것이고, 중기와 장기는 고양형 도시재생사업이다.

2019 고양시 도시재생 사업 BEST3

2019년 고양시 도시재생 사업 BEST3를 꼽으라면, ▲고양도시포럼 ▲우리 모두 함께(GO-우리) 고양시 도시재생 시범사업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이다.  

첫째는 2019년 첫 번째로 개최한 고양도시포럼이다. 5곳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30년이 도래한 1기 신도시, 지역상권의 풍선효과, 골목상권의 쇠퇴, 사회적경제 활성화 등 도시재생에 대한 고양시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의 고민을 열어놓고 전 세계적으로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했다. 국내 석학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의 쇠퇴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자 했던 국외 전문가와 함께 말이다. 

포럼이 개최되기 6개월 전부터 우리가 준비한 다양한 자료를 보냈고 또 그들이 요구하는 자료들을 수집해서 보냈다.이렇게 해서 적어도 국외 전문가들이 인천공항에 내리는 순간 대한민국 고양시에 대해서 50%~60% 정도는 이해하는 수준을 목표로 삼았다. 그 다음은 이해 수준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 로컬투어를 준비했다. 실제 도시재생 현장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토크쇼를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실제 현장에서 고양시의 쇠퇴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고양시 도시재생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국외 전문가 중 일부는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준비해 온 발제 자료를 밤새도록 고치고 다듬어서 발표하는 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양도시포럼은 고양시 도시재생과 환경, 평생학습 등 다양한 정책적 고민의 해법을 찾는 좋은 소통의 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2019 고양도시포럼

둘째는 우리 모두 함께(G0-우리) 고양시 도시재생 시범사업이다. 고양시에는 12곳의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이 있다. 이곳 모두를 국가지원공모사업을 통해 추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가지원사업은 50% 정도인 6~7개 정도가 최대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지역은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할 것인가. 결국 중장기적으로 고양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GO-우리사업으로 선정된 고양동과 행주동, 능곡동은 고양형 도시재생사업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시범사업이다. 서울 외 이렇게 지자체형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부산 등 광역시 1~2곳과 경기도에서는 처음부터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재단법인으로 만든 시흥시 정도다. 중장기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의지와 뚝심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민선 7기 이재준 시장은 이것을 시작한 지자체장이기에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센터장이 아닌 우리나라 도시재생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높게 평가한다. 2020년에는 19년에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3곳 중 우수한 2곳을 선정해서 2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고, 신규 1단계 역시 3곳을 선정해서 고양형 도시재생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밀착형 주민역량강화 행주동 거점 공간 개소식

셋째는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을 말하고 싶다. 원당역 환승주차장을 주거와 상업, 행정, 교육, 주차 등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 뉴딜사업 외 전국적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점단위 쇠퇴지역 4곳을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바로 덕양구 성사지역이다.

이로써 고양시는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에 최선을 다한 고양시 도시재생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고양시 성사혁신지구 조감도

2020년 고양시 도시재생의 방향

2020년 고양시 도시재생사업에서 중요계획은 △도시재생 도슨트 육성사업 △고양동, 행주동, 능곡동에서 모두가 함께 하는 고양시 도시재생 시범사업 1단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선 도시재생 도슨트 육성사업이다. 도시재생 기록관이 조성되면 이곳에서 고양시 도시재생 전반을 안내하고 설명할 도시재생 도슨트를 발굴하고 육성할 예정이다. 도시재생대학과는 달리 신청과 면접을 통해 소수의 인원을 모집하고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집중교육을 하는데 무척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한다.

두 번째는 우리 모두 함께 하는 고양시 도시재생 시범사업(1단계)이 진행된다. 1단계와 2단계를 거쳐 총 2년 동안 추진하는 사업으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고양형 도시재생사업의 방향과 전략, 해법을 명료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도시재생 지역주민 통합워크샵

결핍요인만 해소하는 것 벗어나 첨단산업과의 연계 통해 경제적 재생까지

고양시는 앞으로 1~2년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뉴딜사업 5곳, 고양형 3곳, 혁신지구 1곳 총 9곳의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고양시는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선망과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그런데 우리 고양시가 도시재생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간은 민선 7기 들어서부터다. 민선 6기에서 해제지역 출구전략으로서 접근은 했지만 불씨를 살리고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1년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재생 세미나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 많다. 원당지역의 자율주택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화전지역의 드론센터 역시 기대되는 사업이다. 쇠퇴지역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결핍요인만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경제적 재생까지 이루는 것이다. 화전은 스마트 드론시티로 차별화 시켜 도시의 집객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심적·물리적 칸막이 허물고 행정협의체와 긴밀한 협력 이루고자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지원센터와 도시재생과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특히 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고양시 전반의 도시재생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일과 행정과 시민을 상호 호혜적으로 연결하고 이해시키는 일, 주민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 지역의 애로사항을 다양한 공공서비스와 연계시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일, 고양시 특성에 맞는 도시재생사업을 발굴하고 실행하는 일 등 다양한 도시재생 업무를 수행한다.

고양 도시포럼에서의 정광섭 센터장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다양한 업무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행정협의체와의 긴밀한 협력이다. 시의 도시재생과 뿐만 아니라 재정비촉진과, 도시균형개발과, 소상공인지원과, 일자리정책과, 기후대기과, 문화예술과, 문화유산관광과, 여성가족과, 노인복지과, 장애인복지과, 아동청소년과, 보건행정과 등과 협업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시의 관계부서와의 협업이 요구된다. 행정협의체가 원활하게 움직이는 지자체가 도시재생을 가장 잘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협업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양시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심적, 물리적 칸막이를 허물고 행정협의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사진제공=고양시/고양시 도시재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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