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할 때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 몇 가지를 적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에서, 법률적 분쟁이 발생해 변호사가 필요할 때 법률소비자는 어떠한 기준으로 변호사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 적으려 한다.

사실 본인에게 알맞은 변호사를 찾는 건 매우 어렵다. 요즘 변호사 중개 플랫폼도 있고, 변호사들의 홍보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말이다. 단순히 품질과 가격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사는 것과는 달리, 나이, 경력, 전문분야, 업무 스타일, 보수조건 등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의뢰인과의 신뢰 관계도 전제돼야 하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번 글의 요지는 본인이 처한 사건의 유형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폭행, 명예훼손, 이혼, 교통사고, 보험금, 상속 등과 같은 유형의 사건들. 이러한 일을 당했다는 건 당사자에게 매우 가슴 아픈 일이지만, 흔하게 발생하는 편이라 변호사에게는 법리도 단순한 편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젊은 변호사들도 많이 취급하는 업무 분야이며, 광고도 많이 한다. 이러한 사건을 당한 의뢰인 중 상당수는 법적 분쟁을 겪은 경험이 없어 위축돼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는 변호사의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언변, 전문성, 경력 같은 것에 너무 현혹되지는 말자. 그리고 아래 유형의 사건들보다는 가격 조건에 좀 더 가중치를 둘 필요가 있다. 소송 등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너무 크게 말하는 변호사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임대차, 도급계약, 집합건물 분쟁, 경매, 강제집행, 공탁과 같은 분야도 흔한 편이기는 하나, 법리가 복잡하다. 특히 상당한 수준의 민법 지식이 요구된다. 일반인은 법률용어 자체를 어렵게 느낀다. 변호사도 실수할 가능성이 있어 항상 조심스럽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사례가 꽤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서는 변호사의 법률 실력, 논리적 사고 능력, 사실관계 정리 능력 등이 중요하다. 어쩌면 공부를 열심히 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의 기본적인 모습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의뢰인이 직접 변호사의 법률 실력을 평가하기란 어렵다는 것. 의뢰인 스스로 법조문, 판례 등을 검색하는 등 어느 정도 법률 지식을 갖추고, 이에 대한 변호사의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소 어렵더라도 변호사가 정리한 준비서면 같은 것들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계 또는 화학물질의 하자, 건설, 의료 등과 같이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때가 있다. 법리 자체가 아주 복잡한 것은 아니지만, 변호사는 해당 산업 분야에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파악이 쉽지 않다. 해당 분야 사건을 많이 다뤄 본 변호사가 유리하다.

법리도 어렵고, 흔하지도 않은 업무 분야가 있다. 조세, 관세, 공정거래, 지식재산권, 파산, 해상 등은 변호사에게도 비교적 생소한 분야다. 법리가 분명히 체계적인 것 같기는 한데, 아직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변호사의 역량에 의해 결론이 좌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접할 가능성은 꽤 낮은 유형인 것 같다. 변호사가 해당 분야에 학술적 논문 같은 것을 작성한 적이 있는지, 관련 업무 분야에서 어떠한 경력을 가졌는지 등을 볼 필요가 있다.

법률 소비자가 처한 사건의 유형별로 알맞은 변호사를 찾는 게 중요하다. 

법률소비자가 처한 분쟁 유형에 따라, 변호사를 평가할 때 조금 더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내용을 정리해봤다. 덧붙이자면, 어려운 과정을 거쳐 변호사를 평가하고 사건을 위임했다면 전폭적으로 신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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