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말뫼, 미국 포틀랜드, 스페인 빌바오의 공통점은?
한때 산업위기 도시였으나 사회혁신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모범 지역으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이곳에 한국 경상남도가 이름을 올리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경남도가 그 첫 걸음으로 이달 9~11일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을 마련했다. 선진 도시들의 주요 인사를 초청해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자리다.
지난 9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우리는 더 나은 길로 간다-산업위기 지역의 지속가능한 전환 전략’을 주제로 국제포럼이 시작됐다. 행사에 대한 전국적 관심으로 사전 신청이 쇄도하면서 3일 조기 마감됐으며, 행사 당일에는 사회혁신 관련 활동가, 전문가, 공무원, 관련기관 종사자, 도민 등 300명 넘는 청중이 참석해 자리가 없어 서서 참관할 정도로 흥행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개회사에서 “국제포럼 개최를 위해 지난 1년간 사회혁신추진단을 만들어 새로운 길을 걸어온 여러 해외 사례들을 점검해왔다”며 “경남처럼 제조업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겪고 이를 극복한 도시들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가는 길을 점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고민하며, 현명한 해답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말뫼?포틀랜드?빌바오 세 도시 모두 전환의 과정에서 ‘친환경’을 키워드로 내세웠으며, 지역에 사는 기업, 시민단체, 주민 등 주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에는 젊은 세대, 혁신 기업들이 다수 정착해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혔다.
# 19년간 말뫼 전환 이끌어…“도시의 모든 이해관계자 불러내야”
먼저 스웨덴 말뫼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일마 리팔루 전 시장이 ‘전환 중인 도시’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리팔루 전 시장은 199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19년간 말뫼의 시정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도시 전환을 이끌어냈다. 각 분야 전문가, 시민으로 구성된 TF를 구성하고, ‘친환경’이라는 비전을 채택해 생명?IT?바이오 등 신산업 중심의 ‘지식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말뫼는 스웨덴 서남쪽에 위치한 인구 30만명 규모의 도시다. 18세기부터 섬유?가죽?벽돌 등 제조업이 발전했으나, 1950년대 이후 임금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했다. 건재하던 조선업마저 위기에 직면하고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조선소가 폐쇄하면서 실업률이 22%까지 치솟는다. 도시전환 계획 이후 친환경?미래산업 관련 우수 인재가 모여들고, 스타트업?벤처기업이 다수 생기면서 유엔환경계획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도시’로 꼽힌다.
리팔루 전 시장은 “우리가 전환에 성공하려면 첫째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과 그 맥락을 거시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둘째 도시의 모든 이해관계자와 시민들을 논의의 테이블로 불러 모든 변화 과정의 행위자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경제?사회?환경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오염 가득한 포틀랜드→ 친환경 도시 탈바꿈하자 젊은이들 모여
미국 포틀랜드 사례는 사무엘 아담스 전 시장이 나서 ‘창조적 소규모 메이커들의 도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아담스 전 시장은 1970년대 환경오염, 공동화로 위기를 겪은 포틀랜드가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메이커, 로컬 크리에이터의 도시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60만명 규모의 도시다. 1930년대부터 도시화 영향으로 농지가 사라지고 생활하수, 공장폐수가 쏟아졌으며 대기오염도 심각해졌다. 포틀랜드시는 ‘환경재생’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쳤으며, 특히 대중교통?자전거?도보 중심의 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인근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등에서 친환경 가치를 지향하는 젊은 층이 이주해오면서 문화적?사회적으로 활기를 띈다.
아담스 전 시장은 “도시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가 기업, 시민사회단체, 주민, 노동자 등 결과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켜 함께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동체 수준의 필요를 계획을 세우고, 연구를 통해 지역 경제의 장단점을 파악해 정확한 기준선과 목표를 설정해야 하며, 고객 유형 및 장소별로 접근해 창조적 소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빌바오는 시민 행복한 삶이 최우선…평가는 마지막 시민에 의해”
스페인 빌바오 사례는 고초네 사가르뒤 부시장이 맡아 ‘새로운 빌바오 만들어가기’를 주제로 강연했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쇠락한 중공업 항구도시였던 빌바오가 문화예술 창조도시로 탈바꿈한 과정과 최근 진행 중인 인공섬 프로젝트 ‘소로차우레’를 사례로 들었다.
빌바오는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인구 35만 명의 도시로, 경제수도 역할을 담당한다. 16세기 이후 제철?화학?조선업이 성행했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계기로 불황을 맞는다. 1990년대 홍수가 나고, 테러, 약물중독, 환경오염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사람들이 도시를 떠난다. 시는 도시재생을 위해 민관 합동 연구소를 설립하고, 여러 주체의 참여를 통해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업무?주거?문화?연구 시설 등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 현재는 ‘올해의 유럽도시’ ‘세계 10대 스마트 도시’ 등으로 꼽힐 만큼, 선도적 도시로 떠올랐다.
사가르뒤 부시장은 “현재 빌바오는 생활?일?놀이 복합지구인 ‘소로차우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우리의 목표는 시민들의 행복한 삶”이라며 “도시에 대한 평가는 첫 번째 시민이 아닌 마지막 시민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의 어려움을 미래 발전 기회로 삼고, 단순히 시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 전환과 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산업위기’ 맞은 경남도…“동남권 메가시티로 청년들 돌아오게”
마지막으로 김경수 도지사는 ‘도민의 손으로, 도민이 원하는 지역혁신의 길을 찾는다’를 주제로 경남의 사례를 발표했다. 경남은 인구 344만명이 사는 지역으로, 제조업?광업이 40%에 달하는 산업도시다. 2010년대 기계산업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조선업이 침체하면서 지역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경남도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민이 이끌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민관협치’를 내걸고 경제혁신?사회혁신?자치분권 등을 시행 중이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중심으로, 대학과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경남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사회혁신의 주체는 결국 시민”이라며 “혁신에도 사람이 가장 중요한데 각 시군 현장에서 활동가를 양성하고 시민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도는 지원체계를 갖추는 사회혁신 프로세스를 완성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포럼은 10일 ‘청년?산업유산재생?대학?소셜벤처’를 주제로 한 세부 세션과 특별강연, 전국 도시재생 활동가 120여 명이 모여 진행하는 사회혁신 워크숍 등으로 이어진다. 11일에는 해외연사 및 국내 전문가들이 통영 신아SB조선소 부지 재생지(통영 캠프마레), 거제 대우조선해양 등 현장을 둘러보고 현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일정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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