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공공임대 주택'
집주인, 공급자 중심의 '민간 주택 시장'
'높은 임대료', '열악한 주거환경' 그리고 '고립'까지.
집이 없는 달팽이인 민달팽이, 우리는 민달팽이 세대입니다."
-민달팽이협동조합 홈페이지 소개란
지난달 KB국민은행이 내놓은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의하면 6년 연속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했다. 집값·땅값과 함께 임대료나 월세도 점점 오른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건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대학생과 갓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다.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던 '민달팽이'들은 결국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직접 집을 만들기에 이른다. 2014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쿱)’은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며 청년들을 위한 비영리 주거모델을 구축해왔다. 시세의 50%~80% 이하로 청년들에게 공급하고, 입주자들의 자립과 자치적인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는 이 주거모델은 ‘사회주택’이라고 표현한다. 서울에서 셰어하우스 월세를 내며 살고 있는 기자 입장에서는 궁금한 게 많았다. 지난 3일, 서대문구에 있는 달팽이집(민쿱이 공급하는 주택)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는 이한솔 이사장을 만나 운영 계기와 방식 등을 물었다.
사회주택 정책 흐름 견인한 민달팽이 청년들
지난해 국토교통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민쿱의 사업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2016년부터 LH, 작년부터 SH의 사회적주택 운영기관으로 선정돼 LH와 SH의 매입임대주택을 대학생과 청년에게 제공하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재작년부터는 포스코(POSCO)와 서대문구의 지원으로 신축된 '청년누리' 건물을 사회주택으로 운영하는 등 공공·민간기관과 협력하며 사회주택을 홍보하고,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조성 지원에 앞장선다.
“2011년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단체로 시작했어요. 당시 청년들을 위한 비영리 주거모델에 대해 정책 제안도 해봤지만 ‘집이라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는 반응만 돌아왔어요.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 회원 중심으로 2014년에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해 주거모델을 만든 거죠. 같은 해 달팽이집 1호를 내놓은 당시만 해도 이런 형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한 세대에 여러 명이 별도의 세대주로 전입신고를 하니까 주민센터에서 이상하게 여겼어요.”
주거 형태는 원룸이나 셰어하우스 등 다양하다. 이한솔 이사장은 “임대료가 통제되고, 내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주택이면 다 사회 주택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활동으로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자치회와 친목을 다지기 위한 내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있다. 운영과 관련된 권리·의무를 다 하기 위해 입주조합원의 의사결정기구인 자치회를 필수적으로 매달 연다. 번개 모임 등 내부 커뮤니티 프로그램은 원하는 사람만 참여하면 된다.
민쿱은 비영리 주거모델 구축을 통해 사회적, 정책적 흐름을 견인해온 역할을 한 장본인 중 하나다. 2014년 12월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2015년 1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회주택 공급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사회주택협회’과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도 설립되고, 이제는 정부에서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인적 관계망 원한다면 달팽이집으로!
공급된 달팽이집은 총 12호로, 매년 1~3개씩 늘려와 현재 서울에 10호, 경기에 1호, 전주에 1호가 있다. 총 200세대 정도가 살고 있으며, 2021년까지 300세대로 늘리는 게 목표다. 현재 조합원은 320명. 이들은 민달팽이 조합원, 입주 조합원, 출자 조합원으로 나뉜다. 입주 조합원은 실제 달팽이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 현재 154명이다. 민달팽이 조합원은 기본 1구좌(5만원) 이상 출자하고 매달 운영비를 낸다. 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 및 활동에 함께 할 수 있으며 당장 입주하지 않더라도 6구좌 이상 출자 시 향후 지어지는 달팽이집의 입주 우선권이 주어진다. 후원조합원은 조합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없지만 조합의 활동을 지지하며 출자한다.
청년들을 위한 비영리 주거모델인 만큼, 달팽이집은 만 19~39세의 청년들만 입주자로 받는다. 입주과정에서도 청년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 이사장은 “원래 입주 과정에 15~20분간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작년에 임기를 시작하고 이사회 회의를 통해서 인터뷰를 없앴다”며 “취업준비로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 세대에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을 평가하는 '인터뷰'라는 건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입주계획서를 꼼꼼히 살피고 교육을 여러 개 듣게 한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 민간임대주택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하고, 인적 관계망도 형성하기 쉽다는 것만 알면 돼요. 청년이라면 부담 없이 찾아보세요!"
사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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