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일을 맡게 된 직후에 한 임팩트 투자자에게 들은 질문이 있습니다.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이 성립해요?”라는 말입니다. 아마도 문화예술 기반의 사회적 기업이 큰 수익을 내는 것을 목도한 경험이 많지 않았서겠죠. 사실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 영역에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의미를 담아 이야기했는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잘못된 질문이라 답했던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먼저 간단한 반박은 어떤 것이라도 가치를 창출한다면 성공 비율이 낮을지는 몰라도 당연히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서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배달앱 서비스들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영역에서 무슨 큰 사업이 나오냐'며 이야기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패션 커머스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던 투자자들이 있었음에도 '무신사'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했던 일들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심지어 인간 본연의 활동에 가까운 문화예술이라는 분야의 잠재력을 고려해보면 더욱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지 포기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범주에서 이 논의를 하고 있기에 도리어 ‘문화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고 본질적입니다. 이에는 ‘당연하다’고 즉답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의 사회적 가치 측정 영역에서는 이미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크게 문화예술이라는 보편적 활동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제고, 해당 생태계 내의 취약성 극복, 도구로서 문화예술이 다른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경우로 나누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은 그 자체의 가치를 기반으로, 혹은 도구로서도 중요하게 사회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진행한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성장지원사업에서 만난 다양한 조직들은 어떤 맥락에서도 가능성을 증명해냈습니다. 예를 들어 '옴니아트'는 국내에서 회화를 하는 학생이나 신진 작가들의 습작을 매입해 캔버스 그림을 활용한 가방을 만듭니다. 가볍게는 캔버스가 재활용되어 환경 가치를 내고, 학생이나 신진 작가들의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을 경감해줍니다. 나아가 신진작가 대다수가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하기 어려운 국내 상황을 개선해 스탠다드 제품의 경우 작가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여 소득을 증대하고, 무엇보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보일 수 있는 일을 현실화합니다. 말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을 꿈꾸는 것이죠. 이 소셜벤처는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빠르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댄스플래너는 국내 무용수의 해외 연수·인턴·취업을 돕기 위해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사진=댄스플래너

'댄스플래너'라는 소셜벤처도 있습니다. 매년 국내에는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가진 무용수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취업 문이 좁아서 대다수의 무용수들이 꿈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는데, 댄스플래너는 여기에 주목합니다. 생태계 내의 문제인 것이죠. 반면 글로벌의 상황은 다수의 무용단이 좋은 무용수를 찾고 있지만 수준 높은 무용수를 배출하는 전문기관이 오히려 부족한 경우도 많습니다. 국내 무용수들에게 적합한 정보와 기회 및 훈련을 제공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 역시 매년 수배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무용수 기준으로 댄스플래너가 만들어 낸 일자리가 다른 모든 일자리보다 몇배나 많다고 하니 그 변화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최근 우리나라는 3만 달러를 넘어서며 또 한번 문화예술 등에 대한 향유 경향이 바뀌어 갑니다. 심지어 대중문화를 필두로 다양한 문화예술 컨텐츠가 아시아를 바탕으로 글로벌에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간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화예술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이 변화의 때를 기회로 삼아서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육성을 지속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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