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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용지, 화장지 말고 공공구매 할 만한 제품이 있나요?” -A 공공기관
“남성복이나 안경, 벨트를 파는 곳은 없더라고요.”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공공기관,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사고 싶어도 살 만한 제품이 마땅치 않거나,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양적 확대가 이뤄진 지금,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성’이 필요하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가 어느 때보다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을 선호한다. 비누 한 개를 사더라도 피부가 건성?지성인지, 아토피?민감성인지, 가성비?편리성을 중시하는지 등 여러 기준에 따져가며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찾는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내세우는 윤리?친환경?사회적 가치 역시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사실 다양성은 여러모로 효율이 떨어지는 요소다. 생산하는 기업, 규제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면 훨씬 관리하기 쉽고 빠르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큰 비용과 에너지를 들여서라도 ‘내 입맛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를 요구한다.

다행히 학계에서도 “다양성이 보장된 사회가 더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생명다양성을 연구하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의 ‘불가사리 실험’을 소개했다. 해안 암석 물웅덩이에 불가사리?홍합?따개비?삿갓조개?달팽이 등이 있는데, 불가사리는 모든 종을 잡아먹고 산다. 페인은 한 웅덩이에 불가사리를 전부 제거하고, 다른 곳은 가만히 두었다. 

그런데 불가사리를 없앤 웅덩이에만 생물 종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 다음 포식자 홍합만 가득해졌다. 불가사리가 힘센 홍합을 먹어치우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종들에게 삶의 기회를 부여하고,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정부가 불가사리 역할을 맡아 공정한 질서를 만들고 적당한 규칙만 유지하면, 오히려 시장의 다양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경쟁력이 약한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작은 생물들이 물웅덩이의 틈새를 공략해 살아남는 것처럼,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자신만의 경쟁력을 찾아 생존하길 바란다. 소비자는 홍합만 가득한 것보다 따개비?삿갓조개?달팽이가 골고루 있는 시장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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