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를 매개하는 경제활동, 플랫폼경제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도 플랫폼경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신년을 맞아 플랫폼경제에 대한 이슈들을 정리해보고,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사회적경제를 통한 해법은 무엇인지 <이로운넷>이 앞서 살펴봤다. 

 

#1.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플랫폼경제...국제기구도 주목 

서울연구원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9년 공동연구과제로 발표한 ‘서울시 플랫폼노동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연평균 26% 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유럽, 인도, 아프리카 순으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며, 미국은 시장 점유율이 46%로 그 비중이 유독 높다고 OECD는 밝혔다. 분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기술, 크리에이티브와 멀티미디어 분야가 시장에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빠른 성장과 확산에 국제기구들도 주목하고 있다. ILO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기술혁신과 맞물려 고용과 생산성 등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출현한 새로운 노동의 형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발전 과정에서 독립계약자나 자유직업 종사자로 대표되는 플랫폼노동의 증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2. 플랫폼경제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경제활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면서 이를 칭하는 정의나 용어도 다양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협력적 경제(collaborative economy), 긱 경제(gig economy), P2P경제(peer-t0-reer economy),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크라우드워크(crowd work), 플랫폼경제(platform economy), 플랫폼노동(platform labor) 등이 현재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5세 이상 인구 3만여명을 대상으로 플랫폼경제 종사자 규모를 조사한 한국고용정보원의 김준영 고용동향분석팀장은 "플랫폼경제는 디지털 기술의 확산으로 생산과 소비가 새롭게 조직되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므로 이러한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도 다양하다"며 "다만 플랫폼을 공유나 협조와 같은 긍정적 용어를 사용하는 측에서는 플랫폼경제를, 고용불안 심화, 과도한 노동통제와 같은 부정적 효과에 주목하는 경우는 긱 이코노미 같은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ILO, OECD 등 국제기구 및 연구자들은 ‘플랫폼경제’, ‘플랫폼노동’을 최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유경제로 많이 지칭되다가 지난해 타다 등 논쟁을 거치면서 플랫폼경제를 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분위기다. 
   
#3.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플랫폼기업들  

플랫폼경제의 확산은 플랫폼경제 기업들의 증가로 이어진다. 분야도 다양하다. 상품을 거래하는 아마존, 서비스를 거래하는 업워크, 배차 서비스 우버, 숙박예약 서비스 에어비앤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긱스타터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노동 종사자 규모는 경제활동 인구의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서울연구원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조사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 14개 회원국의 9.7%가 플랫폼노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며,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7개국에서 주1회 이상 플랫폼경제에 참여하는 노동자는 5~12%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국내 플랫폼경제 종사자 수./디자인=윤미소 디자이너 기자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우리나라 플랫폼경제 종사자 규모는 최대 53만8000명으로 추산됐다”며 “전체 취업자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보다는 크고 유럽 국가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라고 밝혔다. 남자는 대리운전, 화물운송, 택시운전 순으로 많았고, 여자는 음식점보조나 서빙, 가사육아도우미, 요양의료직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IT, 배달업 등을 넘어 최근에는 마케팅, 디자인, 건설 등 새로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 플랫폼경제 득일까? 실일까?...끊이지 않는 논쟁들  

플랫폼경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크다 보니 이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논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플랫폼경제 종사자, 플랫폼노동의 불안정성이다. 보통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작은 직무들로 세분화된 마이크로 과업(micro tasks), 즉 초단기 일자리가 다수다. 자연히 플랫폼경제 종사자는 기존의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처지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플랫폼경제 종사자는 심부름, 가사서비스, 대리기사, 퀵서비스, 음식배달 등 주문형 앱 노동(on-demand works via apps)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제공하는 서비스의 단가(수수료)가 낮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의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리 플랫폼에만 맡길 경우 플랫폼 하에서는 더 많은 서비스 제공자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위치하며, 최소한의 노동법상 보호규정도 받을 수 없을거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유롭게 일하고 싶거나 여러 부업거리를 찾고 은퇴후 계속 일을 찾는 여러 세대들에게 플랫폼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타다는 플랫폼기업의 혁신성과 독점성 논쟁에 불을 붙였다./사진출처=타다 홈페이지  

또 하나는 플랫폼기업이 가지는 독점성 논란이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며 세계 택시 시장을 장악했지만,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타다가 이런 논쟁에 휘말렸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택시운전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며 타다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에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결국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여기에 배달의민족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2위(요기요), 3위(배달통) 업체를 소유한 DH로 입수합병된다는 발표까지 이어지면서 플랫폼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논란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5. 플랫폼경제에 대한 국내 각 주체들의 움직임   

지난해 ‘타다’를 시작으로 불거진 플랫폼경제에 대한 논의는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노동계, 학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정부는 2018년 7월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를 출범하고 이듬해 2월 간사단 회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하는 '제3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협동조합 설립지원 방안을 담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사회적경제를 활용한 플랫폼 종사자 지원방안 연구를 진행했으며,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전문가, 시민들과 함께 해법을 고민했다. 사진은 서울시가 주최한 플랫폼노동 공론화 추진단 및 시민 238명이 참여한 공론 결과 발표 자리./사진=서울시

지방정부 중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 적극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플랫폼경제와 노동의 미래’를 2019년 서울시의 공론화 의제로 삼고 서울 플랫폼노동 공론화추진단과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전문가 및 시민들과 숙의 토론으로 정책 방향을 모색했으며, 올해는 관련 조례 제정을 준비한다. 경기도도 관련 토론회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노동 형태가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보호법령 사각지대’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노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종사자들이 늘면서 노동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작년부터 플랫폼노동과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며, 작년 5월에는 서비스연맹이 ‘플랫폼노동연대’를 구성했다. 앞서 2017년에는 배달, 물류, 운송 등 플랫폼업체 중심의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한 작년부터 플랫폼노동이 가진 불안정한 노동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으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플랫폼경제에 대한 논의들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열린 '제11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에서는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 사회적경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부, 사회적경제기업, 노동계 등이 함께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했다. 플랫폼협동조합들은 이날 자리에서 연대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영미 라이프매직케어 협동조합 대표는 “오늘 모인 관계기관들이 플랫폼협동조합협의회를 만들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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