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rt style="green"] [아름다운가게의 참 아름다운 이야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행복해지는 아름다운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나눔과 환경, 그리고 봉사에 관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alert]

막바지 더위가 쉬 물러나지 않을 기세로 도시를 뜨겁게 달구던 날, 여의도 KBS 방송국 로비에서 정세진 아나운서와 만났다.?저만치서 힘찬 걸음으로 다가오는 정세진 아나운서의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말끔함, 당당함, 그리고 정갈함 같은 단어들이었다.?키도 그리 크지 않고 인상이 강렬하지 않은데도 함께 있으면 만나는 순간부터 푹 빠져들게 하는 어떤 힘이 그에게서 느껴졌다.?정세진 아나운서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아름다운가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나운서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직업이다
정세진 아나운서는 지난 1997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15년간 아나운서로 살아오며 굴곡도 있었고 주목과 사랑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과정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당당했고 담담했다.

"많은 프로그램을 했어요. 9시뉴스도 했고, 스포츠 프로그램,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 적도 있어요. 8시뉴스에서는 여성앵커 2명이 진행하는 실험적인 포맷을 맡기도 했죠. 8시 뉴스는 2008년에 1년 반 정도 진행했죠. 생활 밀착형 뉴스였어요.?당시에 미국에서 1년 정도 공부하고 돌아와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던 때였는데, 그 전에는 없던 새로운 시도가 좋게 다가와서 여성앵커 오디션을 봤죠. 아름다운가게가 100호점 매장을 개설했다는 뉴스도 그때 8시뉴스에서 제가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베테랑이라고 불릴 만하지만 실수도 해보고 좌절도 해봤던 정세진 아나운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초창기 시절이다.

“정말 큰 실수를 했을 때는 입사 1년 쯤 지났을 때였어요. 김영삼 대통령에서 김대중 대통령으로 정부가 바뀔 때였는데,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라는 뉴스를 <김영삼 주재로 열린>이라고 말해버린 거예요. 그 순간에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실수를 한 건데, 정말 난리가 났어요.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아주 난감했죠. 그 다음날로 바로 교체됐어요. 혼자 화장실에 가서 울었는데, 그 때 위로를 해준 분이 이금희 선배님이세요. 어깨를 토닥여주며 다 이렇게 배우는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금희 아나운서는 방송국 선배이면서 아름다운가게 홍보대사 선배이기도 하다. 평소 많이 믿고 의지하던 선배와의 인연이 남다르다.?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지만 그는 아나운서가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할 수 있도록 하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아카데미를 다니며 공부를 했지만 첫 도전에서는 실패했다. 낙방을 하고서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 ‘재수를 해서’ 아나운서가 됐다. 그리고 지금껏 이 일에 만족하고 또 감사함을 잊지 않으며 살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요즘에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경쟁률이 높잖아요. 하지만 제가 시험을 볼 때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어요. 또 제가 운이 좋기도 했고요. 보통은 1년에 5명 정도 뽑는데, 제가 시험을 봤을 때 12명을 선발했어요. KBS의 아나운서라는 사실이 참 좋아요.?아나운서로 산다는 건 어떤 혜택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높이로 이야기하고, 넓은 시야를 갖게 되거든요.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되죠."

그는 아나운서의 인기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기보다는 아나운서로서 인정받기 위해, 뉴스를 더 잘 전할 수 있기 위해, KBS 아나운서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인생의 롤모델은 딱히 없지만 ‘Inside edition’의 앵커인 데보라 노빌의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좋아한다. 또한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교수를 좋아하는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과감하게 뛰어들어 좋은 영향을 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나누는 삶, 함께하는 삶
정세진 아나운서와 아름다운가게의 인연은 남다르다. 그의 어머니는 아름다운가게 신대방점 활동천사로 오래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아름다운가게를 소개해 준 것도 정세진 아나운서다.

“그 때 어머니가 봉사를 해보고 싶어 하셨어요. 몇 군데 다녀보기도 하셨는데 가는 곳마다 보람을 못 느끼시더군요.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보다가 아름다운가게를 알게 됐죠. 그런데 참 좋아하시는 거예요. 봉사를 나가는 날이 되면 봉사 가는 사람이 아니라 직장에 가는 사람 같으세요. 일종의 사명감이 생기신 거죠."

"제가 아름다운가게 행사에 참여하게 된 건 거꾸로 어머니 부탁이었어요. 아마 행사가 있는데 진행할 사람이 마땅하지 않자 ‘내 딸이 아나운서다’ 이런 말씀을 하셨겠죠. 소박하고 예쁜 행사였어요. 마을 주민들이 오시고 봉사자들 몇 분이 준비하는 자리였는데,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그날 행사진행이 참 즐거웠어요. 그날을 시작으로 저 역시 아름다운가게와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진 거죠."

이후로 그는 아름다운가게의 크고 작은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재능봉사에 오래 참여했다. 행사장에 오는 길에 기증품을 양손에 들고 오는 것도 늘 잊지 않았다.?아름다운가게 홍보대사로 활동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애초에 아름다운가게의 운동 방식에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아나운서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증품을 모아서 아름다운가게로 보내거나,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공익변호사 그룹인 ‘공감’에도 정기기부를 하고 있어요. 장애인복지관에서 목욕봉사를 나가기도 하고, 연말이면 필요한 생필품을 마련해서 복지관에 보내드리기도 해요. 가만히 보면 아나운서 중에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말하지 않아도 먼저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하죠. 가끔은 봉사를 하러 갔다가 보람도 없이 형식적인 자리에만 있다 오는 경우도 있는데 마음이 씁쓸하죠.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장기간에 걸쳐 할 수 있는 일에 참여하고 싶어요."

아름다운가게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아름다운가게가 참 많이 성장했잖아요.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도 참 많아졌어요. 덩치가 커졌지만 그런 외형적인 것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내실을 다지고 효율성을 높였으면 합니다. 또 본연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자세도 중요한 것 같아요. 편안함에 현혹되지 않고 명성에만 연연하지 않기를 바라고요”

새로움으로 도전하다
정세진 아나운서를 만나는 내내 떠올랐던 단어는 ‘도전’이다. 도전하는 사람은 늘 맨 앞에 서 있다. 새로운 일을 해야 하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들이다. 정작 본인은 넘어지기 쉽고 깨지기 쉽다. 하지만 누군가 맨 앞에 서지 않으면 모두가 갈 곳이 없는 것 아닐까?

정세진이라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콘셉트의 뉴스도, 1년간의 전격적인 미국 유학도, 노조에서의 활동도, 클래식에서 스포츠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방송활동, 그리고 아름다운가게를 비롯한 나눔과 봉사까지. 그의 생활은 결국 ‘도전’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내 자신이 창의력 넘쳐나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새로움을 추구하는 듯해요. 어디서든 어떻게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까 생각하죠.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우리 주변의 사소한 일들까지 관심이 가요. 용기 있게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글:?김태완 아름다운가게 사회공헌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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