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사회적경제는 서울, 수도권을 넘어 전국, 지역으로 보다 넓게 확대될 전망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본연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북, 제주, 서울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인들이 2020년을 조망해봤다.

 

사회적경제 도시로 가장 어울릴만한 도시는 어디일까? 이런 질문에 자주 거명되는 도시 중 하나가 '광주'다. 광주지역 사회적경제 조직 현황을 보면 사회적기업 166개, 마을기업 60개, 협동조합 842개, 자활기업 48개 총 1,116개(2019년 11월 현재) 로 인구 10만 명당 사회적경제조직 수가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세 번째로 많다. 제조업, 시설관리업, 도·소매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이 상호 연대해 성장하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그 역할과 기능이 확장되고 있다.

광주 시민 다수가 사회적경제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필요와 염원들을 연대와 협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광주에 많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경제의 이 같은 양적 성장은 일찍이 지자체 차원의 사회적경제와 관련한 우호적인 정책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랜 시민사회운동의 경험으로 축적된 사회적경제 당사자를 중심으로한 민간 부문의 역동성과 주도성 등 역량 성장의 힘이기도 하다.

광주지역에서 조례 등 사회적경제 지원의 근거는 일찌감치 마련되었다. 2013년 8월, ‘광주광역시 사회적경제 활동 지원조례’, 2017년 11월, ‘광주광역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2020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다. 광주 사회적경제 생태계 종사자들은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과 무등산국립공원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관을 만들 계획이다.  사진은 2020년 신년을 맞아 5.18 묘역을 찾은 광주 사회적경제 생태계 종사자들 모습.

뿐만 아니라 △민·관·정 협력적 논의 구조를 통해 ‘2014년 광주광역시 사회적경제활성화 기본계획 수립’ △‘2014년 광주 사회적경제 500인 라운드테이블 운영’을 통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 의제 발굴 △‘2015년 광주광역시 사회적경제 비전선포식’, ‘2016년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치·운영’ △1999년부터 진행된 ‘광주광역시 민관 합동정책워크숍’을 통해 최종 우선순위 정책 의제로 채택된 ‘사회적경제 제품 공공구매 공시제’가 2016년부터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에서 시행되면서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공공구매를 촉진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광주광역시 사회적경제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사회적경제 기반 구축, 진출 분야 확대, 판로 및 인식제고’ 3대 분야 7개 사업 14개 과제를 채택해 발표하면서 사회적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간지원조직 체계도 구축되어 있다. 정부 부처 중간지원조직(사회적협동조합 살림)과 광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2016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센터 위탁 주체는 ‘광주사회적기업협의회’로 센터 운영 의사결정에는 사회적경제 4개 부문이 참여한 광주사회적경제연합회도 참여하고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 중간지원조직은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활동 지원을 중심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업무를 일부 담당하고 있다.

광주의 사회적경제 조직간 연대활동도 활발하다. 광역과 기초단위, 부문 단위 조직별로 협의체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고 조직화의 규모도 작지 않다. 광주 사회적경제가 활발한 이유이다. 이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도약의 시기가 도래했다. 질적 도약이 가능한 몇가지 움직임이 지난 몇 년간 진행되었다.

첫째, 광주 사회적경제 민관거버넌스 협의회 출범이다.

민관거버넌스 체계는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체계로 강조했던 아젠다다. 광주지역에서도 2016년부터 사회적경제 당사자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지난해 4월 15일, 광주 사회적경제 민관거버넌스협의회가 출범하면서 광주사회적경제활동지원위원회와 함께 광주의 사회적경제 정책 의제를 민관이 공동 생산하고 실행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된 셈이다. 3개 분과 활동을 통해 제안된 5개 정책 의제가 협의회 본회의에서 채택되었고, 올해는 제안 의제들을 구체화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회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제 발굴 과정에서부터 당사자를 포함한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안에 신뢰에 기반한 거버넌스 구조가 튼튼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둘째, 정부의 공공기관 사회적가치 평가제도 도입에 힘입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공공기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작년도에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사회공헌활동과 연계되어 사회적경제 조직 활성화 사업에 1억원 이상의 예산이 연계되었다. 이제 사회적경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지역사회 밀착형사업을 함께 고민해나가야 한다. 각 공공기관의 역할에 맞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들어내고 이를 유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회적경제에 유리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기대한다.

셋째, 사회혁신플랫폼을 통해서 사회적경제-공공기관-지방정부 간 협력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9년 7월 ‘광주사회적혁신플랫폼추진위원회’ 발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광주사회적경제연합회와 양 중간지원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환경을 잘 활용한다면 사회적경제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동시에 공공기관은 기존 사회공헌에서 더 발전된 사회적 가치 창출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협력이 2020년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향후 성과가 가늠될 것 같다.

넷째, 광주 사회적경제 유통 통합 플랫폼 ‘가치키움사회적협동조합’ 이 작년 9월 창립했다. 통합 유통 플랫폼의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논의에 그쳐왔다가  2017년 사회적기업협의회, 시 사경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이 공동으로 ‘광주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판로추진단’을 구성, 운영하면서 사회적경제 판로확대를 위한 지원을 진행해 왔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현장기업 주도의 유통 전문 플랫폼 창립을 추진했다. 공공시장 뿐만 아니라 민간시장 특히 윤리적 소비시장 개척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적경제 기업 각각의 제품 판매 이외에도 공동 상품개발 등 협업을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의 규모화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제3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박람회가 광주에서 열린다. 2020년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 해로,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과 무등산국립공원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한 특별프로그램,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한 특별전시관, 공공구매 대규모 협약식 등 차별화된 박람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통합박람회 개최로 사회적경제 발전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통합박람회는 17개 정부부처와 4개 부문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 사회적경제 통합행사로, 전국 사회적경제조직들의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주먹밥 공동체, 대동세상, 나눔, 평등, 연대의 가치가 사회적경제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제고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또한 큰 행사를 치루는 과정에서 광주지역 사회적경제 조직은 축적된 내적 역량을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면서 조직 내부 화합과 결속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질적 성장과 도약을 함께 응원해주기 바란다. 사회적경제 선구자들의 전통에 따라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사회적경제인 우리들의 언행에서 실천해 갈 때 사회적경제 가치가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고 사랑받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사회적경제 황금시대에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사회적경제를 통해 이루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사회적경제를 통해 협력과 연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윤봉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광주권역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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