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기의 세바시] 2. 협동조합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
[김선기의 세바시] 2. 협동조합 정의를 다시 생각한다
  • 이로운넷 강원=김선기 주재 기자
  • 승인 2020.01.02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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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에만 기울지 말고, 협동조합 정의에 부합하는 정형을 찾아야
세바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줄임말로, 사회적 경제와 관련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다양한 정책, 중간지원 조직 활동 등을 한 발 더 들어가 깊이 있게 살펴보고, 새로운 방향과 보완해야 할 점, 대안 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아울러 사회적 경제 주체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생생한 희노애락을 전달할 예정이다.

2019년 8월부터 12월까지 강원지역 10개 협동조합 컨설팅을 진행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발주한 ‘2019 협동조합 빌드 업(Build-Up) 컨설팅’, 조직과 사업 등 조합 전체 상황을 살피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한 조합 분석과 워크숍, 심층면접 등을 통해 나름대로 각 조합에서 개선해야 할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4명의 컨설턴트가 공동으로 진행한 작업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활로를 모색해 보고자 하는 각 협동조합 임·직원의 노력은 컨설턴트로서 겸손함을 한 없이 유지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협동조합’에 부합하는 조합 내부 정형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는 어느 특정 협동조합만의 모습이 아니다. 강원도만의 문제는 더욱 아니다. 전반적인 현상이고, 협동조합을 고민하는 모든 이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 그들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결합한 사람들의 자율적 결사체”다.

사업체를 수단으로서 영위하는 것은 영리기업 유사하나, 수단을 운영하는 방식, 목적, 주체, 본질이 영리기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히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사업에만 경도돼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업을 협동조합의 목적과 주체, 본질과는 괴리된 채 운영하고, 조직운영의 민주성 또한 깊이가 깊지 않다.

다시 협동조합에 맞는 새로운 정형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30일 춘천에서 진행한 강원도 협동조합 빌드업(Build-up) 컨설팅 워크숍
지난 2019년 10월 30일 춘천에서 진행한 강원도 협동조합 빌드업(Build-up) 컨설팅 워크숍

나의 필요와 염원은 무엇인가? 함께 하는 이들의 필요와 염원은 무엇인가? 우리가 선택한 사업은 우리의 필요와 염원을 충족하는 데 적합한가? 우리가 세운 사업계획과 예산계획 안에는 우리 조합원의 필요와 염원이 담겨 있는가? 필요와 염원의 충족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이 모든 것을 소통할 수 있는 우리의 장은 마련돼 있는가? 우리는 우리 안에 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답을 찾을 수 없다. 조합원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께서는 협동운동 계승발전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꼭 필요한 사람을 찾는 일”을 강조하셨다. 그러면서 ▷교육을 부단히, 지속성 있게 추진하고 ▷시대에 맞는 협동문화를 개발하고 ▷돈은 수단이지 사람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것 등을 강조하셨다.

또한, 협동조합이 유지·발전되려면 ▷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그 목적은 인간화 운동이어야 한다는 점과 ▷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을 위한 조합원·임직원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임원은 사회를 밝게 하려는 철학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 ▷협동조합 운동가는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강한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을 역설하셨다.

이는 박제화 된 언어가 아니다. 지금 살려야 협동조합이 살아날 수 있다.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사람을 결합시킨 협동조합은 사업이 아무리 흥하더라도 오래갈 수 없다. 제도화가 만든 그늘이기도하다. 다시 깊은 고민 속에서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범주,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함께 들불처럼 번져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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