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 표지 이미지./사진제공=착한책가게

“1851년 뉴욕 조제 약국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래 줄곧 천연성분만을 사용해 왔습니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키엘’의 광고문구다. 키엘은 화장품의 기능이나 품질에 대한 홍보보다 초심과 전통 그리고 천연성분을 강조했다. 화장품 용기 역시 수수하게 만들고, 천연원료와 기능을 상품에 빼곡하게 적었다. 이른바 ‘진정성 마케팅’이다.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이 주창한 진정성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더이상 포장된 가식적인 광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진심과 진정성이 닿아 관계를 형성할 때 소비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실제 키엘은 진정성 마케팅으로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키엘의 진정성 마케팅은 1850년대 등장했다. 이 시류는 21세기 들어 더욱 심화됐다. 제품의 브랜드나 품질, 가격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없는 시대다. 자본주의 성장 추세에 발맞춰 발전을 거듭해 온 기존의 주류 마케팅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윤 추구의 도구였던 마케팅이 사회적인 역할을 자처하는데 이르렀다.

“기업이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순수하게 독립된 조직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기업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의 한 구성원이며 모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적 정의에 따라 기업의 역할을 다시 보자.” (18쪽)

신간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는 전환의 시대를 맞아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분석과 조언을 담았다. 책은 전환-방향-방법-제안 순으로 진행되며, 마케팅이 혁신과 관계의 확장을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저자는 우선 마케팅 전환이 필요한 이유로 지구환경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 정보의 수평화, 초세분화 시장, 고객의 의식변화 등을 꼽았다. 기업이 분리와 경쟁에서 벗어나 사회적 존재로서 자기 가치와 역할을 찾을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전환의 시대에는 공개, 개성, 연결, 진심, 배려, 다양, 탄력, 분산, 공감 등이 마케팅의 핵심가치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관계’와 ‘의미’를 마케팅 혁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전환의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만한 마케팅 이슈를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고객행동의 이유이자 기업의 가치를 높여주는 ‘미션’을 비롯해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이 생산과정에 개입되는 ‘비선형적 혁신모델’,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양한 사업들이 협업하는 ‘탄력적 네트워크’, 생산자와 고객간 ‘가치로 연결되는 관계’, 기술과 인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에 고객 관심이 높아지는 경향을 뜻하는 ‘인간적인 제품과 판매방식’ 등을 소개한다.

“‘고객에게 왜 이 제품이 필요할까?’에 답하기 위해 시장에서 자신이 발견한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그와 관련해 찾은 솔루션이 뭔지 질문해보자.” (158쪽)

책 후반부에는 사회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 및 조직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TPO전략을 추천한다.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은 시간(T), 상품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은 장소(P), 상품이 가장 필요한 상황을 충족시키는 것(O)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TPO전략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상품 개발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마케팅 방법 중 유용한 전략으로 샘플링도 추천한다. 현대에 들어오면서 광고 신뢰도가 낮아지고, 접근 가능한 정보의 양도 많아졌기 때문에 고객들이 직접 사용해보거나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는 사례가 늘었다. 따라서 샘플링이야말로 제품 판매와 더불어 고객이 선택한 제품에 대한 좋은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비슷한 전략으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빌리는 ‘입소문 마케팅’, 고객의 취향에 따라 제품을 제공하는 ‘생활로 연결되는 제품’ 전략 등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사회적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래 기업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판매를 위한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왔다. 반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는 마케팅을 이윤추구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해 기업 경영에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에 거리감을 느끼곤 했다. 저자는 전환의 시대에는 사회적 가치가 마케팅에서 고려해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한다. 사회적기업이 이 책을 좌표로 삼는다면 마케팅에 대한 자신감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저자인 이무열은 1996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광고대행사에서 국장으로 일했고, 2005년부터는 서울예술대학교 광고창작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동반자로서 소통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기획가·디자이너·카피라이터·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협동조합 '살림'에서 코칭, 워크숍, 강의, 브랜드디자인을 하면서 길고양이 겨울철살이 캠페인 ‘라이프 노킹(LIFE KNOCKING)’ 등으로 살림의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전환의 시대, 마케팅을 혁신하다=이무열 지음, 착한책가게, 172쪽/ 1만4000원.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