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오전, 인천공항에 KOICA라고 적힌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몽골로 한국어 교육 장기 봉사를 떠나기 위해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다문화전문기업 아시안허브가 함께한 WFK(World Friends Korea) 봉사단(이하 봉사단) 파견 사업은 청년인재를 협력국가에 파견해 우리의 개발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우리 청년들이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인재로 발전하도록 하는 국민 참여형 사업이다. 

이번 봉사단은 더욱 특별하다. 몽골·캄보디아로 나뉜 봉사단에 해당 국가 출신의 이주여성들과 다문화가정 2세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다문화봉사단은 국내 최초다. 팀당 15명인 이들은 현지에서 1년간 대학과 종합학교(한국기준 사립고)에서 한국어 회화교육을 진행한다. 

몽골팀에는 5명의 몽골 출신 이주여성이, 같은 날 오후에 출국한 캄보디아팀에서는 캄보디아 출신 2명이 참여했다. 모두 한국에 귀화했다. 다문화가정 2세들도 이번 봉사단에 포함됐다. 봉사단은 모두 한국어를 전공했거나 교육을 담당했던 이들이다. 

“한국의 발전비결 몽골에 전수하고파”

코이카 프로젝트 부부봉사단원 구승모씨와 토야씨./사진제공=아시안허브

몽골로 떠나는 엘레네바트 엥흐토야(34, 이하 토야·몽골 출신)씨를 공항에서 만났다. 토야씨는 남편인 구승모(47)씨와 함께 몽골 봉사활동에 나선다. 그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에 왔고, 한국생활 10년차인 올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몽골에서는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토야씨는 봉사활동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에 처음왔을 때 유니폼을 입은 코이카 봉사단원을 본 적 있는데, 나도 저렇게 봉사활동을 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10년간 기회를 찾지 못했지만 아시안허브 대표님 덕분에 봉사활동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토야씨는 2년 전 아시안허브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당시 수업 보조선생님으로 일하며 아시안허브와 인연을 맺었고, 이번 봉사단 모집계획도 덕분에 빨리 알 수 있었다. 토야씨처럼 아시안허브가 진행했던 여러 다문화 교육을 거쳐 봉사단에 지원까지 한 이들이 꽤 있다고 귀띔해줬다.

남편 구승모씨는 아내인 토야씨의 나라 몽골의 생활과 문화를 몸소 경험해보고 싶다며 봉사단에 지원했다. 봉사단의 역할은 단순히 현지 대학생들에게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 말에 따르면, 이번 봉사는 한-몽 청년 상호문화교류가 포인트다. 캄보디아팀의 경우 문화예술 전문가 육성을 타이틀로 잡았다. 봉사단은 한국의 문화 예술을 알리고,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배워와 한국에서 귀국 후에 전파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몽골 현지에서 청년들과 소통하면서 문화를 나누는 모습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그렇기에 선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발기준은 1차로 다문화 중심, 2차로 몽골 및 캄보디아 관련 전공이거나 한국어 전공인 경우를 선발했다. 한국을 대표하여 나가는 봉사단임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 문화 및 생활상에 대한 높은 이해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야씨 역시 “한국에서 지내며 배운 것들, 특히 한국이 발전한 비결을 몽골에 전수해 몽골인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인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열렸으면”

국내 최초 다문화봉사단 몽골팀 단체사진

최 대표는 “다문화인들이 능력은 출중함에도 다양한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아시안허브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널리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어서 지속적으로 다문화인을 위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허브는 이주여성들의 자립과 역량 강화를 위해 언어교육, 출판·인쇄, 통번역 등 다양한 다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전문기업이다. 최근에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만든 동화책을 해당 나라에 기증했다. 앞으로도 각국과 연합해 콘텐츠 개발 및 확산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11개국 국가의 언어로 감정을 소개하는 감정카드 등 다양한 문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번 봉사단 활동에 대해서도 “한국과 몽골, 한국과 캄보디아간 서로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을 줄여나가고 접점을 찾아내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봉사단을 계속 이어가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2세들의 진로 설정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 속 다문화인으로 살아오면서 힘든 부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토야씨는 이주여성은 보통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비용 및 시간문제로 고향을 자주 찾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비자문제로 고향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불러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여전히 차별적 인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토야씨는 “차별이 심하진 않다”면서도 “한국사회가 좀 더 다문화가정을 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생 첫 봉사를 한국인으로 모국으로 가게 된 토야씨.

“귀화한 다문화인들에게 제가 좋은 선례가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말고도 많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을 대표해서 고향으로 봉사를 가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한국 생활 10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첫해 모국으로 봉사활동을 떠나는 토야씨의 각오에는 평화로움이 가득찼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