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조영학의 집밥이야기] 밀푀유나베와 행복한 밥상(끝)
[상남자 조영학의 집밥이야기] 밀푀유나베와 행복한 밥상(끝)
  • 이로운넷=조영학 번역가
  • 승인 2019.12.27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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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푀유나베와 행복한 밥상(3)>

1.
언젠가 후배가 이런 질문을 했다. 

“밥상 차리는 일 지겹지 않아요? 나도 십몇 년 했더니 슬슬 요령이 나던데.” 

부엌 일이 마냥 좋을 리는 없다. 
나도 번역가, 저자로서의 직업이 있고 역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건만, 흔히 하는 말로 요리에서 청소, 정리까지, 이놈의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직도 “집에서 온종일 한 일이 뭐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행주치마를 넘겨주고 집을 가출할 일이다. 

내가 즐겁게 밥상을 차리 이유는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일에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것도 큰 보상이지만, 그보다 밥상 뒤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고 또 고마워도 한다. 
아이들이 다 크고 바깥 활동이 많아지면서 아내가 어떻게든 나를 데리고 나가 외식을 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내가 부엌을 떠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아내가 집에서 요리를 하는 건 내가 원치 않기 때문). 

2.
우리나라에서 살림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그것도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관습에 떠밀려 부엌에 갇히고 만 것이다. 
가족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렇게 억지로 떠맡은 일이 마냥 즐겁고 행복할 리는 없다. 
난 그럴 때마다 부엌을 떠날 것을 권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타인에게, 스스로에게 행복을 강요할 수는 없다. 
외식도 좋고 여행도 좋지만 그건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계가 있다. 남자도 상을 차릴 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아내가 밥상을 차리며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아내를 쉬게 하고 여러분이 부엌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밥상을 떠나야 밥상이 행복해진다. 

** 마침내 1년 반의 모험이 끝났다. 설익은 솜씨로 음식을 소개하느라 똑같은 음식을 몇 번씩 하면서 촬영을 하고 글을 보태느라 힘은 들었지만 나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공간이었다. 귀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이로운넷에 감사드린다. 

3.
<밀푀유나베>
연재 마지막 메뉴로 어떤 음식이 좋을까 고민했다. 밀푀유나베, 덜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가족요리다. 비주얼도 특급이라 손님상으로도 손색이 없다. 

4.
<재료> 
소고기 불고기용 400g, 알배추 10~15장, 깻잎 30장, 표고버섯 3개, 느타리버섯 1줌. 

5.
<조리법>
1. 멸치, 무, 양파 등을 넣고 20분 정도 끓여 육수를 만들고 국간장, 액젓 등으로 양념을 한다. 1리터 정도 필요. 
2. 소고기는 키친타월 등으로 최대한 핏물을 닦아 낸다. 
3. 배추와 깻잎은 잘 씻어 길게 반으로 자른다. 
4. 배추, 소고기, 깻잎 순으로 3~5겹으로 쌓는다. 
5. 전골 높이에 맞게 3~4토막으로 자른다. 
6. 전골냄비에 차곡차고 세워 쌓는다. 버섯, 청경채 등을 가운데 꼽아 비주얼을 살린다. 
7. 육수와 다진마늘을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8. 적당한 소스를 준비해도 좋으나 그냥 먹어도 훌륭한 전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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