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끄는 엄마, 아기띠를 두른 아빠, 소리 지르며 뛰는 아이들.

놀이공원의 풍경이 아니다. 피아노, 비올라, 바이올린, 하프, 첼로가 등장하는 클래식 연주회다. 21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 카라홀에서 열린 ‘웰컴baby콘서트’에는 악기 연주 소리에 아이들이 신나게 깔깔거리는 소리가 더해졌다.

'웰컴baby콘서트'에서 아이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지휘자·연주자와 함께 공연을 즐겼다. /사진=SAO

“우와! 렛잇고 노래다! 엘사 여왕이 오나 봐!”

이날 진행한 콘서트는 2019 크리스마스 특별공연으로,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가, 클래식, 크리스마스 캐롤 등을 담았다. 겨울왕국 1편의 유명 OST ‘Let it Go’ 전주가 흘러나오자마자 아이들의 이목이 무대에 집중됐다. 연주자들이 오른 무대 뒤편 큰 창가에는 눈이 내리는 모습이 보여 겨울 분위기를 더했다.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누워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족석을 신청한 관람객들은 범퍼 매트에 누워 음악을 감상했다. 매트는 유아용품 유명 브랜드 'GGUMBI(꿈비)' 제품으로, 한 회당 10석으로 한정했다. 공연 관람객 이일선 씨는 “보통 클래식 연주회를 가면 극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좌석에 앉는데, 아이들과 함께 즐긴다는 의미를 담아 범퍼 매트를 마련한 게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가족석에는 꿈비의 '변신범퍼침대'가 마련돼 가족과 아이들이 편한 자세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아이들이 객석을 돌아다니고 악기를 가까이 보기 위해 무대에 올라가는 것도 허용됐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클래식 전공자 장선혜 씨는 “아이와 함께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며 “아이들은 평소에 하프나 첼로 같은 큰 악기를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없는데, 오늘 연주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을 왜 항상 불편한 자리에 갇혀서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었어요. 누구나 편한 자세로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휘를 맡은 강수경 서울아티스틱오케스트라(SAO) 대표가 공연의 취지를 설명했다. SAO는 영유아 양육가정을 위한 양질의 공연문화예술을 제공하고, 청년(여성)음악인을 위한 바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 10월에는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3층 일반대합실에서 공항이용객 및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슬리퍼음악회'를 진행했다. 슬리퍼음악회란 슬리퍼를 신고 마트에 가듯 편안한 복장,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공연이란 뜻이다. 강 대표는 “공연장 연령 제한으로 문화생할을 하기 어려운 만 7세 이하 아동들과 부모님이 집에서 TV를 보듯 편안하게 즐기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웰컴baby콘서트'는 21일 메이필드 호텔에서 오후 3시와 5시 2차례 진행됐다.

이날 콘서트는 SAO가 주최·주관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했다. SAO는 현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 중이다. 콘서트를 찾은 변현주 열매나눔재단(창업지원기관) 사업팀 과장은 “이런 환경의 클래식 공연이라면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이 부담 없이 올 수 있고,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고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클래식 음악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더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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