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7기 청년기자단 발대식 후 /사진=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이로운넷을 대표해 제가 책임 에디터 자격으로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청년기자단 교육과 활동을 관리해온지도 2년입니다. 청년기자단 배출 기수로는 3기(5·6·7기)째, 함께한 청년들만 해도 40명이 넘습니다. 12월 20일, 해단 식을 끝으로 청년기자들과 회자정리의 시간을 가졌지요.

여러 소감이 나왔습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분들, 가치를 지키고 있는 분들을 만나 많이 배웠다.”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보고 나 또한 사회에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 두려움도 극복하고, 기사 쓰는 법, 인터뷰 기법도 배웠지만 이를 넘어 마음으로 더 많이 느끼고 배웠다.”

뭔가 뿌듯해하는 청년들의 눈빛과 미소였습니다.

이 청년들의 지난 10개월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답니다. 청년 대다수는 기초 기사 작성법도 배운 적 없습니다. 서울시협동조합청년기자단 활동 목표가 꼭 언론인 지망생만을 위한 건 아니니 그런 조건을 보고 선발할 이유는 없습니다. 협동조합이 뭔지 경험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죠. 단순히 공적 기관에서 ‘활동이력’을 쌓는 게 아닌 생소한 도전에 임하겠다는 자세를 더 높이 평가해 선발했습니다.

다만, 일이란 완성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개인의 만족도도 다릅니다. 이왕 하는 건데요. ‘청년기자’라는 이름으로 작성한 자신의 기사가 평생 포털에 둥둥 떠다니는데 일기장에 낙서하듯 쓰게 내버려둘 순 없습니다. 인터뷰 시간을 내준 많은 협동조합 관계자 분들을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이래저래 ‘누이 좋고(협동조합은 자사를 알려서 좋고) 매부 좋은(완성도 높은 기사)’ 결과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 청년들이 한 건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들인 수고로움은 월 1회 취재와 1회 기사쓰기가 다가 아니었답니다. 읽는 독자 입장에서 갸우뚱할 만한 대목을 보강하라는 지시부터, 어떤 부분은 전체 맥락상 오해가 소지가 있으니 사실(팩트)를 다시 체크하라는 지시, 이런 문장은 좋지 않으니 다른 문구와 문장으로 고쳐보라는 지시, 제목을 다시 뽑아보라는 지시... 이른바 '독한' 기사 수정 과정(데스킹)이 네 다섯번까지 진행된 게 다반사였습니다.

청년들이 꼼꼼한 데스킹에 감사함을 표하네요. 하지만 이 이면을 알죠. 

“지겨웠죠? 때려치고 싶었죠?”

청년들이 까르륵 웃습니다. 부인하지 않아요. 그게 본심입니다. 대부분 학생 신분입니다. 요새 학교생활이 쉬운가요. 과제에 시험에 학점관리, 생활을 위한 또 다른 아르바이트. ‘사랑과 우정’ 따윈 끼어들 틈 없는 참 빡빡한 일상이죠. 해서 월 1회, 8번의 기사를 모두 다 쓴 친구는 전체 기자단의 절반에 그쳤습니다. '월 1회 한 건 취재해 쓰고 최저 시급보다 좋은 조건의 고료를 받으니 이거 괜찮겠네, 해보자' 했을 지 모르지만, 막상 시작한 후 이 일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닌' 과정이었습니다.

서울시협동조합 청년기자단 7기 발대식/사진=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우리가 무려 70 꼭지의 기사를 썼다”라는 소회가 오갈 때였습니다. ‘TMI(Too Much Information)’를 자처했습니다. 

“여러분이 지난 10개월을 돌이켰을 때 이런 이런 기사를 썼다에 뿌듯하죠?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이력서 나 자소서, 면접 팁을 드릴게요. 어떤 기사를 썼다는 걸 강조하지 마세요. 평가자라면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왜? 그 결과물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완성됐다는 걸 알거든요. 여러분이 진실로 자랑할 게 뭘까요? 고통의 시간을 견디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세요. 지독한 데스킹으로 원고를 4번씩 퇴짜 받는 경험을 하면서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냈다고. 그때 어떤 오기와 각오였는지, 어떤 목표를 위해서 그 지겨움을 극복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나아졌고, 뭘 느꼈는지, 그걸 말하세요. 여러분이 훌륭한 청년인지는, 대다수가 모르는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의 경험을 선택했다는 것과 그 쉽지 않은 과정을 견디고 끝까지 마무리한 인내심과 책임감이라고 봅니다. 배움의 결과는 관점에 따라 달라집니다.”

동석한 김보하 센터장님께서 “필살기 정보를 주셨다”고 거들어주십니다. 친구들 눈이 한번 더 동그래집니다. 그렇게 힘들다 했으면서도 본인이 그걸 해냈다는 걸, 그 의미를 처음 깨달은 것인냥.

우리 모두 일등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평범하기 그지없는 우리가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힘은 일등의 자격이나 성공의 경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운 것을 깨닫는 데서 출발할 겁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요.

365라는 숫자가 채워지는 때입니다. 한 거 없이 한 해가 갔다고요? 그럴리가요. 올 한해도 많은 일을 했습니다. 그 많은 일에서 성공한 결과를 찾고 계시나요?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나, 질문을 바꿔보세요. 2020을 출발하는 엉뚱한 힘을 얻을 지 모를 일입니다.

더불어 나에게 인사 한마디는 건네야겠죠? "혜선! 올해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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