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삼겹오븐구이와 행복한 밥상(2)>

1.
크리스마스 명절. 종교는 없지만 명절은 언제든 의미 있는 날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가족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뭐든 기념하고 즐길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고기를 좋아하기에 명절은 주로 갈비찜, 오븐오리구이, 치킨, 찜닭 등 육류가 주를 이룬다. 
아침에는 햄과 두부를 썰어 넣고 얼큰한 김치찌개를 만들었다. 나는 김칫국물 한 국자를 추가하고 고춧가루 1스푼을 넣고 참치액젓으로 간을 맞추는데 역시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 크리스마스이니까 저녁에 뭐든 만들어 기념해야지?
- 아빠, 지난번에 해준 통삼겹오븐구이, 그거 다시 해주면 안 돼요? 맛있던데……

2.
안될 리가 없다. 통삼겹오븐구이는 자주 하는 음식이지만 이번에 새로 개발한 조리법은 간단하면서도 맛이 일품이다. 
나는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 2kg을 5cm 두께로 썰어달라고 부탁했다. 
집에 돌아와 칼집을 내고 올리브유, 허브솔트, 마늘 등으로 시즈닝을 한 다음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숙성했다. 
그렇게 1~2시간 후 오븐을 예열해 180도 온도에 1시간 20분 정도를 구우면 그만이다. 
마침, 김장하고 남은 배추도 있고 배춧속도 있다. 이 정도면 크리스마스 기념음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 가게 하나 구해서 장사해도 되겠다. 
- 안 돼, 아빠, 장사하면. 그냥 우리만 먹을래.

3.
아내와 딸의 농담에 내심 우쭐해진다. 맛을 내기는커녕 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다. 
요령을 어느 정도 터득하고 나니 지금은 처음 도전하는 음식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된다. 
언제부턴가 가족들도 내 음식엔 거의 예외 없이 엄지척을 해준다. 
내가 집에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족의 분위기도 크게 변했다. 난 이런 가족이 좋다. 
늘 웃음과 농담이 가득한 가족.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가족. 난 그걸 밥상의 힘이라고 확신한다. 
아빠가 해주는 요리. 이렇게 지낼 수 있다면 난 내년에도, 후년에도 기꺼이 밥상을 차릴 것이다. 

4.
<통삼겹오븐구이>
종교와 가깝지는 않지만 명절이면 뭔가 특별한 음식을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크리스마스 휴일에 온가족이 즐길 수 있다. 마침 김장도 끝난 후라 김치와 함께 내놓으면 점수 따기도 좋다. 

5.
<재료> 
삼겹살 1킬로그램, 새송이버섯 1봉지, 양파 1개, 시즈닝 재료(올리브유, 허브솔트, 다진마늘, 후추가루)

6.
<조리법>
1. 삼겹살은 4~5cm 굵기로 정육점에 주문한다. 
2. 고기에 2cm 깊이로 칼집을 내준다. 새송이, 양파도 적당한 굵기로 썰어놓는다.
3. 시즈닝 재료를 잘 섞은 다음 고기에 배도록 골고루 발라준다. 
4. 고기를 비닐로 싸서 냉장고에 몇 시간 숙성해둔다. (시간이 없으면 그냥 해도 무방)
5. 오븐을 예열하고 고기를 넣은 다음 180도에 1시간 30분 정도 굽는다. (200도로 하면 빨리 구울 수 있지만 겉은 타고 속이 잘 익지 않는다.)
6. 고기를 봐 가며 요리가 끝나기 20분 전에 새송이와 양파를 넣고 익힌다. (새송이와 양파는 프라이팬에 따로 구워도 좋다.)
7. 다 익으면 적당한 크리고 잘라 김치, 겉절이, 쌈채소 등과 함께 내놓는다. 이때, 레몬즙이 있으면 뿌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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