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시민들의 생활 문제와 직결되는 사회문제 해결에 사회적경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선 한 해였다. 치솟는 집값, 붕괴되는 공동체에 대안으로 새로운 주거 모델인 ‘사회주택’, 도시의 버려진 빈집이나 저층주거지 등을 다시 활용하는 ‘도시재생기업’, 공동주택 생활문제를 주민과 협력하는 ‘같이살림’ 프로젝트 등으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했다.  공유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는 ‘플랫폼협동조합’, 프랜차이즈의 갑질 문제에 대응하는 ‘프랜차이즈협동조합’ 등이 수면 위로 올렸다. 남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 변화가 예상되면서 한반도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전략으로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더 깊이, 더 넓게 시민이 체감하는 사회적경제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한 2019년의 활동을 <이로운넷>이 정리했다. 

◇ 심각한 주거문제 해결 나선 사회적경제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의 시름도 늘어간다. 나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기업들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사회주택을 매년 2,000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주택은 기존의 공공 및 민간임대와 달리 사회적기업, 비영리법인 등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며, 저렴한 임대료, 안정적 거주 기간의 보장, 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추구를 특징으로 하는 임대주택이다. 주거취약계층이 저렴하게 오랜 기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주거환경 조성하는데 사회주택이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같이살림./같이살림 프로젝트 광역지원단

서울시는 올해부터 공동주택의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해가는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아파트 거주 비율은 42.2%다. 서울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불편 요소와 문제점을 주민과 사회적경제조직이 함께 발굴하고 해결하면서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한편 사회적경제기업의 역량 강화와 아파트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첫 공동주택 기반 사회적경제 사업 모델이다. 단지별 사업 기간은 총 3년으로, 작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19년 1차년도 사업을 마무리했다. 지난 6월에는 ‘같이살림 피크닉’으로 시작해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주민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10, 11월에는 사회적경제조직과 함께 단지별 사업을 실행했다. 올해는 주민 소모임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경제공동체를 만들 예정이다. 그렇게 생겨난 수익을 지역서비스에 재투자하는 지역 선순환 체계 마련이 최종 목표다. 

◇ 불안정한 노동문제 협동조합 방식으로 대안 찾기 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일을 한다. 노동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보람도 느끼고 생활을 꾸려갈 경제적 기반도 마련해간다. 그러나 불안정한 노동은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의 삶을 파괴시키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종사자에 대한 관심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대리운전기사, 가사 도우미, 배달기사 등으로 대변되는 플랫폼 종사자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노동법이나 고용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고, 감정노동의 수위가 더 높아지는 등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올해 국내에서는 플랫폼협동조합이 주목을 받았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종사들의 참여가 보장되기에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이 더 좋아질거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올해 공유경제, 플랫폼경제와 관련되어 열린 각종 포럼에서는 늘 플랫폼협동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되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대기업?대자본의 상권잠식과 과도한 경쟁 속 자영업 시장의 돌파구로 시작됐지만, 그 또한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최근 가맹본부의 갑질 등 불공정거래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프랜차이즈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모든 조합원이 의사결정에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특징을 프랜차이즈 구조에 접목한 모델이다. 특히 올해는 11개 조직이 쿱차이즈연합회를 출범시키며 소상공인들의 규모화와 경쟁력을 강화하고, 피고용자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안 모델로서 프랜차이즈협동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활발히 활동했다.  

◇ 지역주민 체감 위한 투트랙,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조성과 로컬크리에이터의 활약

사회적경제가 시민들의 삶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에서부터 사업을 펼쳐가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은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들이 펼쳐졌다. 거시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사회적경제 혁신타운 조성이, 미시적으로는 민간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활약이 그것이다.

사회적경제 혁신타운은 지역 사회적경제 협업·네트워킹·혁신 위한 거점으로, 지역 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방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2019년 2개소 시범 조성으로 시작해 향후 3년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시범지역으로 전라북도 군산, 경상남도 창원이 선정되었으며 두 곳 모두 산업위기 지역으로 사회적경제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자 한다. 각각 280억 원을 인프라 구축 위한 공간 조성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 혁신타운./사진제공=산업통산자원부

전라북도의 경우 지난 11월 지역 내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발전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를 통해 발표했다. △지역단위 생태계 구축, △우호적 시장여건 조성, △사회적 혁신역량 축적, △안정적 개별조직 강화, △지역사회 공동체 강화 등 5개를 목표로 하며 이 보고서에서 실천 관련사업 141개를 정비 및 발굴했다. 우범기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는 사회적경제 발전의 핵심을 판로확대와 금융 접근성 향상에 두고, 내년에는 전문유통기업을 설립하고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표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경상남도는 지난 11월 신용보증기금, 농협, 경남은행과 사회적경제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낮은 보증료율과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의 추가 이자 감면 혜택 등으로 경남 사회적경제 기업의 금융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민과 만나는 사회적경제는 민간 영역이 주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활동가들은 지역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해 사업화로 이끈다. 사회적경제 전문 미디어 이로운넷이 지난 7월 개치한 ‘세이가담’ 컨퍼런스에서도 다수의 로컬크리에이터가 발제·토론자로 참여해 로컬과 소셜의 유사한 방향성을 공유하기도 했다.

여러 로컬 크리에이터가 실제로 지역의 청년인구 부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목포의 ㈜공장공장은 목포 원도심에 있는 빈집을 활용한 공간을 만들어 청년들의 아지트 ‘괜찮아 마을’을 만들었다. 참가자를 모집해 6주 동안 함께 배우고, 일하고,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2019년 중반기 기준 ‘괜찮아 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목포에 장기 체류하게 된 청년은 총 29명이고 그 중 19명이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군산시에는 군산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들려는 ‘로컬라이즈(Local:Rise)’가 있다. 사회적기업 언더독스가 기획·운영하는 로컬라이즈 군산은 구도심인 영화동 일대를 문화관광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키고 청년창업의 허브로 만들어 “지역사회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한다. ‘로컬라이즈 타운’이라는 거점 공간에서 카페와 숍, 코워킹 스페이스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 군산은 과거 항구도시로 번성했지만 주력산업의 침체와 공장 폐쇄 등으로 경기 악화의 어려움을 겪어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도드라진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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