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없는 세상을 위해 과학수사 베테랑들이 나섰다
억울함 없는 세상을 위해 과학수사 베테랑들이 나섰다
  • 이로운넷=과학기술인협동조합지원센터
  • 승인 2019.12.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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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협동조합⑨] 국내 최초의 민간 법과학 전문기업 '한국법과학협동조합'
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문서감정·화재감식·최면수사·해양수사 전문가에 법곤충학자, 해양생물학자에 이르기까지 면면이 화려하다. 전직 경찰과 현장감식 전문가들이 주축이 된 국내 최초의 민간 법과학 전문기업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은 이른바 ‘과학수사의 어벤저스’라 할 만하다. 영화 속에만 히어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 것도 결국 ‘억울한 사람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국내 최초의 민간 법과학 전문기업 한국법과학협동조합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약자들을 위해 

아무리 법이 발달하고 공권력이 충실해도 사회 어딘가에는 법과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소외계층, 취약계층 등에서 이런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비용 면에서 변호사의 문턱은 높고,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법과학 분야는 전문가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조금만 도와주면 억울한 누명을 벗거나 범죄인지도 모르고 위법을 저질러 처벌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억울함에 눈물짓고 있다. 이들의 아픔을 누구보다 현장에서 가깝게 느껴온 전직 경찰관과 과학수사 전문가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지난 2016년 1월, 국내 최초의 민간 법과학 전문기업인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이사장 김일평)이 출범했다.

30년 넘게 해양경찰로 활약하고 은퇴한 김일평 이사장을 필두로 군헌병 수사관, 민간 문서감정 전문가, 최면수사 전문가, 법생물학자, 법곤충학자 등 사건현장을 함께 누볐던 10명이 뜻을 합쳤다. 각자 전문 분야는 다르지만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다. 법과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도와 국민권익을 높이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 이런 사명감이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라고 김 이사장은 설명한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억울한 사람을 참 많이 봐왔습니다. 현업에 근무할 당시에는 이들을 도울 여력이 없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제 은퇴했으니 오랜 세월 동안 현장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고 싶습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풍부한 현장 실무경력을 가진 조합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체계적인 컨설팅을 제공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록을 검토하고 현장에 나가 증거를 채집하고 분석해 잘못되거나 누락된 부분을 짚어낸다. 다양한 경력과 지식을 가진 과학수사 전문 인력풀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사건별로 팀을 꾸려 진행한다. 

애초부터 공익 성격의 사회봉사의 개념으로 조합을 시작했기 때문에 신청자의 경제적인 형편에 맞춰 무료 혹은 실비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립 후 지난 2년간 무료로 진행한 사건만 100건 가까이 된다. 

조합원들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풍부한 현장 실무경력을 가지고 있다.

대학·지자체와 손잡고 과학수사 후학 양성에 나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각각의 조합원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해당 분야 ‘지식의 보고’이자 ‘자원’이다. 그래서 조합은 이러한 지식을 후학에 전달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7년 4월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과 교육발전 및 산학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은 2017년 1학기부터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과학수사전공 강의를 맡아 진행해오고 있다. 이 분야 후발주자인 동국대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고용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심리과학센터 과학수사 강의, 경북대학교 수사과학대학원 강의, 경찰박물관 과학수사 강의, 보험연수원 영상강의 등 전공자와 일반인, 과학수사와 관련된 지식이 필요한 기업을  대상으로 과학수사에 관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원광대학교 부설 지역발전연구소와 민·학 협력을 위한 업무교류 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익산시 관내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법과학 분야의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합칠 계획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17년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사업화 지원사업을 받아 국내 최초로 과학수사에 유용한 교재로 사용될 《법곤충학에 응용되는 국내 파리 검색표》 서적을 출간했다. 파리는 사망자의 사망시점 파악의 중요한 열쇠를 쥔 곤충임에도 그동안 국내에는 관련 도서가 전무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연구자들과 현장 수사관들은 그동안 외국문헌을 번역해서 읽어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번에 출간한 책에는 5종류의 파리가 담겼다. 조합은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파리를 채집하고 연구해 계속해서 관련 도서를 확대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파리 관련 도서 외에도 인터넷 강의를 위한 '해양경찰학 개론' 도서를 제작 중이며, 앞으로도 과학수사와 관련된 도서를 꾸준히 출간해 후학 양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비싼 외산제품 대체할 국산 감식장비 속속 개발

지난 2년 간 조합의 규모는 계속 커져 왔다. 10명으로 시작했던 조합원 수가 2018년 11월 말 현재 58명으로 늘었다. 은퇴한 경찰들이 계속 뜻을 모으고 있고, 여기에 현업에 종사하는 후배 경찰관들까지 가세해 선배들의 의미 있는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장감식장비와 촬영장비, 광학기기, 생체 검사기기를 개발하는 조합원사도 합류했다. 이를 토대로 조합은 비싼 외산 장비를 대체할 현장감식장비 개발에도 나섰다.

“정밀하고 정확한 현장감식을 위해서는 품질 좋은 장비가 필수”라고 말하는 김 이사장은 “현업에 근무할 당시 느꼈던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라고 말했다. 범죄현장 영상장비 ‘매직아이’가 그 대표적인 예다. 범죄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그 자리에서 영상을 캡처하고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장비로, 이미 경찰청에 납품되어 수사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오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조합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것을 조합원사인 이미지 프로그램 개발기업 매직아이가 구현한 협동의 결과물이다.

매직아이 외에도 조합원사인 질라이트와 함께 현장 감식의 결과를 크게 좌우하는 조명을 국산화한 데 이어 야간 곤충 채집에 특화된 특수 조명 시제품을 개발해 테스트 중이다. 이외에도 거짓말 탐지기 전문기업인 아이디테크, 바이브라 이미지 전문기업인 마인드아이와 함께 전문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감식장비 연구와 판매도 계획 중이다. 

2년간 컨설팅과 교육사업, 감식장비 개발 등에서 다양한 성과를 낸 조합은 내년에는 교육사업에 무게를 더 실을 계획이다. 교육 사업의 목표는 확실하다.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법과학 분야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여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이를 뒷받침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이나 기관에서 들어오는 단발성 강의에 머무르지 않고 내년부터는 자체적으로 과학수사 전문화 과정을 위한 커리큘럼을 짜서 학교나 교육기관 등에 직접 제안할 계획이다.

그런 면에서 조합을 알리는 것은 내년도 조합의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재원 문제로 인해 충분히 홍보를 하지 못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점은 김 이사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교육사업 확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 조합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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