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2018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우수사례집>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목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10곳을 연속 소개한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시대가 바뀌면 당연히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재에 요구되는 자질도 달라진다. 일방적으로 교사가 가르쳐주는 지식을 잘 습득하는 인재보다는 스스로 학습 방법과 필요한 정보를 찾아 재구축하는 융합형 인재가 환영받는 시대다. 원하는 인재가 달라지면 인재양성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전남4차산업협동조합이 인재양성에 뛰어든 이유다. 조합은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탈피해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 커리큘럼과 교구를 개발해 전남지역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에 나섰다. 

전남4차산업협동조합은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자적인 교육 커리큘럼과 교구를 개발해 전남지역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화두는 창의인재 양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창의성’과 ‘융합’에 있다.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해외는 물론이고 최근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은 이러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실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키우는 메이커 교육은 기존 교육처럼 암기가 필요 없다. 대부분 오픈소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존재하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빠르게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장점을 융합하는 능력이다. 전남4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 박성주)이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이자 조합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IT 회사를 운영해온 박성주 이사장은 6년 전부터 해외에서 확산되고 있는 메이커 운동에 주목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정규교육 과정에 메이커 교육을 도입해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뭔가를 만들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아이들이 커서 일반인이 되면 바로 창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일자리가 늘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창업입니다.”

체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인연을 맺은 IT 개발자, 웹디자이너, 액셀러레이터, 조형물 디자이너 등과 함께 뜻을 모아 4차 산업혁명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새로운 실험과 시도를 해오다가 지난 2017년 10월 협동조합을 정식 설립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전남 지역을 4차 산업혁명의 기지로 만들겠다는 것, 그리고 좋은 교육 커리큘럼과 교구를 개발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는 것. 이러한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선택했다. 

창의 교실의 새로운 모델  ‘토요 4차산업 아카데미’

전남4차산업협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조합 설립 직전인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해 선풍적인 반향을 몰고 온 ‘토요 4차산업 아카데미’ 교육 과정이다. 전남지역 초등학교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이 과정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과 필요성 등 가장 기초적인 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려면 학부모부터 제대로 그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교실의 분위기도 기존 과정과는 확연히 다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과제를 내주고 그것을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구를 주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이 ‘수업’ 이 아니라 ‘놀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 박 이사장의 생각이다.

“교사나 부모님이 참견을 하는 순간 아이들의 창의력은 사라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게 하고, 부모님들에게도 아이들에게 가이드를 주지 않도록 했습니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서포터의 역할만 합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의 본질에 접근을 하게 되는 것이죠.”

기존 교육 과정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과 수업 분위기는 이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과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졌다.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기업에서 교육 제안서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연락을 해온 기업 담당자가 “왜 이런 훌륭한 교육 과정을 목포에서 진행하냐? 다른 지역에서 할 의향은 없냐?”는 질문을 할 정도였다고.

3개월 간 진행한 ‘토요 4차산업 아카데미’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 이사장은 교육 대상을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확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려면 교구를 개발해야 했다. 

“초등학생과 달리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단순히 매뉴얼대로 조립을 해서 뭔가를 완성해내는 데에는 흥미를 못 느낍니다. 직접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친구들과는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어 합니다.” 

기존 교구를 가지고 교육 과정을 설계해보려고 했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순히 조립을 하는 데서 그치는 교구가 아니라 아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는 교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박 이사장은 직접 교구를 제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2018년 협동조합을 정식으로 설립했다. 

교구 개발에 이어 강사 양성에도 나선다

첫 아이템은 ‘스파이더 로봇’이다. 오픈소스인 아두이노 보드와 3D프린터를 활용해 아이들이 직접 스파이더 로봇을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팀 단위로 경기를 할 수 있게 하자는 큰 그림을 그렸다. 서보모터를 장착한 보드와 3D프린터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팀을 이룬 학생들은 공격 방향과 방법, 이동속도, 디자인 등을 마음대로 설계해 자신만의 개성과 콘셉트를 담은 스파이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개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IT 개발자들로 이뤄져 있다 보니 전기·전자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보드를 제작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따랐다. 보드가 폭발을 하는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시제품 고도화 사업자로 선정되는 행운도 있었다. 진흥원으로부터 1억 6,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전문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보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6월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보드 200개의 초도 물량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6일 그 첫 테스트로 호남대학교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3D프린터로 직접 만드는 스파이더 로봇’ 교육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수업 과정을 지켜본 교수가 “오픈소스와 3D프린터로 로봇을 만들어 배틀까지 하는 수업은 처음 봤다”며 “이 수업을 다른 학교에도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내년부터는 스파이더 로봇을 비롯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있는 로봇팔과 스마트 큐브의 매뉴얼을 완성하고 패키징화하여 교육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고 교구 라인업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교육과정을 맡아줄 강사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워낙 기술 변화가 빠르다 보니 IT 업종은 한번 일을 쉬면 복귀가 어렵습니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IT 분야 퇴직자를 대상으로 강사 양성 과정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드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 소스와 3D프린터 출력 파일 등의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국내에 메이커 운동을 더욱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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