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불고기와 행복한 밥상(1)>

1.
지난여름,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조리법을 짧은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는 코너를 의뢰받은 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80종에 달하는 음식을 소개하고 농막, 요리, 가족, 사회 등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은 졸문도 그만큼 되었다. 
기껏 집에서 가족들에게 집밥이나 차려주는 솜씨로 무슨 조리법이냐 했지만, 애초에 조리법보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 의미 있다는 말에 크게 고민도 하지 않았다. 

글 쓰는 사람에게 글을 쓸 공간보다 고마운 선물이 없다. 때마침 써야 할 책도 몇 권 빚진 터라 글 연습도 필요하던 참이었다. (오랫동안 번역가로 살아온 터라 이런 식의 글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약속한 기한이 겨우 3주 남았다. 글도, 조리법도 3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언젠가 “선택의 기적을 믿는다”는 얘기를 했다. 
아내로부터 살림을 빼앗았을 때의 일화였지만 예기치 않은 선택은 늘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상남자의 집밥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코너를 진행하는 동안 내게도 의외의 변화가 생겼다. 

2.
6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25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고 가족을 꾸리면서, 무심코, 어쩌면 충동적으로 해온 일들을 되새겨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코너를 진행하면서 난 밥상의 의미, 자연의 의미, 가족의 의미를 하나씩 꺼내 되새김질했다. 
이제는 알겠다. 이 어줍잖은 중년에게 보내준 이런 저러한 관심, 그간 살아온 일, 해온 일들이 어떤 의미이고 어떤 문맥인지. 
난 잠시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지키기로 다짐한다. 

3.
다음 해면 환갑이다. 예전 같으면 일선에서 물러나 아랫사람들의 봉양을 받을 나이라지만, 시대도 변했을 뿐더러 내게 그런 호사가 어울릴 리 없다. 
아니, 그럴 기회가 있다고 해도 아내의 밥상만큼은 끝까지 직접 차려줄 생각이다. 
밥상은 그저 끼니를 때우는 용도가 아니다. 아내는 내 음식을 좋아하고 내 밥상을 받을 때마다 그만큼씩 더 행복해졌다. 
20년 전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결심을 지키기 위해 지금껏 노력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굳이 이제 와서 그 기회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이제부터 내 밥상을 “행복한 밥상”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비록 지면으로, 온라인으로 밥상을 소개하는 일은 사라지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한 “행복한 밥상”은 계속 될 것이다. 

4.
<소불고기>
소고기는 비싸서 자주 해먹지 못하지만 특별한 날이라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만인이 좋아하는 소불고기. 조리도 어렵지 않다. 

5.
<재료>
소고기 500g, 배 1/2개, 양파 1개, 표고버섯이나 팽이버섯 한 줌, 당근 1/2개, 양념장(양조간장 10T, 설탕 1T, 물엿 2T, 후추가루 약간) 대파 1/2개, 다진마늘 1T, 참기름 1T 

6.
<조리법>
1. 소고기는 불고기감으로 사서 찬물에 넣고 피를 뺀다. 몇 번 물을 바꿔주는 게 좋다. 
2. 배와 양파 1/2개를 믹서기로 갈아 즙을 만든다. 
3. 배, 양파즙, 양념장을 소고기에 붓고 잘 섞은 뒤 30분~2시간 숙성한다. 
4. 표고버섯, 양파, 당근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양배추가 있으면 추가. 
5. 숙성한 소고기와 야채를 팬에 넣고 볶는다. 이때 물 반 컵 정도를 추가해도 좋다. 
6. 소고기가 다 익으면 다진 대파, 다진마늘을 넣고 조금 더 볶다가 참기름, 통깨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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